[기고] ​네슬레 같은 식품기업이 필요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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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국 기자
입력 2020-06-22 0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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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대영 한국과학기술한림원 농수산학부장

권대영 한국과학기술한림원 농수산학부장[아주경제DB]

우리나라는 삼성, LG와 현대 같은 기업이 있으니 식품 분야까지 일류 기업이 필요한 것은 아닌가? 모든 분야에 일류 기업일 필요는 없지 않은가?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할 필요가 있으니까? 이렇게 물어올 수 있다.

사실 산업경제 시대에는 경제 논리에 밀려 농식품 산업은 항상 희생을 강요당한 면이 없지 않다. 아무거나 먹고 일만 잘하면 되지 무슨 상관이냐?고 말이다.
현대 전쟁에서는 아무리 공중전으로 폭격을 가해도 소용없고 지상군이 투입되어서 마지막 깃발을 꽂지 않으면 최종적으로 승리할 수 없다. 미국이 베트남 전쟁 때 하노이와 하이퐁에 맹폭을 가했어도 승리하지 못하고 결국 물러난 것은 지상군 투입을 주저하였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자동차, 스마트폰, 냉장고를 세계에 많이 팔아도 우리나라 고유의 문화가 따라가 먹히지 않으면 국제 경쟁에서 최종 승리국가 될 수 없다. 아무리 상품을 많이 팔아도 문화 속국이 되면 그게 더 무섭다. 소비자와 대중적 관련이 없는 비 문화적인 산업은 국민의 인식 속에서도 감쪽같이 사라진다. 조선과 철강이 무너진 영국과 스웨덴을 보면 언제 그런 산업이 있었는지조차도 국민에게 인식이 없다.

문화와 밀접한 산업은 곧 소비자와 자주 접촉하는 산업이다. 자동차는 한번 선택하면 10년 이상 다시 선택하지 않고, TV도 10년에 한 번, 스마트폰은 짧아야 2년에 한 번 선택한다. 그러나 음식은 하루에도 3번 많게는 1년에 1000번 선택하기도 한다. 그래서 음식에 있어서 문화와 맛과 건강이 중요한 것이다.

동양에서 오랫동안 문화로 상징되는 것이 의식주(衣食住) 문화였다. 우리의 의문화(衣文化)나 주거문화는 많이 변하여 일반 생활화되고 있지 못한 면이 많다. 그러나 오늘날 의식주에서 그나마 우리 고유의 전통을 여태까지 갖고 있는 것이 식문화이다. 현대 생물학으로도 식문화가 다른 문화에 비하여 왜 바뀌기 어려운지 후성유전학적으로 증명되고 있다. 다시 말하면 이는 어떤 나라든지 수출을 많이 해도 우리의 식문화가 최종적으로 들어가야 우리나라가 진정한 선진국이 되는 것이다.

K-팝, K-드라마, K-푸드 요즈음은 K-메디컬l까지 글로벌 K-컬처(culture)로 세계에서 명성을 날리고 있다. 이들 모두가 꽃을 피우려면 반드시 식품 분야에서 글로벌 기업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에 네슬레 같은 식품기업이 필요한 이유가 꼭 문화적인 측면만 아니다. 경제 산업적으로도 식품산업은 규모가 우리나라에서 삼성과 현대 합친 것만큼 규모가 크다. 각 가정에서 일년에 들어간 음식과 식품에 들어간 비용과 자동차와 휴대폰에 들어간 비용을 비교해도 바로 이 말이 수긍이 될 것이다. 고용 창출 효과는 더욱 크다. 예를 들면 삼성은 10억 매출 올리는 데 삼성은 한 명의 인력으로 충분하지만, 식품업계는 10억 매출 올리는 데 10명 이상의 인력이 들어간다는 것이다. 효율 산업경제 측면에서 보면 매우 불필요한 산업이라고 보지만, 국민의 건강과 삶, 국민소득, 국격 측면에서 보면 매우 중요한 산업이다.

또한 식품산업은 돈 버는 산업 측면보다 외국인의 관광산업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한 산업이다. 세계 어디를 가든지 구경하고 잘 먹지 못하면 만족을 못 느끼는 것이 관광의 특징이다. 그것도 그 나라 전통식품(ethnic foods)를 먹어야 한다.

따라서 우리나라는 식품 생산뿐만 아니라 문화와 전통 한식을 세계로 알리고 가치화할 수 있는 글로벌 리딩기업이 필요하다. 그러면 많은 기업이 경쟁하면서 뒤를 따라 성장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세계인들이 매혹당할 만한 김치, 간장, 된장, 밥상문화, 비빔밥, 불고기 등 식품 자원과 문화가 풍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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