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석준의 취준생 P씨](7) 꿈 위해 '사운드 엔지니어' 준비하는 '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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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준 기자
입력 2020-06-20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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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수'라는 직업 위해...생계 위한 다른 직업 필요"

  • "1년 넘게 작업한 첫 앨범, 홍보 어렵지만 응원 감사"

  • '유명세' 갈망에 유혹으로 다가오는 '음원 사재기'

[편집자주] 올해 5월 기준 국내 취업준비생(취준생)은 약 128만 명입니다. 누구나 이 신분을 피하진 못합니다. 준비 기간이 얼마나 길고 짧은지에 차이가 있을 뿐입니다. 취준생이라 해서 다 같은 꿈을 가진 것도 아닙니다. 각자 하고 싶은 일, 잘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기 위해 노력합니다. 다만 합격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는 것만은 같습니다.

목표를 이루기 위해 달려가는 취준생들에게 쉼터를 마련해주고 싶었습니다. 매주 취준생들을 만나 마음속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응원을 건네려고 합니다. 인터뷰에 응한 취준생은 합격(pass)을 기원하는 마음을 담아 P씨로 칭하겠습니다.


일곱 번째 P씨(33)는 '사운드 엔지니어'를 준비하는 취준생이자 ‘가수’다. 사운드 엔지니어는 전문 장비를 이용해 방송, 게임, 영상 등에 필요한 음향을 녹음하고 편집하는 직업이다.

사운드 엔지니어가 되기 위해 필요한 역량은 분야마다 다르다. 광고나 동시녹음 분야는 현장 녹음을 위한 출장이 잦다보니 운전면허 소지자나 무거운 장비를 수월하게 옮길 수 있는 체력을 가진 자를 선호한다. 게임 관련 회사는 게임을 많이 한 경험이 있거나 작곡 능력이 있는 사람을 선호한다. 어떤 회사는 '학력 무관', '경력 무관'인 대신 영어 실력을 보는 곳도 있다.

이달 초 만난 P씨는 "(사운드 엔지니어에게) 필요한 능력과 스펙은 분야마다 다르다"면서 "거기에 각 회사마다 사용하는 디지털 음성 편집·처리 프로그램(DAW)도 다르기 때문에 회사는 사용하는 프로그램을 명시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가수' 꿈을 위해 '사운드 엔지니어' 준비하는 이유

P씨가 음악 분야 진출을 결심하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P씨는 “대학교 힙합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무대에 오를 때마다 관객과 호흡하는 게 너무 재밌었다”며 “여기에 만족할 수 없어서 음악을 직업으로 삼기로 결심했다”고 회상했다. 대학교를 졸업한 P씨는 전문적으로 음악을 배우기 위해 대학원 실용음악과 진학을 결심했다.

그러나 부모님은 P씨의 꿈을 접게 만들기 위해 유학까지 보낼 정도로 반대했다. P씨는 “부모님이 반대할수록 더 하고 싶었다”며 “포기하려고 할 때마다 주변에서 무대에 서거나 음원 작업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고, 보컬 트레이너 등 일자리도 있었기에 버틸 수 있었다”고 말했다.

대학원 학비는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마련했다. P씨는 “아이돌 등 현역 가수들과 오랫동안 음악을 공부해온 사람들 사이에서 유일한 비전공자였다”며 “그래서 더 열심히 공부한 끝에 졸업 공연도 무사히 치렀고 좋은 학점으로 졸업했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졸업 후 단번에 가수가 되지는 못했다. 곡 작업에 녹음, 유통까지 음반 하나 내기도 ‘하늘의 별 따기’였다. 음반을 준비하면서 생계를 책임질 돈이 필요해 보컬 트레이너 일을 했지만 프리랜서라 수입이 불안정해서 관뒀다. 이후 2년간 했던 패밀리 레스토랑 아르바이트는 수입이 안정적이었지만 음악에 몰두하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선택한 직업이 음악을 다루면서 정기적인 수입이 생기는 사운드 엔지니어다. P씨는 "사운드 엔지니어는 대부분 급여가 많지 않고 경력에 따라 연봉이 천차만별이다"면서도 "녹음실에 계속 붙어 있으면서 음악을 병행할 수 있기 때문에 준비하는 중이다”라고 설명했다. 
 

P씨의 첫 앨범 아트. [사진=P씨 제공]
 

◆"무명가수도 성공 가능...'사재기'보다 마케팅 다양화해야"

내친 김에 가수로서의 삶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1년 반 전에 발매한 첫 앨범을 소개하는 P씨의 모습은 마치 제 자식을 자랑스러워 하는 부모 같았다. P씨는 “가사 하나가 마음에 안 들면 한 달 동안 그것만 녹음할 정도로 열심히 만들었다”며 “앨범을 내고 나서 주변에서 칭찬과 축하, 피드백을 많이 받았다. 잠을 줄여가면서 만들었는데 뿌듯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부분 무명 가수가 그렇듯 생계를 해결할 정도의 앨범 수익은 나오지 않았다. 일찍 잘되고 싶은 마음에 사재기 유혹도 있었다. P씨는 “첫 앨범을 낼 때 아버지가 축하해 주시면서 ‘뭘 해줄까’라고 물을 때 ‘사재기’라고 말하고 싶었을 정도였다”고 당시 어려움을 표했다.

가수가 음원을 선보일 때 곧바로 음원 사이트와 접촉하는 것이 아니다. 가수와 음원 사이트 중간인 ‘유통사’를 거친다. 유통사 업계도 크고 작은 기획사처럼 소위 말하는 ‘급’이 나뉘어 있다. 가수가 여러 유통사에 직접 음원을 보내면 가수한테 연락이 오고 계약을 맺어 음원을 유통한다.

소속사가 있거나 자본이 많은 가수라면 이 기다림은 생략하고 곧바로 차트에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P씨는 “모든 가수들의 꿈이 기획사나 자본 투자를 받는 것”이라며 “나처럼 없이 시작하다 보니 성공·유명세에 대한 갈망이 많고, 음원 사재기가 유혹으로 다가온다”고 말했다.

유혹 앞에서 P씨는 성실한 방법을 택했다. P씨는 "전공인 보컬 관련 사운드 엔지니어를 선호하지만 어느 분야든 내가 할 수만 있다면 상관없다"고 밝혔다. 요즘에는 더 좋은 회사에 가기 위해 영어 시험을 준비 중이라고 한다. 안정적인 수입을 바탕으로 본인의 앨범을 준비한다는 전략이다.

P씨의 전략처럼 무명가수가 음원 사재기에 의존하지 않아도 성공할 수 있는 음악시장이 마련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곽규태 순천향대 글로벌문화산업학과 교수는 “대형 엔터테인먼트사라고 해서 반드시 마케팅이나 기획력이 우월한 것은 아니다”면서 "앞으로는 대중들한테 자신의 콘텐츠를 알리기 위해 다양한 마케팅을 기획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중에게 아티스트를 알리는 창의적 활동이 많이 필요해 아이디어 경쟁이 많이 일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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