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소비자정책포럼] 전문가들 "포스트 코로나, 가성비·안전 트렌드가 핵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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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기자
입력 2020-06-16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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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이경희 이마트 유통산업연구소장, 김소정 딜리버리히어로 코리아 신사업본부장, 노희영 식음연구소 대표, 염규석 한국편의점산업협회 상근부회장. [사진=유대길 기자]

제11회 소비자정책포럼에서는 코로나19 이후 유통 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개진됐다. 대형마트 규제, 가성비·안전 등 추구 트렌드, 배달 산업의 성장 등 여러 사안들에 대한 날카로운 분석들이 나왔다.

◆"코로나, 전략적 변곡점…스페인독감·경제대공황에 비견"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최근 코로나 사태가 과거 1900년대 초반 '스페인 독감'이나 '경제 대공황'에 비견될 만큼 전략적 변곡점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1세대의 경우 산업혁명을 기반으로 한 제품 판매가 목표였던 세대, 2세대는 정보기술을 통한 고객 획득 유지에 주안점을 둔 세대, 3세대는 스마트 정보기술을 통한 좀 더 좋은 세상의 구현이 목표였다는 게 서 교수의 설명이다.

서 교수는 "이번 4세대는 비대면과 4차 산업혁명 기술이 접목된 ICBM(IoT·Cloud·Bigdata·Mobile)을 토대로 한 디지털 전환(DT)이 목표가 되는 세대"라고 분석했다.

대형마트 규제의 재검토 문제도 언급됐다. 서 교수는 "정부는 대형마트 영업시간 및 출점 규제를 재검토하고 오프라인 소매업의 일자리 창출 능력을 유지하는 다양한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유통기업은 서비스와 상품을 어떻게 언택트로 전환할지 고민하고, 언택트 마케팅을 통해 고객의 멤버십화(化)를 추구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가성비·안전·건강·위생 중시 트렌드 부각"

이경희 이마트 유통산업연구소장은 "코로나 재발 우려와 경기 회복 장기화 전망으로 소비 심리가 냉각되고, 소비 채널 전환이 촉진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소장은 "온라인, 배달 등 언택트 소비가 확산하고 불황에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추구 성향이 강화되며 건강·안전·위생을 중시하는 소비 트렌드가 부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기 불황으로 저가 상품 선호도가 올라가나 신선식품 등 특정 상품군에서는 프리미엄의 인기가 늘어 상품군을 구분한 프로모션이 필요하다고 이 소장은 설명했다.

특히 이 소장은 "기업의 성공 공식이 확 바뀔 것"이라며 "비즈니스의 새 판짜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재무·비즈니스 포트폴리오 측면에서 현금 유동성을 확보하며 핵심 비즈니스를 식별하고, 핵심 업무로 자원이 배분돼야 한다는 게 이 소장의 시각이다.

이 소장은 "운영·서비스 측면에서는 소싱 상품의 불확실성을 사전에 점검하고, 매장 방역을 상시화하고, 언택트 서비스를 강화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그는 "고객이 원하는 핵심 가치를 명확히 파악해야 한다"며 "전략 전반에 대한 새로운 준비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코로나19로 산업 경계 무너지고 초산업화 시대 도래"

코로나19 사태가 배달 산업의 규모를 키웠으며 산업의 경계를 허물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소정 딜리버리히어로 코리아 신사업본부장은 코로나19 이후 가시적으로 성장한 배달 산업과 관련해 "요기요에 기존 배달업을 하지 않았던 외식업체와 프랜차이즈 가맹점 입점이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2013년 3347억원 규모였던 배달 산업은 지난해 10조원까지 성장했다"면서 "향후 30조원까지 늘어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외식업체 등은 단순 배달 서비스 플랫폼에 입점하는 것이 아니라 스마트 오더, 사이렌 오더 등 자체 배달 앱을 출시해 고객들이 모바일 앱을 통해 브랜드 콘텐츠를 주문하는 형식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 본부장은 "산업 간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초산업화 시대가 도래했다"며 "포털 등 다양한 전자상거래 업체에서 음식 배달을 시작했고 요식 업체 자체적으로도 배달대행업체와 함께 배달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앞으로는 소비자들의 다양한 요구와 물류기술이 결합해 '라스트 마일 딜리버리(last mile delivery·고객에게 주문 상품을 전달하는 마지막 단계)' 혁신 경쟁으로 진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단순 배달 속도 이상의 서비스를 전달해 소비자들의 주문 경험을 확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김 본부장은 "그동안 익일배송, 새벽배송 등 택배배송을 기반으로 하는 이커머스 시대였다면 이제는 이륜 배달 서비스를 통해 물건을 30분 내에 받을 수 있는 Q커머스 시대"라면서 "최단 배달 시간은 최적의 고객 경험, 구매 및 재구매율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가심비 자리 잡고 간편대체식·건기식 성장"

노희영 식음연구소 대표는 "친환경 가치를 경쟁요소로 내세우는 시장을 의미하는 그린오션은 무분별한 경제 개발보다 환경을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생겨난 트렌드"라고 설명했다. 노 대표는 "태양광 절전형 콘센트, 단열유리 등을 사용한 친환경 매장의 증가와 대체육 시장이 커지면서 그린오션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했다.

나만을 위한 소비를 뜻하는 포미(ForMe)족도 눈여겨봐야 한다고 노 대표는 강조했다. 전체적인 소비심리가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가치가 확실하다면 고가의 금액도 기꺼이 지불하는 가심비(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 소비가 자리 잡고 있다는 주장이다.

또 멀티스트리밍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노 대표는 "맛보다 중요한 사진을 찍고 싶은 제품이 대세를 이룰 것"이라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일상과 경험, 취향을 공유하는 문화가 점차 확산되면서 외식업계에서도 이를 활용한 홍보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노 대표는 간편대체식품과 건강기능식품 시장 역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건강과 면역·이너뷰티·디톡스에 대한 관심도가 급격하게 늘면서 자연스레 관련 시장도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편의점, 소확행·가성비 상품 강화해야 생존"

포스트 코로나 국면에서 편의점은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과 가성비 상품을 강화해야 살아남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염규석 한국편의점산업협회 상근부회장은 16일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편의점은 소비자의 합리적 소비를 이끌면서 소확행·가성비 상품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염 상근부회장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교육·근무·쇼핑·여가 등 여러 부문에서 언택트 시대가 열렸다"며 "코로나19로 인한 감염 우려와 공포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속되고 '홈코노미'로 언택트 소비가 확산됐다"고 진단했다.

무인화 결제 시스템을 적극 도입할 수 없는 업계의 분위기도 감지됐다. 염 상근부회장은 "셀프 결제 시스템이 고용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업계에서는 대대적인 도입에 많은 고민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염 상근부회장은 편의점의 기능과 역할이 한층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편의점의 특징인 24시간 영업과 편리함, 안전성, 생필품과 상비의약품을 구입할 수 있는 근린 소비처로서의 역할과 공적 기능이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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