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빠진 키코 협의회···벌써부터 유명무실 관측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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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 기자
입력 2020-06-14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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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월부터 은행협의체 자율배상 가동

[사진=키코공동대책위원회]

외환파생상품 키코(KIKO) 사태의 추가 자율배상 문제를 다룰 은행협의체가 이르면 다음달 가동한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 12일 키코 판매 은행들과 간담회를 열어 협의체 참여 의사를 타진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 심판대에 오르지 않았던 KB국민·기업은행·농협은행·SC은행·HSBC은행 등 5개 은행이 참여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오늘 간담회에서 협의체 참가 여부와 관련해 답을 준 곳은 없었다"며 "다음 주까지 은행들의 의사를 모두 확인하고 6월 말부터 협의체를 가동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재 협의체 참여 의사를 밝힌 곳은 우리은행과 신한·하나·대구·씨티은행 등 5개 은행이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치 않았고 협의체 참여 여부도 밝히지 않은 산업은행은 금감원이 별도로 접촉해 의사를 확인할 예정이다.

협의체는 키코 피해 기업의 배상 문제와 관련해 자율조정 지침을 만들기 위해 가동을 준비하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이미 소송을 제기했거나 해산한 기업(61개)를 제외하면 추가 구제 대상은 145곳에 이른다.

그러나 금융권에서는 은행협의체 자율배상이 원활히 이뤄질지 회의적이라는 시각이 나온다. 이미 상당수 은행이 금감원의 키코 분쟁조정안을 거부한 상황에서 은행들이 배상에 적극적인 태도로 나설 이유가 없다는 시각에서다.

앞서 지난해 12월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는 키코 상품을 판매한 신한·우리·하나·대구·씨티·산업은행의 불완전판매에 따른 배상책임이 인정된다며 기업 4곳 손실액의 15∼41%를 배상하라고 권고했다.

그러나 협의체 구성 직전 우리은행을 제외한 5개 은행은 키코 분쟁조정안을 수용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4개 기업에 대한 분쟁조정 절차가 사실상 종결됐다. 은행들은 소멸시효가 지난 데다 배상을 지급할 경우 배임 등의 소지가 있다며 법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은행협의체의 자율배상도 이와 같은 문제와 무관하지 않다. 상당수 키코 계약이 민법상 소멸시효가 끝나 배상 의무가 없는 상황이다. 때문에 배상을 진행할 경우 배임 소지에서 자유롭지 않다.

아울러 자율배상은 그야말로 은행의 자율에 맡기는 것으로 지금까지 배상을 압박했던 금감원이 간섭할 소지가 적다. 사실상 은행과 피해자의 입장 차이 파악 정도에 그칠 공산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금감원 관계자는 "분쟁조정안은 배상 비율을 고정해 줬기 때문에 협의여지가 없었다"며 "추가 배상은 은행 자율협의체로 구성하거나 내부적 판단해 구제하기 때문에 그런 측면에서 나머지 기업에 대해 추가구제 방안을 마련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협의체는 관련 은행들과 키코 피해기업 공동대책위원회의 소통채널로 빠르고 효율적인 분쟁조정을 위해 꾸려지는 성격"이라며 "분쟁조정안을 수용하지 않은 은행들이 자율배상에 긍정적으로 접근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한편 키코는 환율이 일정 범위에서 변동하면 약정한 환율에 외화를 팔 수 있는 파생금융상품이다. 수출 중소기업들이 환 헤지 목적으로 대거 가입했다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원·달러 환율이 치솟으면서 막대한 손실을 봤다. 키코 공동대책위원회는 당시 723개 기업이 약 3조3000억원의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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