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3단계 통일론' 최초 육성 공개…"동포애·신뢰 회복으로 통일 기초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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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환욱 기자
입력 2020-06-14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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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대중도서관, 11일 김대중 1973년 日 망명 당시 연설 육성 공개

김대중도서관이 故김대중 전 대통령이 1973년 3월 일본에서 한 연설 중 '3단계 통일론'을 언급한 육성 기록을 최초로 공개했다.

지난 11일 연세대학교 김대중도서관은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을 앞두고 김 전 대통령이 1973년 3월 21일 일본 하코네 우모토의 타치바나 로칸에서 재일교포 민주화 운동가 수백 명을 상대로 110여 분간 연설했던 내용 중 일부 기록을 공개했다.

김 전 대통령은 "남북통일에 대해서는 이미 3단계 통일론을 발표했다"며 "제1단계는 남북의 평화적 공존을 해야 하고, 제2단계는 이와 함께 남북의 교류를 확대해나가야 한다. 같이 공존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1998년 1월 24일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과 악수하는 故김대중 전 대통령의 모습이다. [사진=연합뉴스]




이어 김 전 대통령은 "우리는 남북 간의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교류를 적극적으로 실천하여 서로가 가지고 있는 오해, 불신 이런 것을 접촉하는 데서 깨끗이 씻고 동포애를 회복하고 신뢰를 회복해서 그래가지고 우리가 완전통일의 기초를 만들자, 이것이 잘 되면 이제부터 더 이상 남북이 갈라질 필요가 없으니 하나로 통일하자"고 말했다.

이번에 김대중도서관이 공개한 육성 파일은 김 전 대통령의 육성으로 확인된 3단계 통일론에 대한 최초의 자료다.

김 전 대통령은 1971년 7대 대통령 선거 당시 '3단계 통일론'이라는 표현을 처음 사용했다. 이와 관련해 문헌 자료는 다수 남아있지만, 음성 및 동영상 자료는 알려진 바가 없었다.

아울러 김 전 대통령이 박정희 정권을 비판하는 내용도 함께 공개됐다. 김 전 대통령은 1972년 10월 박정희 정권의 유신 선포 후 일본에서 체류하며 반유신 망명 투쟁을 벌였다.

김 전 대통령은 "국내외의 모든 동포의 열망을 통해서 통일을 추진하는 그러한 민주정권이 생기기 전에는 박 정권과 같이 민족적 양심도 없고 자신도 없는 정권 가지고는 절대로 통일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나는 여러분께 분명히 말한다"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이듬해인 1973년 8월 도쿄에서 중앙정보부에 의해 납치돼 강제귀국당했다.


다음은 공개된 육성 파일 녹취록 전문이다.

양쪽이 서로 평화적으로 말을 통해서 공존하는 통일을 하려면 양쪽이 다 같이 자신을 가져야 접근되는 것입니다. 이것이 역설 같지만, 사실이라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그러기 때문에 대한민국에 민주정권이 서서 민족적 양심을 가진 사람이 정권을 잡고 동시에 남한의 3,000만 국민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아가지고 국민의 열망을 통해서 국내외의 모든 동포의 열망을 통해서 통일을 추진하는 그러한 민주정권이 생기기 전에는 박 정권과 같이 민족적 양심도 없고 자신도 없는 정권 가지고는 절대로 통일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나는 여러분께 분명히 말합니다.

남북통일에 대해서는 제가 이미 3단계 통일론을 발표했습니다. 제1단계는 남북의 평화적 공존을 해야 하고, 제2단계는 이와 병행해서 남북의 교류를 확대시켜 나가야 됩니다.

평화적 공존, 무엇보다도 일단 우리가 절대 전쟁하지 않고, 서로 죽이지 않고 그리고 우리와 같이 공존하는 이 태도가 필요합니다. 오늘 당장 통일이 될 수 없지 않습니까? 우리는 남북 간의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교류를 적극적으로 실천하여 서로가 가지고 있는 오해, 불신 이런 것을 접촉하는 데서 깨끗이 씻고 동포애를 회복하고 신뢰를 회복해서 그래가지고 우리가 완전통일의 기초를 만들자 이것이 잘되면 이제부터 더 이상 남북이 갈라질 필요가 없으니 하나로 통일하자.

지금 남북은 여러 가지 체제의 차이도 있고 경제문제도 있고 이런 형식적인 문제는 있습니다. 이런 것 전부 사전에 조절해가지고 하면. 이러면 우리가 내일부터라도 통일의 길에 들어갈 수 있는 동시에 우리가 노력하면 노력할수록 민족적 양심 가지고 애를 쓰면 쓸수록 완전통일은 가까워지는 것입니다. 이러한 방향으로 우리가 우리 민족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맞다하는 것이 나의 주장입니다.

그 대신 누구도 어느 나라도 우리나라에 손대지 말아라. 우리도 어느 한 나라에 대해서 특별히 이용당하거나 더 대가를 주거나 않을테니깐 특권을 주지 않을테니깐 너희들도 우리를 건들지 말아라. 이것을 국제적으로 보장받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가지고 이 네 나라가 서로 자기들끼리 감시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이 말이요. 이것이 외교의 기술이고 이것이 민족의 운명을 살리는 나는 설계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기 때문에 나는 우리는 어떠한 나라라도 우리나라의 전쟁을 구걸하지 말고 도발하지 말고 침략시키지 말고 국제적으로 이용당하지 않고 이래가지고 우리 운명은 우리 민족이 결정한다는 것을 손대지마라. 이것이 나의 주장입니다.

동시에 다 남북이 UN에 가입해야 한다 이겁니다. 남북 UN 가입해야 해요. 지금 소련도 가입하고 있고 우크라이나, 백러시아도 UN에 가입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소련이 분열국가 아닙니다. 동시에 현실을 우리가 이겨야 하겠습니다. 이북도 일본 동경에다, 미국 워싱턴에다 대사관 놔라 우리도 모스크바나 북경에다 대사관 놔, 이런 것 공약하자.

나는 여러분에게 분명히 이야기합니다. 우리가 민주주의 정권을 회복하면 우리는 통일 위업을 위해서 즉각적으로 지체하지 않고 말로만의 통일이 아니고, 자기 정권 연장하기 위해서 인기 전술로 국제적으로 현혹시키고 국민을 속이기 위해서 하는 장난이 아니고, 진실한 통일을 여러분이 몽중(夢中, 꿈속)에서라도 잊지 않는 그 통일을 자랑스러운 우리 5,000만의 재결합을 우리가 집권하면 즉각적으로 단행할 것이라는 걸 여러분에게 분명히 말씀하는 바입니다.

나는, 우리가 오늘날 이처럼 고생하는 것은 미국 탓도 아니요 일본 탓도 아니요 우리 선조들이 못났기 때문에 우리의 선조들이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가 알면서도 그 하찮은 목숨 하나가 아까워가지고 나라를 위해서 민족을 위해서 국민을 위해서, 싸우지 않았기 때문에 이 불행이 계속적으로 우리까지 내려왔다고 저는 알고 있습니다.

우리가 이 시간에 싸우지 않으면 우리가 이 시간에 우리 국민들의 자유와 독립과 통일을 확보해 놓지 않으면 우리가 죽고 나서도 우리 후손들이 우리들의 무덤을 보고 당신들 왜 그렇게 못난 사람들이였던가 하고 또다시 원망할 것을 나는 알기 때문에 그와 같은 원망을 받지 않는 선조가 되기 위해서 나는 내 목숨과 내 가족과 모든 것을 바치고 여러분과 더불어 싸우려고 결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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