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 Corona, First Korea!]⑦멀어지거나 가까워진 가족…코로나 '집콕'이 불러온 천태만상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최다현 기자
입력 2020-06-10 00:05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누구의 잘못도 아니지만…" 새삼 느끼는 사랑과 새로운 갈등

  • 외국선 외출 제한조치로 가정 폭력 늘고 '코로나 이혼' 신조어도

대학생 이원상씨(23·가명)는 지난해 유럽으로 어학연수를 떠났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면서 급히 귀국했다. 예정했던 연수 기간보다 3개월 먼저 돌아와 아쉬운 마음이 컸다. 하지만 자가 격리 기간을 거치면서 가족 간의 애틋함을 다시 확인했다고 말한다.

이씨는 "자가 격리 기간 부모님이 매일 어디 아픈 데는 없는지 물어보고 밥도 챙겨줬다. 고등학생 때는 학원에 다니느라 바빴고, 성인이 된 후 한 지붕 아래 살면서도 대화할 기회는 적었다"며 "어학연수를 떠나면서 카카오톡이나 영상통화로만 가끔 안부를 주고받았는데 집으로 돌아와 부모님의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취업준비생 주대영씨(28·가명)의 집은 코로나19가 터진 후 침울한 분위기 속에 말수가 줄었다. 주씨는 일용직 노동자인 아버지와 둘이 사는데, 코로나19로 아버지가 일을 나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주씨 자신도 지난해 대학을 졸업하고 구직 활동에 나섰으나 아직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다가는 올해를 전부 낭비할 수 있다는 불안에 아버지와 말다툼을 하는 일이 잦아졌다.

주씨는 "누구의 잘못도 아니지만, 취직도 안 되는데 집에서 생활비 걱정을 하다 보니 언성을 높이게 된다"며 "친구 만날 돈도 없는 취준생 형편이라 코로나19로 저녁 약속을 많이 자제해 차라리 다행이었다"고 토로했다. 

코로나19로 외출을 자제하고 재택근무 활성화로 온 가족이 마주 앉을 기회가 많아지면서 가족 사이에 변화를 겪는 가정이 많아졌다.

IT업계에 근무하는 이연주씨(33·가명)는 코로나19로 재택근무를 하면서 독립 결심을 굳혔다. 출·퇴근 시간이 획기적으로 줄어든 것은 좋았지만, 은퇴한 부모님의 잔소리에 시달려야 했기 때문이다.

이씨는 "그동안 나는 일하고 오면 피곤해서, 동생도 대학생이라 쏘다니느라 부모님과 대화가 부족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업무 전화를 받을 때 직장 상사도 지적하지 않는 사안을 하나하나 훈계하셔서 참을 수 없었다"고 호소했다. 그는 "스트레스가 극에 달해 폭발하기 직전 생활 속 거리두기로 전환되면서 다시 출근을 시작해 다행"이라며 "전세 대출을 알아볼 것"이라고 다짐했다.

어린 자녀가 있는 경우 코로나 확산 초기 갈등이 불거진 경우가 많았다.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자녀를 둔 정세연씨(38·가명) 부부는 등교 수업이 시작되기 전까지 매일 전쟁을 치렀다.

정씨는 "초반에는 학교에 가지 않는 이유를 이해하던 아이가 점점 떼를 쓰고 재택근무 기간도 끝나다 보니 우리 부부 둘로는 아이를 돌보기 벅찼다"며 "부부싸움을 이어가다가 아이 앞에서 못 할 짓이다 싶어 결국 양가 부모님까지 동원해 돌아가면서 아이를 봐줬다"고 회상했다.

정씨는 "나와 남편, 모두 외동을 둔 양가 부모님은 손주도 하나라 케어가 가능했지만 봐줘야 할 손주들이 많은 가정은 더 난감했을 것"이라며 "이제 학교에 가고는 있지만 매일 가는 것도 아니고, 혹시나 확진자가 나오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가정 내 불화 문제는 우리나라만 겪는 문제가 아니다. 해외에서도 '코로나 이혼(covidivorce)'이라는 신조어가 나올 정도로 장기간 자가 격리에 따른 이혼이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가정폭력 신고가 치솟은 나라도 있다. 프랑스는 이동제한령이 내려진 후 전국적으로 가정폭력이 32% 증가했으며, 영국과 북아일랜드도 20%가 증가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우리나라는 외국처럼 극단적인 외출 제한조치까진 가지 않아 가정불화 또한 극단적인 수준으로 대두하지는 않았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19가 공식 보고되고 확산하기 시작한 1월 20일부터 4월 1일까지 가정폭력 신고는 전년 동기 대비 4.9% 줄었다.

이 수치만으로 우리나라의 가정폭력 발생이 다른 국가와 다르게 줄었다고 판단하긴 어렵다. 여성가족부에서 실시한 2019년 전국가정폭력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배우자 폭력 피해 경험자 중 85.7%는 경찰, 여성긴급전화, 가정폭력상담소 등에 도움을 요청한 적이 없다. 국가기관에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 상황을 가정폭력 감소로 해석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시각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3월 인구 동향'에 따르면 3월 이혼 건수는 7298건으로, 지난해 3월 대비 19.5% 줄었다. 2008년 6704건을 기록한 후 최저치다.

역시 3월 통계치만 가지고는 예단할 수 없는 상황이다. 통계청의 이혼 건수 집계는 이혼장 접수를 기준으로 하는데, 사회적 거리두기 여파로 외출을 자제하면서 이혼장 제출 시기가 미뤄진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어서다.

코로나19로 고용 충격이 2분기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만큼 이로 인한 가정 내 불화는 수개월이 지나야 통계에 반영될 전망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