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기업간 ‘기울어진 운동장’ 여전... "몸집도 작은데 불공정 경쟁 '이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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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섭 기자
입력 2020-06-08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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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번방 방지법, 해외 기업 '텔레그램' 규제 미지수

  • 망 이용대가 안 내는 글로벌 OTT '무임승차' 문제도 수년째 미해결

  • 게임업계, 과거 셧다운제 도입으로 이용자 다수 빼앗겨

마이크로소프트를 포함해 구글(유튜브), 페이스북, 넷플릭스와 같은 글로벌 IT 기업들이 국내 인터넷업계를 좌지우지할 수 있었던 대표적인 요인으로, 국내 업체가 받는 규제에서 비켜나 있는 ‘기울어진 운동장’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글로벌 기업에 비해 자금력이나 규모, 보유 인재 수 등 여러 면에서 경쟁력이 뒤떨어지는데도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지 않았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지난달 20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처리된 ‘n번방 방지법’이 대표적인 예다. 전기통신사업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일컫는 이 법안은 인터넷 기업에 불법 촬영물(몰카)과 아동·청소년 음란물의 삭제·접속 차단을 의무화하고, 디지털 성범죄물 유통방지 책임자를 별도로 두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인터넷 기업이 정부(방송통신위원회)에 매년 불법 촬영물 관리·감독에 대한 투명성 보고서를 의무로 제출해야 하는 내용도 담겼다.

이는 올해 초 글로벌 메신저 서비스 ‘텔레그램’에서 10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 착취 동영상이 유통·판매된 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한 취지로 도입됐다. 그러나 인터넷·스타트업 업계는 정작 사건의 발단이 된 텔레그램은 규제하지 못한 채, 국내 기업만 옥죄는 규제만 될 것이라고 법안 도입을 반대했다. n번방 방지법은 해외에서 벌어진 행위가 국내 이용자에게 영향을 미칠 경우 규제를 적용한다는 ‘역외규정’을 담고 있으나, 텔레그램은 국내에 법인이 없어 n번방 방지법으로 규제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주장이다.

이에 한국인터넷기업협회와 체감규제포럼,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벤처기업협회 등 단체 4곳은 20대 국회가 n번방 방지법 처리를 다음 국회로 넘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n번방 방지법이 본회의를 통과하자 “동종·유사 범죄가 근절될지에 대한 의문은 해소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방통위는 해외 서비스도 차별없이 규제를 받을 수 있도록 수사기관, 해외기관과 공조하겠다고 강조했지만, IT업계는 여전히 해외 법인에 대한 규제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 국내 주요 IT 기업들이 통신사(ISP)에 연 수백억원에 달하는 망 이용료를 내고 있는 것과 달리, 유튜브와 넷플릭스 같은 글로벌 동영상 서비스(OTT)는 이를 부담하지 않는 ‘무임승차’ 문제는 수년째 제기돼 왔다.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와 망 사용료 지불을 두고 법적 다툼까지 벌이고 있다.
 

[그래픽=임이슬 기자]

이에 20대 국회에선 해외 OTT 서비스도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단을 확보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넷플릭스 규제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그러나 이 역시 해외 기업들이 망 사용료를 내야 한다는 구체적인 조항이 없고, 해외 기업을 규제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국내외 기업 간 역차별은 게임업계에서도 볼 수 있다. 2011년 청소년들의 게임 중독을 막기 위해 심야 시간(자정부터 오전 6시까지)에 PC온라인게임 접속을 강제로 차단하는 ‘셧다운제’는 해외에 서버를 둔 게임사엔 적용되지 않는다. 이는 국내 게임사들이 해외 게임에 다수의 이용자를 빼앗긴 요인으로 지목된다. 실제로 유병준 서울대 교수, 전성민 가천대 교수 등 국내 연구진의 분석에 따르면 셧다운제 도입이 국내 게임산업을 크게 위축시켰다. 

김재환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정책실장은 “IT 기반의 사업들은 서비스의 국경이 없어 규제가 만들어지려면 전 세계 인터넷 생태계를 고려해 제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20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인터넷 사업자에게 디지털 성범죄물을 삭제할 의무 등을 부과하는 n번방 방지법이 통과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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