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완의 월드비전] 美경제 트럼프病의 백신 머니神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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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완 논설위원
입력 2020-06-01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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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므누신 재무장관, 그는 위기때 더욱 빛났다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이 4월 21일 백악관에서 코로나19 브리핑에 참석해 기자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로이터/연합)  


미국과 중국이 격돌의 길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이 이끄는 행정부 내 워킹그룹에 미 금융시장에 등록된 중국 기업들을 평가하도록 지시했다. 코로나19로 인해 미 경제가 흔들리자 므누신이 요즘 자주 언론에 등장한다. 중대 위기에 처한 트럼프 옆에서 든든히 그를 지키는 남자이다. 경제 수장으로 그는 재난기본소득 지급과 각종 경기 부양책을 여야와 조율하고 금융시장의 패닉도 잠재워야 한다. 월스트리트 엘리트 출신으로 과거 자산증식에 냉혈한이라는 평판도 있지만 여야 정치인들과 뛰어난 협상력을 갖춘 '위기 관리자'로 조명을 받고 있다.  


스티븐 므누신 (57) (Steven T Mnuchin)은 2016년 대선 때 공화당 트럼프 후보 캠페인의 재무 책임자로 활동했다. 억만장자인 그가 트럼프 행정부 출범과 함께 미국의 77대 재무장관으로 임명되자, 미 언론에서 므누신이라는 생소한 패밀리 네임을 어떻게 발음해야 하느냐가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의 증조부 아론 므누신(Aaron Mnuchin)은 러시아 태생 유대인으로 벨기에서 다이아몬드 거래상을 하다가 1917년 미국으로 이민을 왔다. 유대계 러시아인들에게 므누신이라는 이름은 별로 낯선 이름은 아니고, 치즈(cheese)의 'ch'처럼 발음하지 않는다는 설명도 필요했다. 부친인 로버트 므누신(Robert Mnuchin)은 명문 예일대를 졸업하고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에서 뼈가 굵은 금융전문가이자 예술품 수집가였다. 므누신도 그의 아버지처럼 예일대를 나와 골드만삭스에서 17년간(1985~2002년) 근무했다. 주로 모기지(부동산 담보 장기주택자금 대출) 업무를 담당했고 젊은 나이(39세)에 부사장이자 CIO(최고정보책임자) 자리까지 올랐다. 그가 골드만삭스에서 퇴임 시 받은 주식과 보상금은 모두 합쳐서 6000만 달러 가까이 된다. 2004년에는 골드만 시절 파트너들과 함께 듄 캐피털(Dune Capital Management)라는 이름의 헤지펀드를 설립한 후 본격적으로 부(富)를 늘리고 이때 부동산 사업가 트럼프와도 인연을 맺는다. 트럼프가 호놀룰루와 시카고에 건설하던 콘도형 호텔 타워에 대출을 해준 것이다. 

2019년 7월 포브스지 집계에 따르면 므누신은 장관 지명 당시 4억 달러(약 5000억원)에 달하는 자산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가 소유한 수백억원 가치의 뉴욕 호화 아파트는 전 재산의 1/10도 안된다. 2008년 금융위기
는 그에게 찾아온 최고의 기회였다. 부실기업을 헐값에 사들인 뒤 구조조정 후 고가에 되파는 냉혹한 '기업 사냥꾼'으로 이름을 날린다. 2009년 경영난에 처한 담보대출 금융기관 ‘인디맥’을 조지 소로스, 존 폴슨 등과 함께 장부가격보다 47억 달러 할인된 16억 달러에 사들인다. ‘원웨스트뱅크’로 이름이 바뀐 이 회사에서 므누신은 CEO로 일하면서 다른 여러개의 부실은행도 사들이며 남부 캘리포니아에서 최대 은행으로 성장시킨다. 원웨스트뱅크는 모기지론을 상환 못하는 채무자의 주택을 인정사정 없이 무리하게 압류하면서 여러 차례 소송과 시위에 휘말리기도 했다. 2015년 '압류의 왕'(Foreclosure King)'으로 불리던 므누신은 2015년 원웨스트 뱅크를 CIT그룹에 34억 달러에 매각한다. 이후 CIT그룹 이사회 멤버로 일하다가 2016년 12월 2일 재무장관으로 지명되면서 이사직을 사임한다. 2017년 2월 상원 청문회는 원웨스트뱅크 시절 경제 위기로 곤경에 처한 사람들을 이용해 이득을 챙겼다는 민주당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53-47로 그의 재무장관 임명 동의안을 승인한다. 그는 공직자 이해충돌을 막기위한 규정에 따라 1억500만 달러 상당의 CIT 주식을 처분한다. 동시에 개인 소유의 버크셔 해서웨이, 마이크로소프트, 버라이즌, 골드만삭스 등 수백만 달러 상당의 주식도 함께 매각한다. 민간인이 공직으로 이동할 때 주식 처분으로 얻은 이윤에 부과되는 세금은 면제되기 때문에, 여기서도 큰 혜택을 본 셈이다. 주식과 달리 그의 막대한 부동산 포트폴리오는 청산 대상이 아니다. 그는 2017년 7월 18세 연하인 스코틀랜드 출신 배우 루이즈 린튼과 결혼식을 올렸다. 그의 세번째 결혼이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주례를 섰다. 이후 유럽으로 신혼여행을 가려고 공군기 지원을 요청했다는 사실도 들통이나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그는 통신 보안을 이유로 공군기 탑승을 요청했으나, 다른 대체 수단이 있어 결국 공군기를 이용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뉴욕시의 호화 아파트를 포함해 므누신과 그의 아내는 적어도 6개의 집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포브스는 추정했다. 그는 아내의 고향인 스코틀랜드에도 주거용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고, 2018년에는 멕시코에 있던 토지도 1000만 달러 이상에 매각했다. 므누신은 2004년 '듄 엔터테인먼트'를 설립, 블록버스터급 영화 '아바타'와 '엑스맨','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등에 투자해 큰 재미를 보기도 했다.


므누신은 유대인 특유의 돈에 대한 후각은 물론 정치적 '선견지명'도 겸비한 듯하다. 그는 2008년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과 버락 오바마에게 기부금을 내기도 했다. 2016년 경선에서는 공화당과 민주당 정당을 가리지 않고 후보들에게 정치자금을 대다가 4월 19일 트럼프가 공화당의 뉴욕 경선에서 승리하자, 그의 축하연에 참가한다. 트럼프는 다음날 므누신을 선거 캠프 재무책임자로 발표한다. 므누신의 트럼프 캠프 합류 이후 트럼프의 선거자금 모금은 본궤도에 오른다. 뉴욕 타임스는 므누신은 대선 기간 비교적 조용하게 막후에서 활동을 하며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의도적으로 피해왔다고 보도했다. 므누신은 언론 인터뷰에서 자신이 트럼프 캠프에 들어가자 뉴욕 월가와 할리우드의 많은 친구들이 절교를 원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트럼프는 선거 기간 내내 월가와 헤지펀드가 미국 근로자들의 부를 빼앗아 갔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그는 정작 경제팀 수뇌부로 월가에 정통한 인물들을 선택했다. 철강, 통신 섬유 등 제조업 분야에서 '최고의 기업사냥꾼'인 사모펀드 투자자 윌버 로스(82)는 트럼프 출범과 함께 상무장관으로 발탁되어 지금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는 1980년대 애틀랜틱시티에서 트럼프가 운영하던 3개의 카지노가 압류 위협에 처했지만 트럼프가 계속 운영할 수 있도록 합의를 이끌어낸 인물이기도 하다. '파산의 왕'(king of bankruptcy)으로 불리는 로스 장관은 재산이 무려 25억 달러로 트럼프 각료 중 최대 갑부이다(2017년 2월 포브스 집계). 원래 민주당원이었으나 2016년 11월 트럼프와 함께 일하기로 하면서 공화당원으로 전환했다. 트럼프는 수가 틀리면 트윗으로 장관이나 보좌관을 갈아치우곤 한다. 2017년 1월 트럼프에 발탁되어 1년여간 경제 정책을 조언했던 게리 콘 국가경제위원회NEC) 전 위원장은  트럼프 행정부의 국수주의에 반기를 들었다가 1년 2개월 만에 자리를 물러났다. 트럼프 같은 변덕이 심하고 충동적인 대통령 옆에서 살아남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므누신은 천방지축 최고 권력자에 대한 아첨과 인내력을 적절히 조화시키면서 화를 모면하는 기술(?)도 탁월한 듯하다. 므누신은 2017년 8월 트럼프 대통령의 ‘백인우월주의’ 두둔 논란으로 사임 여론에 휩싸이며 위기를 맞는다. 이때 그는 예일 동문들에게 서한을 보내 “나는 77번째 재무장관으로서 조국에 봉사할 수 있다는 게 자랑스럽다”며 사퇴 거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당시 트럼프가 백인우월주의적 태도를 보인 적이 없다고 그를 명백하게 두둔한 각료는 므누신이 유일했다. 위기의 상황에 제대로 적응하는 능력이 천부적이라고 할 수 있겠다.

미국에서 재무장관은 연준의장과 함게 경제의 조타수 역활을 한다. 세금 조정, 무역, 상대국에 대한 관세 부과, 인프라 투자 재원 조달, 국가 부채관리 등이 모두 재무장관의 몫이다. 게다가 홍콩의 특별지위 박탈, 대북 제재, 이란 핵 협상 등 민감한 국제문제에도 깊이 관여한다. 트럼프의 성공은 므누신의 손에 달려있다고도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 경제가 최근 대공황급 경기침체 국면에 돌입하면서 므누신의 일거수 일수족은 언론의 큰 관심사이다. 지난 글로벌 금융 위기에서 가장 큰 수혜를 받은 인물 중의 한명인 그가 12년 만에 찾아온 거대한 위기의 파도를 헤쳐나가기 위해 방향키를 쥐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가 미국 경제를 마비시킨 이후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므누신 장관의 활약은 돋보였다. 그는 수조 달러에 달하는 경기부양책을 통과시키기 위해 공화당과 민주당 양당의 의회 지도자들과의 협의를 성공적으로 주도하며 초당적인 신뢰까지 얻고 있는 모습이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월스트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므누신이 자신의 사무실로 사흘 동안  20번이나 방문한 사실을 언급하며 '딜 메이커'로서의 그의 노력과 능력을 평가했다. 공격적인 언행으로 트럼프를 수시로 몰아세우는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도 자신은 므누신과 시간을 허비하지 않고 간단한 '속기'로 소통이 가능한 사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금융위기는 므누신을 억만장자로 만들고 이후 막강한 재무장관 자리까지 오르게 만들었다. 코로나19라는 미증유의 위기는 므누신이라는 이름이 미국 역사에서 오래 기억되게 만드는 '영광'도 그에게 선사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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