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빨 빠진 호랑이, 미국?" 트럼프, 中 향한 초강수 대신 WHO 때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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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현 기자
입력 2020-05-30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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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HO, 中 악의 손아귀 넘어가"...'코로나19 사태 중 무책임한 결정' 비난 이어질 듯

  • '홍콩 지위 즉각철회·무역합의 파기' 초강수 남겨둬...대선 코앞 머리 복잡한 트럼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홍콩의 특별지위 박탈 절차 돌입'과 더불어 '세계보건기구(WHO)와의 완전한 관계 단절'도 선언했다. 일각에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홍콩 특별지위에 대한 즉각적인 박탈이 아닌 절차 시작, 중국과의 1단계 무역합의 등 중국 정부를 향한 직접적인 '초강수 카드'를 꺼내진 않은 채 결국 만만한 상대인 WHO만 때린 것 아니냐는 비판을 내놨다.

미국 동부시간 기준 29일 오후 3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국 정부의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에 따른 미국의 대응 조치를 발표했다. 이날 그는 중국이 홍콩 자치권을 보장하겠다는 약속을 어겼다고 지적하면서 홍콩에 특별한 대우를 주는 정책적 면제를 철폐하는 절차를 시작하도록 행정부에 지시한다고 밝혔다.
 

29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로이터·연합뉴스]


◇"中 손아귀 넘어간 WHO, 미국은 퇴장"...트럼프, 코로나19 사태 중 전격 관계단절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오늘 WHO와 우리의 관계를 끊고 지원금을 다른 긴급한 국제보건상 필요에 재배치할 것"이라면서 WHO와의 관계 단절도 선언했다. 그는 "미국은 매년 4억5000만 달러를 내는데 중국은 4000만 달러밖에 내지 않으면서도 WHO를 완전히 통제하고 있다"면서 "우리(미국)는 그들(WHO)에 대한 개혁방안을 마련했는데 WHO는 행동을 거부했다"고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8일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에게 보낸 서한에서 미국의 WHO 자금 지원을 영구적으로 중단하고 회원국에서 탈퇴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지 열흘여 만에 이를 현실화했다.

당시 그는 "WHO의 유일한 길은 중국의 영향력으로부터 독립적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30일 이내에 WHO가 실질적으로 개선하지 않는다면, 미국은 자금 지원을 영구히 동결하고 가입을 재고하겠다"는 최후통첩을 날렸다.

이날도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 사태의 책임을 중국과 WHO에 돌리는 발언을 이어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세계는 지금 중국 정부의 불법행위 결과로 고통받고 있다"며 "이로 인해 미국인 10만여명의 목숨과 전 세계 100만여명의 목숨을 대가로 치렀다"고 비난했다. 그는 또 "중국 당국자들은 WHO에 보고 의무를 무시했고 WHO가 세계를 잘못 이끌도록 압력을 가했다"면서 "전세계는 중국에게서 바이러스에 대한 답변을 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사진=AP·연합뉴스]


◇'중국에 못 꺼낸 초강수 카드, WHO에 대신?'...재선 셈법 복잡한 트럼프, WHO에 화풀이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는 여러 측면에서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우선 여전히 진행 중인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국제공조가 절실한 시점에서 정치적인 이유로 WHO와 관계 단절을 선언해 국제사회의 단결을 해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앞서 미국은 WHO 주도의 코로나19 백신 개발 국제협력을 일축하고 '작전명 초고속'이란 독자적인 백신 개발 계획을 추진하면서 코로나19 백신을 독점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받기도 했다.

아울러 코로나19 확산 초기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WHO의 대응 노력을 공개적으로 치켜세우다 미국에서 확산세가 급속히 늘어나기 시작하자 중국과 WHO를 맹비난하는 쪽으로 선회했다. 이를 놓고 오는 11월 대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 사태에 대한 부실 대응 비판을 피하기 위해 중국과 WHO에 화살을 돌리고 있다는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반면, 홍콩 문제와 관련한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는 WHO 사안과 달리 최후의 카드를 꺼내지 않고 여지를 남겨뒀다는 평가다.

이날 발표는 그간 홍콩이 일국양제 체제에 따라 자유주의 지역으로 간주해 받아온 경제·사회·보안 측면에서의 미국의 최혜국 대우를 소거하기 시작한다는 것과 동시에 홍콩의 자치권 침해에 관여한 중국과 홍콩 관료와 단체에 대한 표적 제재라는 두 가지를 축으로 이뤄졌다.

외신들은 이번 조치가 전례가 없는 조치라고 평가하면서도 이날 발표만으로는 충격파가 그리 크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블룸버그는 "트럼프의 조치 중 당장 이뤄질 것은 거의 없다"며 "미국 금융시장도 이날 발표로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고 평가했고, AFP는 "트럼프 대통령은 구체적 내용은 밝히지 않았으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 대한 개인적 비난은 피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외신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월 중국과 체결한 1단계 무역합의와 관련한 파기나 연계 가능성을 언급하지 않은 것에 주목했다.

이날 로이터는 "이번 조치가 미국도 일정한 위험 부담을 감수해야 하는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면서 "미국 경제에 미칠 부작용을 고려해 점진적 조처를 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지지율이 지속해서 떨어지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에서 셈법이 매우 복잡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매체는 "트럼프 대통령이 구체적인 시간표를 제시하지 않았다"며 "이는 홍콩에서 활동하는 미국 기업들의 강한 반발을 불러올 과감한 조치를 시행할 지 결정하기에 앞서 시간을 벌기 위한 계산"이라고 지적했다. 로이터는 일어 "중국과 어렵게 맺은 1단계 무역합의도 염두에 두고 있을 수 있으며 홍콩에 사무실을 두고 약 10만개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1300여개의 미국 기업이 받을 영향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29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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