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중국이 약속깼다"...28년 만에 ‘홍콩 특별지위 박탈’ 절차 돌입

조아라 기자입력 : 2020-05-30 08:44
홍콩보안법 강행 대중 보복 조치…미·중 갈등 심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을 향해 칼을 빼 들었다.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제정에 따른 보복으로 홍콩의 특별지위를 철폐하는 절차를 시작한다고 29일(현지시간) 밝혔다.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50분께 백악관 로즈가든에 등장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홍콩에 부여한 특별지위를 박탈하는 작업에 착수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코로나19 사태 책임론에 이어 홍콩보안법 문제까지 더해지면서 미·중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이번 미국의 조치에 중국의 반격이 불가피한 만큼 미·중 갈등이 신(新)냉전 수준을 넘어 최악의 상황으로까지 치달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중 갈등은 홍콩의 자치권을 보장하겠다는 '일국양제'(한 국가 두 체제) 약속을 중국이 어기면서 시작됐다. 이후 지난 28일 중국 전국인민대회(전인대)가 반중 인사를 처벌하고 미국의 홍콩 개입을 금지하는 홍콩보안법을 통과시킨 게 갈등의 도화선이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홍콩에 대한 '일국양제'(한 국가 두 체제)' 약속을 '일국일제'(한 국가 한 체제)로 대체하려 한다"며 "홍콩을 특별대우하는 정책 면제를 제거하는 절차를 시작하도록 내 행정부에 지시했다"고 밝혔다.

절차가 완료되면 미국이 홍콩에 대해 무역·관세·투자 등에서 중국 본토와 다르게 대우한 '홍콩 특별지위'가 28년 만에 박탈당하게 된다. 박탈 수순이 본격화하면 홍콩과 중국 경제에 미칠 타격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홍콩이 특별지위를 잃는다면 당장 금융 중심지(허브)로서 홍콩이 가진 위상이 추락할 수 있다. 미·중 간 갈등이 장기화할 경우 정치적·사회적 혼란까지 가중돼 대규모 자금이탈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상대적으로 금융이 취약한 중국이 치명타를 입을 가능성이 크다.

그간 미국은 중국에 수차례 경고장을 날려왔다. 중국이 홍콩보안법 제정을 강행하면 홍콩의 자본주의와 민주주의를 보장하겠다던 중국의 '일국양제' 정책이 폐기된 것으로 간주하겠다는 내용의 경고였다. 이는 1992년 제정된 홍콩정책법을 없애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미국은 홍콩이 '일국양제' 원칙에 따라 중국으로부터 자치권을 누린다는 전제 아래 홍콩에 관세·투자·무역 등에 대한 특별지위를 부여해왔다.

지난해 11월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홍콩 인권 민주주의 법안'에 따르면 미국은 매년 홍콩의 자치 수준을 평가해 특별지위 유지 여부를 검토하게 된다. 홍콩의 자치권이 위협받는다고 판단될 경우 미국은 홍콩의 특별지위를 박탈할 수 있다. 특별지위를 박탈당하면 홍콩은 미국에 수출할 때 중국 본토와 마찬가지로 품목에 따라 최고 25%의 징벌적 관세를 부담해야 한다. 또 홍콩의 자유를 억압한 책임자에 대해 비자 발급 중단과 미국 내 자산 동결 등의 제재도 내릴 수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특별지위 박탈 외에도 다른 대응 조치도 거론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홍콩의 자치권 침해에 연루된 홍콩 관리들을 제재하고, 미국 안보에 위험하다고 판단되는 중국 거주 외국 국적자의 입국을 금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뉴욕타임스(NYT) 등 미국 언론은 당국자를 인용해 "이 조치는 미국 내 중국인 대학원 유학생을 추방하려는 것"이라며 최대 5000명이 영향권에 들어갈 수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금융시스템을 보호하기 위해 뉴욕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들의 규정 위반 여부를 살펴보도록 지시하겠다고 밝혔다.​
 

[사진=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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