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공인인증서의 진짜 죄? "경쟁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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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일용 기자
입력 2020-05-2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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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년 동안 국내 시장을 독점한 공인인증서가 폐지되자 약 700억원 규모로 추산되는 국내 본인인증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20대 국회는 공인인증서와 사설인증서의 구분을 없애고 이를 전자서명으로 통합하는 내용을 담은 전자서명법 개정안(공인인증서 폐지법)을 마지막 선물로 남겼다. 빠르면 올해 연말부터 공인인증서에 권위를 부여하는 '공인'이라는 이름이 떨어져 나가며, 정부 기관도 기존 공인인증서 대신 사설인증서로 이용자의 신원을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이에 기존 공인인증서를 발급하던 6개 공인인증기관뿐만 아니라 이동통신 3사, 카카오, 은행연합까지 본인인증 시장에 출사표를 냈다.

많은 이용자가 공인인증서가 사용하기 불편하다며 더 빠르고 편리한 인증 수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혹자는 공인인증서가 웹 표준 기술이 아니어서 추가 프로그램을 설치해야 하는 만큼 보안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하지만 기존 공인인증서에는 불편함이나 보안보다 더 큰 문제가 있었다. 국가가 앞장서서 본인인증 시장의 경쟁을 없애고 특정 기술을 강요한 것이 진짜 문제였다.

경쟁이 없는 시장은 퇴보하기 마련이다. 정부가 보장해준 특권에 취해 공인인증서는 편리함이나 보안에 대한 고민 없이 제자리걸음을 했다. 그동안 사설인증서는 편리함과 보안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며 절치부심했다. 패스(PASS), 카카오페이 인증 등 사설 인증서 이용자 수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이유다.

공인인증서의 특권이 폐지되자 공인인증기관은 공인인증서의 이름을 금융인증서(가칭)로 바꾸고, 1년이었던 유효기간을 3년으로 늘리는 등 이용자 친화적인 정책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지난 21년 동안 조금이라도 이런 모습을 보여줬다면 이용자들이 공인인증서에 갖는 반감이 지금만큼 심했을지 의문이 든다.

이미 본인인증 시장의 대권을 차지하기 위한 업체 간 경주의 막이 올랐다. 이용자를 확보하기 위해 본인인증 시장에 파격적인 아이디어와 서비스가 등장할 전망이다. 금융인증서가 과거 공인인증서의 영광을 조금이라도 재현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아울러 공인인증서 같은 폐단을 다시는 만들지 않기 위해서라도 정부가 특정 기술의 이용을 강제하는 일은 이제 없어야 하겠다.
 

[사진=강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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