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재건을 묻다-이준석①] “‘안티문재인’으론 안돼…MB 같은 사람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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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형 기자
입력 2020-05-2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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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북 지역 통합당 후보 가운데 유일한 ‘외연 확장’

  • “文 정부 독선적 경제정책, 내부 모순 맞을 것…대안 내놔야”

이준석 미래통합당 최고위원은 21대 총선 서울 노원병에 출마했다가 낙선했다. 20대 총선과 2018년 재보궐선거를 포함하면 세 번째 낙선이다. 세 번의 낙선이지만 특기할 만한 점이 있다. 통합당의 험지인 노원병에서 끊임없이 외연을 확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최고위원이 첫 출마했던 20대 총선은 3파전으로 치러졌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5만2270표(57.2%)를 얻어 당선됐다. 당시 이 최고위원이 얻은 표는 3만6201표다. 재보선 때는 3당인 바른미래당 후보로 출마했다. 2만5001표(27.2%)를 얻어 낙선했다.

이번 총선에서 이 최고위원은 4만6373표(44.36%)를 얻었다. 지난 18대 총선에서 보수정당 후보로 노원병에서 첫 당선됐던 홍정욱 전 의원이 얻은 득표(3만4554표·43.1%)보다 8000여표가량 많이 얻었다. 인접 지역구인 노원갑·을에서 통합당 후보는 40% 득표에 많이 못 미쳤다. 이번 총선에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유례없는 압승을 거둔 점을 생각해본다면 분명히 선전한 셈이다. 18일 국회 소통관에서 이 최고위원을 만나, 보수의 외연 확장 방안에 대해 물었다.
 

이준석 미래통합당 최고위원 [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Q. 이번 총선, 미래통합당은 겨우 개헌 저지선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패배 원인은 뭐라고 진단하나.

“제가 2012년에도 당 지도부로 선거를 치러봤고, 2020년에도 해봤다. 8년 사이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2020년의 통합당은 선거 때 뭘 해야 하는지 모르는 당이었다. 당연히 황교안 대표와 박근혜 대표의 숙련도 차이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큰 틀을 짜지 못했다. 2008년 총선에서 보수정당이 대승할 때 보수의 개념을 ‘선진화’란 방향으로 틀었다. ‘선진화’ 프레임이 강하게 작동하는 동력이 있었다. 2012년 총선에선 대선주자 박근혜를 중심으로 보수가 국민 행복이란 프레임을 걸어서 중도화, 소위 말하는 좌클릭 행보를 통해서 이목 끌었다. 2020년 선거는 통합이란 단어 아래에서 기존의 덩어리들이 뭉치려는 시도 외엔 방향을 어떻게 끌고 갈지 고민이 없었다. 때론 퇴행적이기도 했다. 그래서 국민들이 고루한 보수라는 인식을 갖게 한 게 가장 크다. 그 과정 속에서 기술적으로 선거에 있어서 해야 될 일들을 하지 않았다. 문제가 된 후보들의 처리 등이 너무 부족했다. 최고위원으로 들어갔는데 이렇게까지 새누리당 시절과 달라졌으리라곤 생각을 못했다. 주류 언론이나 기성 언론들과의 교류는 갈수록 소원해지고 정제되지 않은 유튜브 같은 매체를 통해서 당의 의견이 나오다보니 일반대중에 대한 전달력도 떨어지고 품격도 떨어지는 사태가 발생했다.”

Q. 일각에선 이번 총선 결과를 두고 유권자 지형의 근본적 변화가 있었다고 평가한다.

“이명박(MB)이란 사람은 2008년에 김대중(DJ) 전 대통령,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을 겪으면서 상대적으로 20~30대가 보수를 지지할 가능성이 있다고 파악해서 대선과 총선에서 압도적으로 이겼다. 지금의 통합당은 청년층에 상당한 소구력을 가질 여지가 있었음에도 스스로 그 기회를 내던졌다. 때문에 60대 이상 지지층으로 고착화된 측면이 있다. 이번 선거에서 청년층 공략에 조금만 신경을 썼다면 상당한 득표를 할 수 있었을 텐데 당 차원에서 되지 않았다. 국민 전체로 봤을 때 진보로 기울어진 운동장이 된 것은 부정할 수 없다. 그렇지만 이번 선거 결과가 나쁘지 않은 건 과거에 경기도에서 보수가 우세하고 서울에서 진보가 우세한 게 관행이었는데, 서울의 집값 상승과 고령화로 인해서 서울의 지지 성향이 나쁘지 않았다. 서울에서 궤멸적인 타격을 입은 것에 대해선 예측하지 못했다. 앞으로는 경제적으로 소외돼 가는 서울 지역 유권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생각을 해야 하는데, 지금 대선주자론 가능해 보이지 않다.”

Q. 비록 낙선했지만 노원병에 출마한 보수후보 중 가장 많은 득표를 했다. 사실상 유일하게 외연 확장에 성공한 케이스로 보인다.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공천에 있어서 강남만 바라보던 사람들이 많아지고, 상대적으로 강북 험지를 관리하는 사람이 적어졌다. 지역 관리를 꾸준히 4년간 해온 제가 돋보이는 상황이 되지 않았나 싶다. 결국은 20~30대를 공략할 능력이 있는 사람이 강북에서 당지지율보다 높은 득표를 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 예를 들어 도봉갑에 출마한 김재섭 전 후보(33)의 경우엔 처음 나와서 40%가 넘는 표를 얻었다. 노원갑·을에선 전·현직 국회의원이 출마했는데 이보다 높은 득표다. 그게 의미하는 게 무엇일까. 젊은 사람의 표를 가져와야 확장성이 생긴다는 것이다.”

Q. 기존 강성 보수들과는 다른 행보를 보여 왔다. 특히 20대 남성들을 대변하는 정치적 활동을 펼쳐 왔다. 이른바 태극기 세력으로부터 많은 비난을 받기도 한다.

“총선 이전이랑 이후를 놓고 보자. 총선 이전엔 하태경 의원과 저를 소위 말하는 태극기 세력이 배신자 담론으로 공격했다. 총선 이후 하 의원과 이준석을 보면 태극기 부대가 원하는 방향으로 가지 않아서 잃는 표, 그리고 얻는 표 어떤 것이 명징하게 이득이 되는지 보여줬다. 어떤 선택을 할 때 유·불리를 고민하게 되면 항상 다수 유권자들을 얻는 방향으로 선택하길 바란다. 굳이 열거하지 않겠지만 매우 강성보수적 표현을 했던 후보들의 성적표가 다 좋지 않았다. 예를 들어 ‘내가 보수다’라고 생각하는 후보들이 대다수겠지만 가끔 ‘자유우파’라는 표현을 쓰는 사람들이 있다. 이 표현을 쓰는 사람들의 득표력이 과연 이번에 더 나았나? 자유우파라는 표현을 쓰는 사람들의 특징이 뭐냐면 본인이 하는 행태보다 보수란 단어 때문에 미움을 받는다고 착각하는 거다. 우파라는 표현을 써서 상대를 좌파로 몰면 유리해지지 않을까 하는 네이밍에 따른 이득을 보려고 한 것 같다. 그러나 이미 자유우파에서 자유가 상징하는 행동 양식과 이데올로기가 뭔지 국민들은 봤고, 우파 진영의 메시지가 어떤지 봤다. 자유우파라는 단어를 쓰는 것 자체가 본인들을 어떻게 인식시킬지 생각해봐야 한다. 실제로 예전에 보수가 우위를 보일 때 태동한 단어가 애국보수이고, 보수에 애국이란 단어를 붙여서 어떤 이득을 보려고 한 사람들이다. 자유우파라고 지칭하는 사람들도 지형상 우위에 있다고 착각하는데, 자유우파에서 자유라는 단어가 좋은 단어면, 민주진보에서 민주는 안 좋은 단어냐. 이미 머리에 띠를 두르고 광장에 나가는 상황에서 본인들이 어떻게 인식될지 알아야 한다.”

Q. 개인적 차원에서 외연 확장이 가능하단 점을 보여줬다. 당 차원에선 어떤 방식으로 외연 확장이 이뤄져야 하나.

“기본적으로 안티(anti) 문재인 만으로 승부가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예전에 안티 박근혜· 이명박이 탄핵 전에 성공하지 못했던 것처럼 안티 문재인이란 구호를 우리가 할 필요는 없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나 윤미향 당선인을 둘러싼 논란을 봤을 때 내부의 모순이 터지는 것 자체가 그런 인식을 키우는 것이지, 통합당이 월·수·금 최고위에서 떠든다고 되는 게 아니다. 항상 얘기하는 거지만 경제·안보·교육에 있어서 새로운 관점이 필요하다. MB가 노무현 정부로부터 정권을 가져올 때, MB가 노 전 대통령을 특정 사안으로 비판했다는 얘긴 들어보지 못했다. 신랄하게 ‘까서’ 집권했단 얘긴 들어보지 못했다. 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이 바닥을 칠 때 MB는 버스 체계 개편이나, 청계천 사업, 이런 것들로 ‘나는 일을 하는 사람’이란 걸 증명해서 정권을 가져왔다. 노무현 정권의 내부적인 모순으로 경제 상황이 악화된 상태에서 MB가 대안 세력이란 점을 보여줬다. 그런 관점에서 문재인 정부의 독선적 경제 정책, 내부의 모순은 국민에게 해를 끼칠 것이고, 그때 대안세력이 될 수 있는지 제시해야 한다. 지금 MB의 노선을 가는 게 이재명 경기지사 같은 사람이다. 통합당은 전혀 MB식의 정권 탈환 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문재인-이재명으로 정권이 넘어가면 김대중-노무현 모델이 될 텐데, 거꾸로 보수 쪽에서는 MB 같은 사람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준석 미래통합당 최고위원 [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Q. 잠시 소강상태지만 김종인 비대위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일각에선 내년 4월 재·보궐선거에서 공천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임기를 2월 정도로 제한하자는 얘기가 나온다.

“내년 4월에 국회의원 보궐선거는 많이 생기지 않을 것이다. 가장 경쟁력 있는 후보를 내는 것 외에 당이 대안 있는 상태인가. 공천권 다툼은 이길 후보가 많을 때 계파 간의 갈등으로 벌어지는데, 지금은 우세가 당연하지 않은 상황이다. 공천권으로 싸울 일은 없다. 만약에 김종인 비대위를 안 하려면 다른 비대위원장 후보군이 나와야 되는데, 과거 김희옥 비대위 경우에 그 분 앞에 5~6명이 있었다고 들었는데 다 거절해서 그 분이 낙점됐다. 그런 상황이 발생하면 안 되는 것 아니냐.”

Q. 김 전 위원장의 비대위 임기는 어느 정도로 하는 게 맞다고 보나.

“김종인이란 사람의 특수성을 고려해보자. 이 분은 2012년 저랑 같이 비대위원할 때도 그렇고, 2016년 민주당의 비대위원장을 할 때도 그렇고 비례대표 국회의원할 때도 그렇고, 본인 의사가 관철되지 않고 하고 싶은 걸 하지 못하게 됐을 때 자꾸 나가는 게 문제다. 이 분이 안 되는 걸 붙들고 앉아서 과거 손학규 전 바른미래당 대표처럼 버티는 사람이 아니다. 저는 거꾸로 그런 걸 염려하는 게 의아하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을 선임할 땐 중간에 나가는 걸 방지할 생각을 해야 된다. 게다가 당헌당규 상으로 비대위의 임기를 정할 수도 없다.(통합당 당헌에서 비대위원회의 임기는 ‘비상상황 종료시’로 규정하고 있다) 김희옥 비대위나 김병준 비대위가 전대 시점을 얘기했지만, 그건 정치적 선언이지 아무런 의미도 없다. 연말까지 하자고 했는데 너무 잘하면 연기하자는 얘기가 나올 거다. 명문화하는 것이 의미가 없다.”

Q. 비대위 체제가 들어선다면 당의 지도체제(현재 단일성 집단지도체제)나 경선룰 등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집단지도체제를 얘기하는 사람도 있는데 그랬을 때 오히려 짠맛을 경쟁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당당하게 당대표 선거에서 다수가 돼서 이기는 것 외엔 방법이 없다. 황교안 전 대표가 선출될 때 여론조사를 포함해서 7만표 정도를 얻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4만표를 넘게 얻은 걸로 돼 있다. 당시 김진태 의원도 출마를 했으니까 (강성보수와 중도보수의) 실제 구도가 7:3 정도라고 본다. TK강경보수와 수도권 중도보수의 차이가 7:3 정도인데 여기에 물 타기를 하기 위해선 당원 3만~4만명 정도 충원하는 것 외엔 답이 없다. 무조건 물을 타는 것밖엔 답이 없다. 당원 수의 불리함을 각오하고 통합하려고 했다면 극복을 위한 노력을 해야 된다. 이번 총선 결과에 대해 의미 있게 보는 건 좌파 진보 세력이 드디어 호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공천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민주평화당이나 호남 토호들, 또는 지역 영주형 정치인들과 진보진영이 꽂은 사람들이 맞붙은 선거에서 진보진영이 꽂은 사람들이 압도적으로 이겼다. 호남의 짠맛을 빼는 것을 성공적으로 진행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지난 2010년 문성근씨를 비롯한 친노 세력이 한 백만송이 국민의 명령이란 민주당 가입 운동을 펼쳐 호남과 결탁했던 손학규 민주당의 짠맛을 희석했고, 2016년 총선 전 온라인 당원 가입 열풍을 일으켜 또 짠물을 뺐다. 두 번의 짠물을 빼는 작업을 해서 저런 친노·친문 정당이 된 거다. 주류를 빼기 위해선 짠물을 빼는 작업을 해야 한다. 담수를 공급해야 하는 거다. 룰 문제도 충분히 이겨낼 수 있다. 새누리당이나 보수 계열 인사들의 단점이 뭐냐면 일하는 걸 지지리 싫어한다는 거다. 바른미래당 합당 때 바른정당 출신이 7만명, 국민의당 출신이 23만명이었는데 우리가 전대 때 총 득표가 많았다. 결집할 수 있는 당원이 얼마나 들어오느냐에 따라 당원 수의 불리함은 극복이 가능하다. 그게 바른정당 출신 당원이 보여준 거고, 친노 세력이 보여준 것이다. 그건 앞으로 계속해야 된다. 황 전 대표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차이가 3만표 정도다. 2000~3000명 정도 당원을 확보한 지역구가 10개만 돼도 극복이 가능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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