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의료 도입 논란] ①‘생명이냐, 산업이냐’…정치적 논쟁에 용어 혼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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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철 기자
입력 2020-05-2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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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대했던 與 입장 선회…포스트 코로나 중점 사업으로

  • 文정부 집권 후반기 드라이브 예고…野 강한 반발 예상

최근 정치권에서 정책적인 이슈 가운데 가장 논쟁이 뜨거운 현안은 원격의료 도입이다. 현행법상 ‘불법’에 속하는 원격의료 도입에 대한 찬반 논쟁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사상 초유의 감염병으로 인한 ‘비상시국’에 전화상담 등 한시적으로 원격진료가 허용됐기 때문이다.

현재 생명 우선주의와 산업 육성이라는 원격의료 도입을 둘러싼 해묵은 논쟁에서부터 정권 차원의 정치적 입장까지 ‘전선’이 넓어진 상태다. 여기에 원격의료와 비대면 의료라는 용어에 대한 소모적인 논쟁이 더해졌다. 아주경제는 원격의료 도입과 관련된 쟁점과 정부, 여야의 입장을 짚어봤다. <편집자주>

먼저 원격의료의 개념부터 살펴봐야 한다. 원격의료는 컴퓨터·화상통신·스마트폰 등 정보통신기술(ICT) 기기를 이용해 말 그대로 의사가 멀리 떨어져 있는 환자를 진료하는 것이다.

통상 의사와 환자 사이에서의 진료 및 치료 행위를 말하지만, 의사와 의사 사이에서 의료지식이나 기술을 지원하는 것도 넓은 의미에서의 원격진료에 포함된다. 의사와 환자 간의 원격의료는 질병을 진단하고 처방하는 원격진료와 환자의 건강 상태를 파악하고 상담하는 원격 모니터링을 나눠진다.

원격의료 문제는 정부의 각 부처와 연관이 있다.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 중소벤처기업부를 비롯해 보건복지부가 가장 크게 연결돼 있다. 의료계의 반대도 복지부가 앞장서야 되는 상황이다.

19일 국무총리실에 따르면, 정세균 국무총리는 원격의료의 추진과 관련해 복지부에 힘을 실은 것으로 전해졌다. 기재, 산업, 중기부 등은 산업 육성 차원에서 자칫 오해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 총리는 지난 17일 KBS 1TV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서도 “이 문제는 앞으로 국회에서도 논의해야 되고 국민의 의견도 들어야 되고 의료계와도 협의해야 된다”면서 “결국은 의료적인 차원에서 얘기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원격의료 도입의 불씨를 당긴 것은 청와대다. 문재인 대통령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원격의료를 ‘비대면 의료’라는 이름으로 ‘한국판 뉴딜’의 한 축으로 삼겠다고 천명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14일 국무회의에서 “디지털 기반 비대면 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밝힌 데 이어 이달 10일 취임 3주년 특별연설에서도 비대면 의료 서비스를 포스트 코로나 시대 개척을 위한 중점 육성 사업으로 꼽았다.

정부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하기 위한 한국판 뉴딜의 3대 프로젝트와 10대 중점과제를 밝히면서 비대면 의료 시범사업 확대를 주요 과제로 올렸다.

김연명 청와대 사회수석은 지난 13일 원격의료 도입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논쟁이 재촉발됐다.

더불어민주당은 야당 시절 줄곧 원격의료에 반대해왔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원격의료 도입 추진이 가시화될 때마다 ‘의료민영화’를 명분으로 내세웠다.

이에 청와대와 정부가 코로나19 효용성을 입증 받은 ‘비대면 의료’를 공식 추진한다고 밝혔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청와대의 원격의료 도입 검토로 시민사회, 노동계의 중단 요구가 있다’는 질문에 “먼저 허용되고 있는 것은 원격의료가 아니라 비대면 의료”라고 정의하며 “비대면 진료 체계 구축을 추진할 계획이 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코로나19 대응 상황에서 환자와 의료진의 안전을 보호하고 향후 예상되는 제2차 대유행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비대면 진료체계 구축이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의료계가 반대하고 있는 원격의료와 비대면 의료 간의 차이점에 대해서는 여전히 모호한 상태다. 과거 정부에서 반대했던 민감한 사안인 만큼 지지층의 반발을 의식해 용어만 바꾼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청와대 측도 의료영리화와는 상관이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의사의 안전한 진료와 환자의 진료를 받을 권리를 위한 것이라면 어떤 방식이든 공공성을 갖추고 있다고 판단한 셈이다.

분명한 점은 원격의료 든 비대면 의료든 간에 코로나19 사태로 실시된 전화를 통한 ‘의료 상담’에 상당 부분 무게를 두고 있다는 것이다.

정 총리가 원격의료의 주무부처로 복지부를 지목한 것도 이 같은 생각의 연장선상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야권에서는 결국 비대면 의료가 전화 상담에만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야권 관계자는 “시작은 전화 상담으로 하겠지만, 결국 첨단기술을 활용, 접목하겠다는 의도 아니겠느냐”면서 “그렇게 되면 의료민영화 등 산업적인 측면으로 당연히 연결되는데 아니라고 자꾸 말을 하는 것은 말장난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4월 18일 오후(현지시간) 타슈켄트 인하대(IUT)에서 원격협진 시연을 보고 환자와 대화하고 있다. 2014년 개교한 IUT는 우즈베키스탄 정부가 한국의 정보통신기술(ICT) 인재양성 시스템을 전수받기 위해 타슈켄트에 설립한 대학이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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