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양회 키워드]"美·유럽보다 먼저 코로나 극복" 중국은 애국주의 열풍

베이징=이재호 특파원입력 : 2020-05-19 06:00
②더 붉어지는 중국…극좌·애국·보수 양회 계기로 코로나19 승리 선언 체제 우월성 확인 자부심 높아져 習 체제, 애국교육·애국소비 확산

지난 1월 26일 중국 육군군의대학 소속 의료진이 우한의 진인탄 병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신화통신 ]


중국은 매년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개막일에 정부업무보고를 통해 지난해 성과를 과시하고 그해 정책 목표를 제시한다. 

오는 22일 개막하는 전인대에서도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정부업무보고에 나서는데, 이번에는 코로나19 사태 대응에 대한 평가도 함께 이뤄질 예정이다.

전인대가 열리는 해 발생한 일이 업무보고 내용에 포함되는 건 이례적이다. 그만큼 신중국 수립 이후 손에 꼽을 만한 사건이자 위기였다는 의미다.

리 총리는 아마도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을 중심으로 하는 공산당의 영도 하에 전 인민이 단결해 코로나19와의 전쟁에서 승리했다'는 식으로 자화자찬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인들 역시 이 같은 인식에 상당히 공감하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보다 위기를 먼저 극복했다는 자신감, 체제 경쟁에서 우위를 보였다는 자부심이 넘치는 중국은 현재 애국주의 열풍에 휩싸여 있다.

시진핑 체제 들어 정치적으로는 극좌화, 사회적으로는 보수화 성향이 짙어지던 추세에 가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10대까지 집단주의에 빠진 中

시진핑 주석은 지난 8일 열린 당외 인사와의 간담회에서 "각고의 노력 끝에 우한 보위전에서 승리했고 경제·사회 안정에도 성과를 거뒀다"며 "공산당은 인민의 생명을 최우선으로 삼고 전체 국면을 총괄하며 결단력 있게 방역을 이끌었다"고 자평했다.

그는 "사회주의 핵심 가치관의 중대한 의의와 우수한 중화 문명의 역량이 충분히 드러났다"며 "애국주의와 집단주의, 사회주의 정신을 드높였다"고 강조했다.

이번 양회(전인대·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중국 지도부가 대내외에 선전할 내용이 망라된 발언이다.

중국은 코로나19가 처음 발생한 국가에서 신규 확진자가 가장 적은 국가로 입지가 바뀌었지만 이 과정에서 중국 사회의 집단주의가 재확인됐다.

특히 10대인 링링허우(零零後·2000년대 출생)와 20대인 주링허우(九零後·1990년대 출생) 세대가 당국의 코로나19 사태 대응에 열렬한 지지를 보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극심하던 지난 3월 해외에 머물다 중국으로 돌아오는 자국민을 향해 '조국을 힘들게 하는 파렴치한', '극단적인 이기주의자' 등의 비난이 쏟아졌는데 대부분 10~20대의 온라인 댓글 공격이었다.

쉬커신(許家馨)이라는 유학생이 과도한 방역 및 입국자 격리 조치를 비판했다가 '애국주의 교육과 가정 교육 부재의 상징'이라며 십자 포화를 맞은 게 대표적이다.

중국도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젊은층에 대한 애국주의 교육을 한층 강화할 태세다.

루리타오(盧立濤) 베이징사범대 교수는 "고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각종 문제가 발생하는 중국에 실망했느냐'는 질문에 대다수가 단점보다 장점이 많다고 답했다"며 "코로나19 방역 과정에서 선진국 수준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일반적이었다"고 말했다.

전인대에 참석하는 칭다오시 인민대표 황춘양(黃純陽) 변호사는 "애국주의는 민족적 귀속감을 높여 준법 시민으로 양성하는 데 도움이 된다"며 "유아 때부터 애국주의 교육을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관영 중국교육보는 "애국주의 교육의 기본 내용에는 중국 특색 사회주의와 민족 정신, 조국 통일 등이 포함된다"며 "이번 코로나19 방역 과정에서 나온 다양한 모범 사례를 교육 콘텐츠로 적극 활용해야 된다"고 보도했다.

지방정부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실제 산시(陝西)성은 이달 들어 옌안 바오타(寶塔)산 관광구 등 17곳을 애국주의 교육 기지로 신규 선정했다. 기존 애국주의 교육 기지는 8곳이었다.
 

지난 3월 16일 중국 구이양시에서 코로나19 사태 이후 처음 등교한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이 마스크를 착용한 채 수업을 듣고 있다. [사진=신화통신 ]


◆'내수'라 쓰고 '애국 소비'라 읽는다

유례 없는 경제 위기에 빠진 중국이 내수 부양에 주력하는 상황에서 국산품 구매에 열중하는 '애국 소비'가 확산하고 있다. 수입품을 사면 매국노 취급을 받는 분위기까지 감지될 정도다.

정부와 기업 모두 소비자들의 애국 소비 심리를 자극하는 데 열을 올리는 모습이다.

상하이 해방일보에 따르면 '5·5 쇼핑 데이' 행사가 실시된 지난 1~10일 열흘간 각종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통한 온라인 소비 규모가 400억 위안(약 6조9000억원)에 달했다.

같은 기간 상하이 지역의 택배 배송 건수는 7743만8000건으로 전년 대비 26.3% 급증했다. 상하이시가 내수 진작을 위해 기획한 이번 행사는 2분기 말까지 이어진다.

지난 10일 국무원이 징둥·틱톡 등 온라인 기업과 손잡고 개최한 '중국 브랜드 데이(中國品牌日)'에도 라이브 스트리밍으로 중국산 제품을 판매하는 방송이 1만개 이상 개설돼 성황을 이뤘다.

유명 왕훙(網紅)인 리자치(李佳琦)가 진행한 방송에는 1000만명이 넘는 동시 접속자가 몰리기도 했다.

베이징자동차는 베이징(BEIJING)의 영어 스펠링을 브랜드로 삼은 승용차를 다음달 처음 출시한다. 벌써부터 예약 판매 문의가 폭주할 정도로 인기다.

중국인들이 미·중 무역전쟁의 최대 희생양으로 여기는 화웨이는 코로나19 사태 속 애국 소비의 최대 수혜자가 됐다.

지난 1분기 중국의 스마트폰 판매량은 전년 동기보다 22% 감소했지만 화웨이는 오히려 6% 증가했다. 화웨이의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39%로 치솟았다. 지난해 1분기보다 10%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최근 미·중 갈등이 심화하면서 화웨이가 또다시 동정표를 얻고 있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 15일(현지시간) 화웨이에 대해 미국 기술이 적용된 모든 반도체 제품의 수출을 금지하는 규제안을 발표했다.

규제안이 발표된 날 화웨이는 위챗 공식 계정에 피탄된 채로 계속 비행하는 2차 세계대전 당시의 전투기 사진을 게재하며 "상처가 없다면 어찌 피부와 살이 두꺼워지겠는가. 자고로 영웅은 수많은 고난을 겪게 마련"이라는 글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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