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들리든 안 들리든 우린 똑같아"…편견을 깨는 '나는 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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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송희 기자
입력 2020-05-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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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리든 안 들리든 우린 똑같아."

열한 살 보리(김아송 분)는 깊은 고민이 있다. 소리를 듣지 못하는 가족들 사이에서 유일하게 소리를 들을 줄 안다는 점이 바로 그 '고민거리'다. 가족과 신체적으로 다르다는 걸 자각하게 된 그는 혼란을 느끼고 외로움에 빠진다.

매일 아침 등굣길에서 특별한 소원을 빌던 보리는 우연히 소리를 잃을 방법을 알게 되고 소리 없는 세상에서 가족들과 행복하게 살기 위해 거침없이 실행에 옮긴다.

영화 '나는 보리'는 단편영화 '높이뛰기'를 통해 제40회 서울독립영화제·제16회 정동진독립영화제 등 국내 영화제의 주목을 받았던 김진유 감독의 장편 영화다.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감독조합상을 시작으로 제24회 독일 슈링겔국제영화제·제18회 러시아 스피릿 오브 파이어 영화제 등 국내외 영화제를 휩쓸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21일 개봉하는 영화 '나는 보리' [사진=영화 '나는 보리' 스틸컷]

 

'나는 보리'는 열한 살 소녀 보리를 주인공으로 성장과 다름·공존 등 다양한 서사를 풀어낸다. 남들보다 이르게 사춘기가 온 보리가 가족 구성원으로서, 또 사회 구성원으로서 갈등하는 모습은 많은 점을 시사한다. 가족과 유대감을 느끼고 싶은 마음과 차별받는 가족을 지키고 싶은 마음이 충돌하고 혼란 끝에 성장하게 되는 보리의 모습은 관객들에게 진한 여운을 남긴다.

가장 인상 깊은 점은 어떤 극적 연출이나 사건 없이 담백하고 일상적으로 이야기를 풀어낸다는 점이다. 자전적 경험을 바탕으로 만든 만큼 장애를 바라보는 시각과 접근 또한 일상적이고 섬세해 관객들도 편안하게 이야기에 스며들 수 있다. 이러한 김 감독의 연출 방식은 관객들이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장벽을 자연스레 허물도록 유도한다.

기존 영화가 장애를 다뤄오던 방식과 달라 더욱 담백하고 편안하게 느껴진다. 어떤 사건이나 차별에 노출돼, 보리가 상처받진 않을까 전전긍긍하던 마음도 일종의 편견이었다는 걸 느끼게 된다.

배우들의 연기도 훌륭하다. 200:1의 경쟁률을 뚫고 보리 역에 캐스팅된 김아송은 열한 살 보리를 있는 그대로 담아냈다. 보리의 동생 정우 역의 이린하는 영화의 사랑스러움을 극대화하며 부모 역의 곽진석·허지나의 연기력도 더할 나위 없다. 오는 21일 개봉이며 러닝타임은 110분·관람등급은 전체관람가다. 한국 영화임에도 한글 자막 버전으로 완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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