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애프터 웨딩 인 뉴욕' 시대 반영한 크로스젠더…변화를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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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송희 기자
입력 2020-04-2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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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에서 아동 재단을 운영 중인 이자벨(미셸 윌리엄스)은 세계적 미디어 그룹 대표 테레사(줄리안 무어)로부터 거액의 후원을 제안받는다. 조건은 "이자벨이 반드시 뉴욕으로 와야 한다"는 것. 그는 내키지 않지만 아이들을 위해 뉴욕행 비행기에 오른다.

뉴욕에서 마주한 테레사는 묘하게 날 선 태도를 보이고 이자벨은 그가 무례하다고 느낀다. 테레사는 딸 그레이스(애비 퀸)의 결혼식에 와달라며 갑작스러운 부탁을 하고 이자벨은 당혹스러워한다. 그러나 아이들을 위해 결혼식까지 참석하고 그곳에서 과거 연인을 만나게 된다. 20년 전 선택과 결과를 마주하게 된 이자벨은 혼란을 겪는다.

23일 개봉[사진=영화 '애프터 웨딩 인 뉴욕' 스틸컷]


영화 '애프터 웨딩 인 뉴욕'(감독 바트 프룬디치)은 지난 2006년 개봉한 덴마크 영화 '애프터 웨딩'의 리메이크작이다. 두 명의 남성과 한 명의 여성으로 구성됐던 원작 성별을 뒤집어 '크로스 젠더'로 이야기를 풀어낸다.

'사랑의 이름으로' '세계 여행자' '울브스' 등으로 촘촘한 인물 묘사를 펼쳐냈던 바트 프룬디치 감독은 '애프터 웨딩'의 비극적 서사와 딜레마에서 '여성 서사'를 포착한다. 그는 크로스 젠더를 통해 젠더에 따른 다양한 역학 관계 변화 등을 그려낼 수 있다고 판단했다. 현시대의 분위기를 반영한 '애프터 웨딩 인 뉴욕'은 개인적 딜레마는 물론 그를 둘러싼 세상의 불균형 등 다층적 구조까지 그려낼 수 있었다.

물론 이 '여성 서사'에 힘을 싣는 건 미셸 윌리엄스와 줄리안 무어의 섬세한 연기다. 두 사람은 각각 이자벨과 테레사 역을 맡아 여성의 선택과 선택에 따른 결과를 마주하는 모습을 인상적으로 표현해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크로스 젠더'의 한계도 발견된다. 원작이 가진 거대한 서사는 여성 캐릭터로 치환되기 어려운 부분들도 발견되기 마련이다. 테레사가 이자벨의 사적 영역을 침범하며 여성과 모성애에 압력을 가하는 모습은 폭력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바트 프룬디치 감독 역시 이를 우려해 중간중간 장치를 만들고 이를 완화하고자 노력한다.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와 여성들의 연대와 관계를 확대해 서사의 불균형을 맞추고자 했지만 완벽하게 해소하지는 못했다.

바트 프룬디치 감독 특유의 감성과 호흡은 폭풍 같은 사건과 더불어 묘한 긴장감을 끌어낸다. 아름다운 영상미와 조화로운 미술, 음악도 눈여겨 볼만한 부분이다. 23일 개봉이며 러닝타임은 110분이다. 12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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