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경제모델 망가졌다"…유가폭락에 탈원유 비전도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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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세미 기자
입력 2020-05-12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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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우디 6월 산유량 하루 750만 배럴로 감축...4월比 39%↓

  • 부가가치세율은 5%→15%....공공근로자 생계보조금도 폐지

  • "코로나19 경제 위기 속 긴축 대응으로 성장 동요 우려"

세계 최대 원유 수출국 사우디아라비아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유행)과 국제유가 폭락으로 재정이 급속도로 악화하자 세금을 올리고 지출을 줄이는 긴축 조치로 대응에 나섰다. 또 유가가 더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6월부터 추가 감산을 단행하기로 했다.

◆사우디 6월 산유량, 4월 대비 39% 줄어든다

CNN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사우디는 11일(현지시간) 6월에 산유량을 하루 100만 배럴 더 줄이겠다고 밝혔다. 지난 4월 국제 산유국 카르텔인 OPEC+ 차원의 감산 합의에 더해 독자적으로 산유량을 추가 감축하기로 한 것.

사우디는 5월 현재 하루 850만 배럴을 생산하고 있는데 6월에는 750만 배럴로 줄어들게 된다. 러시아와의 유가전쟁 속에 하루 1230만 배럴을 쏟아내던 4월에 비해 39% 급감하는 것이다. 

사우디의 추가 감산 결정을 두고 RBC캐피탈마켓츠의 헬리마 크로프트 글로벌 상품 전략부 책임자는 "그들은 유가를 띄우고 시장을 안정시킬 필요가 있다. 원유 시장이 그들이 ATM(현금지급기)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중동 산유국들은 최근 유가 붕괴로 인해 재정에 직격탄을 맞았다. 사우디의 경우 재정 균형을 맞추려면 국제유가가 배럴당 80달러 수준을 가리켜야 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유가가 여기에 미치지 못하면 재정적자 구멍이 점점 커지는 셈이다. 올해 들어 국제유가는 코로나19로 인한 수요 위축 속에 60%나 추락했다.

간밤 사우디에 이어 쿠웨이트와 아랍에미리트(UAE)도 잇따라 추가 감산 의향을 밝혔지만 유가 하락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세계적인 경제활동 재개 움직임 속에 코로나19 2차 유행에 대한 우려가 덩달아 커진 탓이다.

국제유가 기준물인 브렌트유 선물 7월물은 11일 2.7% 떨어진 뒤 12일 아시아 시장에서도 0.4% 추가 하락해 배럴당 29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부가세율 3배 높이고 사회 보장 축소...긴축 고삐

사우디는 또 불어나는 재정 적자에 대응해 부가가치세(VAT)를 3배로 높이고 공공 근로자 보조금을 폐지하는 등 긴축에 나서기로 했다. 이에 따라 사우디의 부가가치세율은 7월 1일부터 현행 5%에서 15%로 높아진다. 2018년부터 공공부문 근로자에 매월 1000리얄씩 지급하던 생활비 보조금은 사라진다.

세수를 늘리고 지출을 줄이는 이번 조치로 1000억 리얄(약 33조7300억원)어치 재정 효과가 기대된다고 사우디국영통신사(SPA)는 11일 전했다. 이는 올해 예산의 약 10%에 상응하는 규모다. 

사우디는 또 홍해 관광허브 조성과 수도 리야드 외곽 엔터테인먼트 도시 건설 시간표를 늦추기로 했으며, 탈석유 경제개혁 프로그램인 '비전 2030' 사업비도 감축하기로 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위기 속에 긴축을 단행하는 이번 조처를 두고 역효과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블룸버그 이코노미스트들은 "사우디의 경제 모델은 망가졌다. 사우디 정부는 최근 수년 동안 재정 여력을 조성하는 데 실패했다. 대신 사우디는 경제가 코로나19로 전례 없는 위기를 맞는 상황에서 지출을 줄이고 세금을 올리기로 했다. 이런 정책 도구는 구식이며 안정 대신 성장세에 동요를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진=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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