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완의 월드비전] 미.중 공조없이 대공황급 세계 경제 위기 극복 가능할까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이수완 논설위원
입력 2020-05-10 14:38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사진=AP·연합뉴스]




미국과 유럽이 코로나19 여파로 휴면상태에 들어갔던 경제활동에 다시 시동을 걸고있다. 투자 심리도 개선되면서 각국의 증시도 반등하고 있다. 코로나19의 2차 확산으로 봉쇄조치가 다시 강화되지 않는다면 세계 경제가 다시 코로나 사태 이전의 모습으로 되돌아 갈수 있다는 희망 섞인 기대감이 작용하고 있는 듯하다. 지구촌이 과연 코로나 팬데믹의 충격에서 쉽게 벗어날 수 있을까? 100년전 스페인 독감은 전 세계적으로 수천만명의 목숨을 잃게 했다. 이번 전염병 사태의 인명피해는 스페인 독감에 비교할 바 아니지만 반대로 경제적 충격은 엄청나다. 스페인 독감 당시에도 대규모 집회 금지 등 사회적 거리두기가 있었지만 바이러스 확산에 대한 각국의 엄격한 정보 통제로 인해 일상적인 경제활동은 큰 지장을 받지  않았다. 지구촌 어디에서나 스마트폰으로 바이러스의 확산을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지금은 공포가 경제 활동을 마비시키고 있다. 또 농업과 제조업이 주력산업이던 100년 전에 비해 지금은 사람들의 접촉이 많은 서비스 산업이 크게 발전했다. 더군다나 전 세계는 원.부자재가 국경을 넘어 완제품으로 제작되는 글로벌 공급망으로 하나처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구조적으로 현재의 세계 경제가 전염병의 위협에 취약한 구조인 것이다.  

세계 경제가 이미 침체기에 들어선 가운데 내로라하는 경제학자들도 코로나 팬데믹 충격이 어느 정도일지 가늠조차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두 달간 미 중앙은행인 연준(Fed)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실시된 무제한 양적 완화(QE)를 다시 소환하며 급한 불을 끄고 있지만 V자 급반등이나 U자형 완만한 회복을 전망하는 전문가도  줄어들고 있다. 즉, L자형 장기 침체나 W자형의 회복세를 각오해야 하는 시점이다. 불난 빌딩에 비교한다면 양적 완화 등 경기 부양책은 소방 헬기이다. 지금 큰 불길은 잡히고 있다지만 이미 건물 내부까지 상당히 타버린 상태이다. 지난 금융위기 극복 과정을 살펴보면 무려 10여년에 걸친 복구 작업 끝에 전 세계는 겨우 경기 침체 그림자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금융위기 발생 이후 미국의 마이너스 성장률은 기저효과로 2011년 3%까지 올라가는 효과를 내기도 했지만 이후 여러해 동안 성장률이 하락하거나 횡보에 그쳤다. 1929년 시작된 대공황의 충격도 뉴딜 정책이라는 막대한 재정투입으로 극복했지만, 미국 경제가 본격적으로 활성화되기 시작한 것은 2차대전 발발로 인한 군수품 수출이 증가한 덕분이었다.

코로나19 사태는 대공황 이후 처음으로 선진국과 신흥국들이 동시에 겪는 있는 범지구적 위기로 전개되고 있다. 또 그 충격이 지진이나 홍수 등 자연재해처럼 일시적이 아니라 인류가 오랜 기간 구축한 생활과 문화, 산업 생태계의 모든 틀을 뒤흔드는 형태로 장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현재 세계 각국이 1차로 코로나 바이러스에 맞서 사투를 벌이고 있지만, 2차로 상대할 적은 생산·소비 위축과 경기후퇴이다. 각국은 급박한 상황을 넘기기 위해 재정 건전성과 부채비율 따위엔 신경을 쓰지 않는 분위기이다. 코로나가 종식된다면 봉쇄와 이동제한으로 억눌렸던 개인들의 소비가 일시적으로 늘어날 수도 있다. 그러나 개인, 기업, 정부 등 경제주체들의 급격히 늘어난 부채는 코로나 사태 이후에도 오랜 기간 경제 회복의 발목을 붙잡을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또 2000년 이후 급속히 커진 글로벌 제조업 공급망도 심각한 위협에 처하면서 세계 경제는 각자도생 모드로  전환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1990년대 이후 나타났던 일본의 장기침체 모습이 향후 전 세계의 '뉴 노멀'이 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도 우리를 긴장케 하고 있다. 세계가 과거와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하면서 기존의 방식과 해법이 통하지 않는 시대로 향하고 있다. 범세계적 위기는 국가 경제력은 물론 국제정치의 대변화도 예고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벌써부터 포스트 코로나 시대 주도권 장악을 위해 치열한 싸움을 확대시키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중국 우한에서 확산이 시작 됐지만 미국은 확진자·사망자 수 모두 1위에 오르는 불명예를 얻었다. 자존심이 상할 대로 상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책임론으로 국내 정치적 위기를 탈출하려 하고 있다. 중국에 치우친 글로벌 공급망의 재편과 함께 새로운 무역전쟁을 추진하며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 1차 무역 전쟁에서 미국은 중국 제품에 고율의 관세를 무기로 했다면 2차 무역전쟁은 단순한 경제보복을 넘어 '세계의 공장' 중국의 위상 자체를 겨냥한 듯하다. 트럼프는 '중국 책임론'으로 국내 정치적 위기를 탈출하고, 자국 제조업을 보호한다는 명분 아래 올 11월 대선의 최대 격전지 러스트벨트(동북부의 쇠락한 공업지대)의 표심을 끌어들인다는 복안이다. 이에 중국은 관영 매체를 총동원, 미 경제가 대공황 이후 최대 슬럼프를 맞자 트럼프가  대선 전략 차원에서 중국을 '희생양'으로 삼고 있다고 반격하고 있다. 그러나 미·중 간의 '신냉전'이 가열되고 각국이 무역 장벽을 높이고 인적·물적 교류를 크게 제한하는 탈세계화 현상이 속도를 낼 경우 세계 경제의 장기침체가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글로벌 경제는 급속히 하강하고 있다. 지난달 국제통화기금(IMF)은 ‘2020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전 세계 경제성장률이 대폭하향 조정된 -3.0%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1930년대 대공황 이후 가장 급격한 하강기로 그만큼 코로나19가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이 매우 크다는 방증이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8일 유럽대학연구소(EUI) 주최 온라인 행사에서  글로벌 통상이 보호주의로 후퇴하면 이러한 전망은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세계 무역을 다시 활성화시키는 것이 글로벌 경기 회복의 핵심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마이클 매카시 'CMC마켓' 수석 전략가는 지금과 같은 세계 경제 위기에서 "미국이 중국과 손을 잡고 경제 회복에 공동으로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무역 분쟁을 확대한다면 경제적 자해행위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대다수 주(州)들이 지난달 16일 코로나19로 중단된 경제활동을 정상화시켰거나 재개를 준비 중이다. 하지만 전대미문의 침체기에 접어든 美 경제가 각종 경기부양책에 힘입어 빠른 회복세로 전환될 것이라는 낙관론은 무너지고 있다. 그동안 미국 경제는 봉쇄조치로 소비 생산 투자 유통 등 실물 경제가 마비되면서  대규모 실업자가 발생하고 있다. 미국 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미국의 실업률은 4월 14.7%까지 치솟았고  5월에는 20%까지 이를 전망이다.  GDP는 지난해 4분기 2.1% 성장에서, 1분기 마이너스 성장(-4.8%)으로 돌아섰다. 2009년부터 10년 넘게 이어오던 경기 확장세가 급브레이크를 밟으며 멈춘 셈이다. 2분기에는 GDP가 역대 최악의 역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지난달 6일 재닛 옐런 전 연준(Fed) 의장은 미 경제매체 CNBC와의 인터뷰에서 2분기엔 최소 -30%를 예상하기도 했다. 경제 셧다운이 거의 해소된다는 가정하에 하반기에 경기가 상당히 반등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미국 주식시장을 보면 1분기 23% 급락했지만 2분기엔 상당한 회복세를 보이면서 하반기 강한 경기회복을 선반영하는 모습이다. 무엇보다도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주도할 아마존, 구글, 애플, 넷플릭스 등 첨단기술기업의 잠재력과 파워. 그리고 연준의 무제한 돈풀기, 11월 미국 대선을 앞둔 트럼프 행정부의 경기부양 '올인'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모습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달 29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마친 이후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2분기 경제지표가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최악"일 것으로 전망했다. 또 "경기 하강의 깊이와 기간이 극도로 불확실하고 코로나19가 얼마나 빨리 통제되느냐에 좌우될 것"이라고 말했다. 두세달 전만 해도 미국은 경기 호황으로 서비스업계에서 유색인종의 일자리가 넘쳐났다. 그러나 사회적 거리두기와 'stay-at-home' 행정명령으로 음식점, 영화관, 쇼핑몰 등이 문을 닫으면서 이들이 가장 큰 타격을 입고있다. 올해 1분기부터 2분기까지 연속해서 마이너스를 나타내면 미국은 기술적으로 경기 침체(recession)에 빠지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많은 경제 전문가들은 미국 경제가 2022년 2분기까지 완전히 회복되긴 어렵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최근 올가을 코로나19의 2차 유행이 올 것이 확실하다고 전망했다.  이럴 경우 미국 경제의 장기 침체는 불가피하다.   

중국으로 눈을 돌려 보자. 코로나의 매를 먼저 맞은 중국은 철저한 방역 조치에 바이러스가 잠잠해지면서 공장과 매장이 문을 다시 열고 소비가 급속히 증가하고 경기부양책까지 더해지면서 경기 회복세에 액셀을 밟는 양상이다. 올해 1분기 GDP는 1992년 중국이 경제성장률을 발표하기 시작한 이후 최악인 -6.8%를 기록했다. 글로벌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는 2분기 중국의 GDP가 1.5%로 반등을 예상했다. 초기 코로나19 대응 은폐로 국제적인 비난의 초점이었지만 AI, 빅데이터, 클라우드, 드론, 로봇 등 4차산업 혁명의 기술을 바탕으로 방역과 주민통제에 성공했다. 아직은 사회적 거리두기 영향으로 제조업 분야에 비해 서비스 분야의 회복은 더딘 편이다. 중국은 역대 최악의 1분기 경제 성적표를 받은 후 사실상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대출우대금리(LPR)를 올해 들어 두번째 인하했다. 이달 21일 열리는 양회(전국인민대표회의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는 GDP 대비 10~20% 정도의 돈을 푸는 초강력 경기 부양책도 기대가 된다. 올해 양회는 코로나19로 두 달 이상 순연됐다. 시진핑 주석은 이번 양회에서 중국이 마침내 코로나19를 극복했다고 대내외에 선언하고 싶어할 것이다. 

한국도 이미 1분기 1.4%의 역성장을 기록하며 내리막 경제가 시작된 상황이다.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코로나19가 미치는 경제 충격은 2분기에 가장 클 것이라고 전망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취임 3주년 특별연설에서 지금의 경제위기를 "바닥이 어디인지, 끝이 언제인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라고 진단하고 3차 추가경정예산안 마련 등  위기극복에 모든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했다. 또 대한민국이 '첨단산업의 세계공장'이 돼 세계의 산업지도를 바꾸고 "성공적 방역에 기초해 인간안보를 중심에 놓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국제협력을 선도해 나가겠다"는 의지도 표명했다. 

인류는 코로나19로 인해 적어도 의료, 경제, 사회 등 3개 분야에서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 바이러스 충격에서 당장 벗어난다 해도 우리의 삶은 코로나 이전과  달라질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의 언급대로 한국은 코로나19 위기를 정면으로 부딪쳐 돌파하고 위기를 새로운 발전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 2라운드, 저성장, 고실업, 부채증가 등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뉴노멀'에 대비해 구체적이고 종합적인 정책을 서둘러주길 바란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