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완의 월드비전] 20일 만에 '깜짝'' 등장 .. '사망설' 잠재운 김정은 위원장이 노리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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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완 논설위원
입력 2020-05-03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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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뉴스 비웃듯' 다시 나타난 김정은 (서울=연합뉴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노동절(5·1절)이었던 지난 1일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에 참석했다고 조선중앙TV가 2일 보도했다. 사진은 준공식 현장에서 자신감에 찬 김 위원장의 모습.[조선중앙TV 화면 캡처]



북한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공개 활동 소식을 20일 만에 전함으로써 그의 신변을 둘러싼 온갖 억측을 잠재웠다. 김 위원장이 지난달 15일 집권 이후 처음으로 김일성 주석의 생일에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하지 않으면서 국내외 언론은 그의 건강이상설을 경쟁하듯이 마구 쏟아냈다. 그는 마침내 노동절인 1일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에 '함박웃음'과 함께 '깜짝' 재등장했다. 북한 조선중앙TV는 김 위원장의 건강이상설을 불식시키듯 평소처럼 자연스럽게 걸으며 담배를 피우는 모습까지 공개했다.  그의 잠행기간 동안 우리 정부가 "북한에 특이 동향이 없다"고 여러차례 강조했지만 30대 중반 나이의 김 위원장이 심혈관계 시술을 받고 난 후 식물인간이 되었다는 등 소위 '가짜뉴스'가 날개를 달고 요동을 쳤다. 특히 태영호. 지성호 탈북민 출신 국회의원 당선자들까지 김 위원장의 중병설과 사망설에 가담해 혼란을 더욱 부추겼다.

정보 유출 통제가 철통 같은 북한에서 내부적으로 무슨 일이 있는지 외부세계가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특히 북한의 핵심 통치 권력에 대한 주변 정보는 철저히 차단되어 있어 노동신문이나 조선중앙통신 등 북의 관영 매체 보도 말고는 다른 국가의 언론이 독자적으로 확인하여 전할 방법은 극히 제한적이다. 이번에도 김 위원장의 건강상태를 아는 사람은 부인이나 여동생 등 최측근뿐일 가능성이 크다. 그리하여 북한 최고지도자에 대한 신변이상설은 그 정보를 북한을 오가는 소식통이나 내부 정보원을 통해 얻었다 하다라도 신빙성이 거의 '제로'라고 할 수 있다. 반북 보수성향의 북한전문매체 데일리NK는 20일 익명의 북한 '내부 소식통'을 인용하여 이번 김 위원장의 건강이상설을 처음 제기했다. 이 매체는 김 위원장이 지난 12일 김씨 일가의 전용병원인 평안북도 묘향산 내의 향산병원에서 혈관 수술을 받고 회복 중이며 의료진들의 치료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CNN은 21일 "US monitoring intelligence that North Korean leader is in grave danger after surgery"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김 위원장이 수술 후 위중한 상태라는 정보를 모니터하고 있다는 미 당국자의 말을 인용보도 했다. 이 방송은 데일리NK 보도내용도 거의 그대로 인용해 내보냈다. 2일 통일부 관계자의 설명처럼 근거없는 추측성 보도가 연쇄적으로 쏟아지는 '인포데믹(거짓정보 유행병)이 시작된 것이다.

CNN의 보도 이후 국내외 주요 매체는 김 위원장 건강이상설을 거의 매일 추종 보도하면서 코로나19 펜데믹 사태 와중에도 전 세계의 이목이 그에게 쏠렸다.  그러나 대부분 보도는 하드 팩트(hard fact)라기보다는 대북 전문가의 추측이나 익명의 소식통이 전한 허위 정보나 과장된 주장을 제대로 검증없이 그대로 받아적는 수준에 머물렀다. 한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김 위원장이 정상적으로 국정운영을 하고 있으며 특이 동향이 없다는 계속된 설명에도 불구하고 일부 언론은 이와 배치되는 '사망설', '위중설'을 지속적으로 보도하며 엇박자를 냈다. 또 김 위원장 유고 시 후계 문제까지 집중적으로 다루면서 국민들에게 북한이 실제로 긴급상황에 처한 인상을 주며 국민의 불안감을 고조시켰다. 특히 주영 북한대사관 공사 출신으로 4·15 총선에서 당선된 미래통합당 태영호 당선인은 28일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가지 분명한 것은 김 위원장이 스스로 일어서거나 제대로 걷지 못하는 상태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2018년 트럼프 미 대통령 의회 국정 연설에 등장해 화제가 된 탈북민 출신 미래한국당 지성호 비례대표 당선인은 1일 '대북 소식통'의 정보라며 "김 위원장의 사망을 99% 확신한다"고 주장했다. 사망 시점으로 '지난 주말'을 언급했고 수일 내 북한의 공식 발표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동안 북한 내부 정보에 정통한 것으로 세간에 알려진 이들의 '아니면 말고식' 무책임한 발언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것은 당연하다. 그들의 '대북 정보력'에 대한 한계는 물론이고 '국회의원 자질론'까지 연결되는 사안이다. 당장 여당에서는 국회의원 당선인 신분으로 근거없는 허위 정보로 거짓 선전을 했다며 대국민 사과를 요구했다.

유일영도체제인 북한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오랜기간 공식석상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면 그 자체가 뉴스이다.  핵무기를 보유한 북한의 급변 사태는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 지역 안보에 미치는 충격파가 지대하다. 때문에 국내외 언론은 관련 정보를 얻기 위해 촉각을 곤두세우며 취재 경쟁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매번 되풀이 되는 북한에 대한 오보를 방지하려면 대북 정보력과 신뢰성을 갖춘 취재원 확보와 보다 신중한 정보 분석이 필요하다. 양무진 북한 대학원 교수는 "특히 탈북자 출신들이 총선 당선으로 가짜 뉴스를 제작 생산 유포하는 세력들이 힘을 얻고 이를 이용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에 대한 무분별한 가짜 뉴스는 남측에 경제, 안보, 사회 등 여러 분야에 불필요한 혼란과 위기감을 증폭시킨다. 이것이 바로 김정은과 북한 정권이 노리는 점일 수도 있다. 이병종 숙명여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북한 당국은 남한이나 서방에서 자신들에 대해 억측을 하고 오보를 내는 것에 대해 즐기는 듯하다"며 "어떤 면에서는 언론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 그런 전략을 쓰는 듯 보인다"고 말했다. 또 "출처 불명의 정보들을 언론이 아무런 검증 없이 보도하면서 문제가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이에 대한 대책으로 "언론사가 북한 관련 전문가들의 과거 발언을 검증해 허위 사실을 유포한 적이 많은 인사들을 추려내 퇴출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한에 대한 가장 믿을 만한 정보를 가진 곳은 다름아닌 과학적 통신 감청이나 '인간 정보'를 통해 종합적으로 북한 동향을 수집하여 분석하는 우리의 군과 정보 당국이라 할 수 있다. 우리 정보 당국은 '휴민트(감청.인간정보)뿐 아니라 미국의 첩보위성이나 정찰기가 제공한 영상 정보까지 공유하고 있다. 지난 2014년 김 위원장이 40일 동안 모습을 감추었을 때  우리 당국은 그가 발목의 물혹 제거수술을 받은 사실을 공개하기도 했다.  당시 김 위원장은 공개활동을 재개할 때 지팡이를 짚고 나타났다.  만약의 한반도 긴급사태에 신속히 대응하려면 미국과 공조를 통해 대북 첩보능력을 지속적으로 키워나가야 한다. 이와 동시에 우리 정부는 대북 정보에 목말라하는 국내와 해외 언론에 대해 공식적인 또는 '백그라운드' 브리핑 기회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국가 안보상 너무 민감해 보도하지 말아야 할 사안은 비공개(off the record)로 하면 된다. 필자가 외신기자 시절 김대중 정부는 수시로 이런 브리핑을 통해 정부 당국자와 내외신 기자들과의 간극을 상당히 좁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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