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석준의 취준생 P씨](3) "AI 인재양성, 열풍에만 편승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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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준 기자
입력 2020-05-11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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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I에 대한 열정으로 취업 준비했지만..."문턱 높아"

  • '너도나도'식 AI 교육, 취업시장 내 차별화 어려워

  • "AI는 신생 분야인 만큼 장기적인 지원 제도 필요"

[편집자주] 올해 2월 기준 국내 취업준비생(취준생)은 약 115만명입니다. 누구나 이 신분을 피하진 못합니다. 준비 기간이 얼마나 길고 짧은지에 차이가 있을 뿐입니다. 취준생이라 해서 다 같은 꿈을 가진 것도 아닙니다. 각자 하고 싶은 일, 잘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기 위해 노력합니다. 다만 합격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는 것만은 같습니다.

목표를 이루기 위해 달려가는 취준생들에게 쉼터를 마련해주고 싶었습니다. 매주 취준생들을 만나 속 이야기에 귀기울이고 응원을 건네려고 합니다. 인터뷰에 응한 취준생은 합격(pass)을 기원하는 마음을 담아 P씨로 칭하겠습니다.


세 번째 P씨(28)는 4차 산업혁명으로 뜨고 있는 인공지능(AI) 분야를 준비하는 취준생이다.

AI는 자율주행차, 로봇, 사물인터넷 등 다양한 분야에 사용되는 첨단 기술이다. 우리 일상생활에서도 쉽게 만날 수 있다. 스마트폰에 탑재된 ‘시리’, ‘빅스비’ 등은 대표적인 AI 기술이다. 최근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대면 면접이 불가능해지면서 AI 면접도 주목받고 있다.

성장하는 분야인 만큼 인재 양성 제도도 많이 마련됐다. 한국고용정보원이 관리하는 직업훈련포털에서 확인된 AI 관련 구직자 지원과정은 지난 8일 기준 총 10건으로, 모두 훈련비 ‘전액 정부지원’으로 모집 중이었다. 부산, 광주, 강원, 창원 등 지자체는 앞다투어 AI 교육 운영사업을 유치하고 있다. 

◆"AI 관심에 오랫동안 준비했지만"···면접 문턱 높아

P씨는 대학교에서 데이터 코딩 공부를 시작했다. 재미에서 시작된 열정은 AI 분야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대학교 졸업 후 P씨는 끝없이 갈림길 앞에 놓였다. 대기업이 내놓은 AI 분야 입사 공고에는 ‘석사 우대’라는 조건이 포함돼 있었다. 스타트업 진출도 고려했지만 쉽게 결정하기 어려웠다. P씨는 "AI 분야에서 대기업과 스타트업 간극이 너무 크다”며 “대학원 박사 과정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스타트업 입사로는) 자금을 모으기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후 교수, 선배들의 권유에 따라 대학원을 진학했다. 취업 준비 과정은 진학 전과 다를 바 없었다. 자소서를 쓰고, 인적성 시험공부를 했다. 틈나는 대로 실무 연습도 하면서 입사 지원을 이어왔다. 그 과정에서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기업이 정말 인재를 뽑을 줄 알까’ 하는 점이다. 필기시험 격인 NCS(국가직무능력표준) 시험이나 인적성 평가에서 전공 분야에 대한 능력을 점검한다는 느낌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기업 내부에서도 아직 혼란을 겪는 눈치다. P씨가 취업 박람회에서 기업 실무진에게 AI 분야 채용 과정에 대해 묻자 "아직 정립이 안됐다", "경쟁은 똑같이 하는 게 현실이다", "다 그냥 있는 것 같아도 잘 짜여진 인사 프로세스로 계획한 것" 등의 답이 돌아왔다.
 

P씨는 "귀신같이 코딩을 잘하면 불안감이 없다"며 매일 데이터분석을 연습했다. [사진=P씨 제공]


P씨 입장에서는 AI 관련 단기 교육을 받은 사람들과의 경쟁도 걱정되는 부분이다. 정부 주도의 인재 양성이 필요하다는 데 동감은 하지만 무분별한 인재 양성 정책이 오히려 오랫동안 AI 분야를 준비해온 학생들의 취업길을 막을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한국고용정보원이 제시한 AI 관련 구직자 교육 과정 10개 모두 훈련일이 130일 내외였다. 대학교 학사 과정이 4~6년에 이르는 것과 비교하면 넉 달 남짓한 이들 교육 과정 기간은 턱없이 짧다. 차별화가 어려운 상황에서 경쟁률만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AI 분야에서는 수학과 통계 등에서 기반을 쌓고 논문, 코딩 등 나만의 방법론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나와 비전공자가 경쟁할 때 서류를 넘어 인적성 시험 등에서 내가 차별점을 어필할 수 있을까에 대해 의문이 든다. 일단 면접까지 가는 게 엄청 어렵다”고 P씨는 어려움을 호소했다. 

◆"AI 산업 인재 육성 위해선 장기 교육 필요"

한국경제연구원이 2019년 12월 국내 산업계, 학계, 연구원 등에서 AI 관련 연구를 하는 전문가 3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AI 인력이 부족하다는 대답은 60% 수준으로 나타났다. 필요 인력은 10명인데 4명밖에 충원되지 않는다는 대답이 나왔다. AI 전문 인력 양성·확보 방안으로는 ‘국내외 AI 석박사 채용’이 89%(복수응답)로 가장 많았다.

전문가들은 아무리 일손이 부족하더라도 AI 시장에서의 인력 충원에는 장기적 안목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김진형 중앙대 소프트웨어대학 석좌교수는 “현장에서 일하던 사람이 새 기술을 배우기 위해 3~4개월 교육받는 건 가능하지만, 경험 없는 사람이 단기간 교육받은 것은 한계가 있다”며 “AI 분야에 대해 잘 모르는 이야기”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외국에서 '대학 졸업'은 현장에서 일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엔지니어를 의미한다”며 “한국도 대학에서 AI 분야를 공부하고 싶은 사람을 찾아서 장기적으로 제대로 지원해주는 제도가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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