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부인·묵묵부답·꾸벅꾸벅' 3연타에 분통 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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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현 기자
입력 2020-04-27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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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판 쟁점 '헬기 사격' 분명하게 부인...이후 침묵·꾸벅꾸벅

  • "과거 조사 신빙성 있나?"...재판 중 "전두환 살인마" 외침도

  • 귀가하는 전씨 차에 '달걀 세례'...다음 재판은 6월 1일·22일

피고인 전두환 전 대통령(89)이 27일 광주법정에 다시 섰다. 작년 3월 이후 1년여 만에 재판장을 찾았지만, 고함만 치지 않았을 뿐 그의 태도는 여전했다. 이날 재판에서 전씨는 "헬기 사격은 없었다"고 명확하게 부정한 후, 책임을 추궁하는 질문에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다 재판 내내 꾸벅꾸벅 졸았다.

전씨는 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의 헬기사격을 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를 자신의 회고록에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로 비난한 혐의(사자명예훼손)로 광주지방법원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쟁점은 크게 두 가지로, 헬기사격이 실제로 있었는지 여부와 전씨가 이러한 사실을 알고도 조 신부를 비판하는 내용을 자서전에 포함했는지 여부다.
 

27일 광주지방법원에서 열린 형사재판에 피고인으로 출석하기 위해 법원에 들어서는 전두환 전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대한건아가 했을리 없어" 분명한 어투로 헬기 사격 부인

전씨는 이날 오전 8시 25분께 부인 이순자씨(81)와 함께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을 출발해 낮 12시 19분경 광주지법 후문을 통해 법정동 후문에 도착했다.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다고 알려진 전씨는 경호원이 내민 손을 잡고 건물 안으로 걸어갔지만, 특별히 거동이 불편한 모습은 아니었다.

그는 "이렇게나 많은 죄를 짓고도 왜 반성하지 않는가, 수많은 사람이 죽었는데 왜 책임지지 않는가"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돌아보거나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경호원을 따라 이동했다. 작년 전씨는 발포명령을 부인하느냐는 질문에 "왜 이래"라고 고함치기도 했다.

재판은 이날 오후 1시 57분부터 광주지법 201호 형사대법정에서 형사8단독 김정훈 부장판사 심리로 3시간 25분간 진행됐다.

검사의 공소사실을 인정하느냐는 재판장의 질문에 전씨는 "내가 알고 있기로는 당시에 헬기에서 사격한 사실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비교적 분명한 어투로 혐의를 부인했다.

전씨는 "만약에 헬기에서 사격했더라면 많은 희생이 있었을 것이다. 그런 무모한 헬기 사격을 대한민국의 아들인 헬기 사격수 중위나 대위가 하지 않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후에는 재판 내내 졸다가 깨기를 반복하는 모습을 보였다.
 

27일 광주지방법원에서 열린 형사재판에 피고인으로 출석한 후 법원을 떠나는 전두환 전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검찰 과거 조사 신빙성 놓고 공방..."전두환 살인마" 울분은 여전해

이날 재판에서 검찰과 변호인은 1995년 검찰 조사와 5·18 당시 광주에 출동한 군인들의 진술 신빙성을 놓고 공방을 벌였다.

전씨의 법률대리인인 정주교 변호사는 "1995년 검찰 스스로 헬기 사격은 사실이 아니라고 결정한 사안임에도 검찰이 한마디 해명도 없이 공소를 제기한 것은 자기모순이다. 시류에 따라 기소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그간 100여명에 이르는 조종사와 정비사 등 헬기부대 관계자와 계엄사 군인들의 진술이 전혀 없었기에 증언에 신빙성이 없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이에 대해 "당시 검찰 결정문을 보면 헬기 사격 주장이 있었지만 사상자를 발견하지 못해 내란 범죄로 기소하지 못했다"며 "기존 검찰 결정과 다르지 않다"고 반박했다.

이어 "헬기 조종사나 공수부대 관계자들은 기소되지 않았다뿐이지 군사 반란의 행위자들"이라며 "자신들이 책임질 만한 진술을 하지 않는 것은 너무 당연하고, 상식적으로도 맞지 않는다"고 맞섰다.

정 변호사는 국방부 특별조사위원회가 조사 결과 헬기 사격을 인정한 데 대해서도 "국민을 분열시키고 역사를 왜곡하려는 일부 세력의 무책임한 주장이다. 군이 광주시민을 적으로 규정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를 듣던 방청객 한 명은 "그럼 광주시민을 누가 죽였습니까? 공수부대가 죽였잖아! 저 살인마, 전두환 살인마"라고 큰소리로 항의하다가 법정에서 퇴정당하기도 했다.

이날 재판은 한 차례 휴정을 거친 뒤 오후 5시 22분께 마무리됐다.
 
전씨 부부는 오후 5시 43분께 광주시민들의 거센 비난과 항의를 받으며 승용차에 타고 법원을 떠났다. 이때 법원 밖에서 길목을 지키던 5·18단체 관계자가 차량에 계란을 던지며 분노를 표현하기도 했지만 큰 물리적인 충돌은 없었다.

5·18 단체 관계자는 "전두환이 제대로 된 처벌을 받지 않고 호의호식해 5·18 영령들에게 부끄럽다"며 "전씨가 5월 영령들에게 사죄할 생각이 없어 보이는 만큼 강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 재판은 6월 1일 오후 2시와 6월 22일 오후 2시에 열리며 각각 검찰 측과 피고인 측 증인신문을 진행한다. 광주 전일빌딩 탄흔을 감정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관계자와 5·18연구소 교수가 증인으로 출석한다.
 

27일 전두환 전 대통령이 사자명예훼손 사건 재판과 관련해 ㅌ광주지방법원으로 들어가자 오월 어머니회원들이 법원 입구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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