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효백의 新경세유표27] 세월호 7시간 비밀, 단숨에 합법적으로 푸는 비결

강효백 경희대 법무대학원 교수입력 : 2020-04-28 06:00
역대급 슈퍼악법 <대통령기록법>제17조 세계 최장 한국 대통령 기록물 보존 기간

강효백 경희대 법무대학원 교수

∙ 법이 폐단이 생겨 백성에게 해가 된다면 그 법은 고쳐야 마땅하다. - 율곡 이이

∙ 현행 한국 법령 대부분을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위하여 어떻게 왜 도입하였는지 짚어보면 대략 다음과 같은 견적이 나온다. 악법 40%, 졸법 30%, 사(死)법 20%, 호법(好法) 10% - 강효백

∙ 국민은 정부가 무엇을 결정하였는지뿐만 아니라 왜, 어떤 과정을 거쳐서 결정하였는지 알 권리가 있다. - 38대 미국 대통령 제럴드 포드

∙ 남이 알게 하지 못하려거든 그 일을 하지 말라, 온 세상의 죄악은 비밀리에 하는 일에 빚어지기 마련이다. -다산 정약용

∙ 세계 최장 한국의 대통령기록물 봉인 기간(15~30년), 미국의 대통령 기록물 봉인 기간 5~12년, 프랑스· 영국·독일·호주 등 기록물 봉인 기간 없음. - 강효백


◆세월호 7시간 비밀과 '고르디우스 매듭'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소속 송기호 변호사가 지난 16일 세월호 참사 당일 대통령의 ‘7시간 행적’ 등이 담긴 당시 보고서 기록물 목록을 공개해야 한다는 취지의 상고이유서를 대법원에 제출했다.

그는 대통령지정기록물 해제 권한이 국회에 있다며 “새로 구성될 21대 국회의 첫 번째 의안은 세월호 문서 공개여야 한다. 3분의 2 찬성으로 결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송기호 변호사뿐만 아니라 대다수 지식인들이 생각하는 세월호 7시간 비밀을 푸는 최선의 합법적, 합리적 방법이다. 즉 국회재적의원 3분의 2 찬성 (국회의원 200명) 제안으로 세월호 문서공개를 결의하는 방법 말이다. 그게 아니면 이 법이 국민의 알권리를 위반했다고 하여 위헌법률심사를 헌법재판소에 제소하는 사법적 해결방법만 생각하고 있다.

이 대목에서 필자의 가슴속에는 무수한 물음표가 생겨난다. 우리는 왜 풀리지 않는 고르디우스 매듭을 풀려만 하고 있는가? 대통령기록물을 열람하는게 무슨 헌법 개정안 통과라도 되는 것처럼 지극히 어려운 일인가? 우리는 왜 헌법개정안 의결과 똑같은 정족수 국회의원 재적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대통령기록물을 열람할 수 있는 말도 안 되는 '슈퍼악법'의 테두리내에서만 몸부림치고 있는가?

우리는 누가 왜 무엇을 위하여 만들었는지도 모르는 법을 고쳐서는 큰 일이라도 나는 것처럼 여긴다. 기존 법을 절대불변의 수학공식으로 간주하고 있는 것이다. 법을 암기 해석하는 해석법학적 체계유지적 사고방식에 머물러 있다. 극소수법만 악법이고 대다수 법은 좋은 법이니 무조건 그 법에 따르려는 프레임에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법은 지키라고도 있지만 고치라고도 있는데. 고르디우스 매듭을 푼 알렉산더 대왕처럼 체계선도적 사고는 불가능한건가?

◆역대급 슈퍼악법 <대통령기록법>제17조

누가 필자에게 한국 법령 중 최악의 악법 다섯 개만 꼽아보라고 채근한다면 서슴없이 <대통령기록물관리에 관한 법>(약칭 대통령기록법)을 역대급 '슈퍼악법'으로 꼽겠다. 이 법의 입법취지 제1조 국정의 투명성과 책임성 제고(1)*에 정면으로 반하는 제17조 때문이다.

'세월호 봉인'이라니, ‘국민의 알 권리’(헌법 제21조)를 무시하고 '봉인'해야만 할 법적 근거와 법리 법익은 도대체 무엇인가?

대통령지정기록물의 열람이 제한될 수 있는 경우 <대통령기록법> 제17조1항에 나열돼 있다.

1. 법령에 따른 군사·외교·통일에 관한 비밀기록물로서 공개될 경우 국가안전보장에 중대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기록물

2. 대내외 경제정책이나 무역거래 및 재정에 관한 기록물로서 공개될 경우 국민경제의 안정을 저해할 수 있는 기록물

3. 정무직공무원 등의 인사에 관한 기록물

4. 개인의 사생활에 관한 기록물로서 공개될 경우 개인 및 관계인의 생명·신체·재산 및 명예에 침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 기록물

5. 대통령과 대통령의 보좌기관 및 자문기관 사이, 대통령의 보좌기관과 자문기관 사이, 대통령의 보좌기관 사이 또는 대통령의 자문기관 사이에 생산된 의사소통기록물로서 공개가 부적절한 기록물

6. 대통령의 정치적 견해나 입장을 표현한 기록물로서 공개될 경우 정치적 혼란을 불러일으킬 우려가 있는 기록물

세월호 7시간 비밀을 봉인해야 할 근거가 위 6개 항목에 어디에 해당되는가?

제17조 ③항 보호기간은 15년의 범위 이내에서 정할 수 있다. 다만, 개인의 사생활과 관련된 기록물의 보호기간은 30년의 범위 이내로 할 수 있다.

2017년 3월 14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세월호관련 기록물을 개인의 사생활과 관련된 기록물로 자의적으로 해석, 보호기간을 15년이 아닌 30년으로 지정했다.(2017.3.14. KBS 9시뉴스). 세월호 기록물이 개인의 사생활과 관련된 기록물인가?

◆'세계 최장' 한국 대통령 기록물 보존 기간

미국, 프랑스, 영국, 독일, 호주 등 세계 각국의 ‘대통령(총리)기록법’의 정보 공개와 공유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런데 한국의 대통령기록법만 그와 정반대로 ‘비밀 봉인’에 주력하고 있다.

언·관·학 각계에선 대통령기록물을 마치 조선 시대의 사초(史草)나 미국의 중앙정보국(CIA), 구소련의 첩보기관 KGB, 일본의 내각정보처 등의 비밀문건쯤으로 잘못 인식하고 있다.

세계 주요국가의 대통령기록물 관련법제를 비교해보자

미국은 1978년 제정된 <대통령기록물법(Presidential Records Act, PRA)>에 의해 대통령 기록물 공개가 원칙이다. PRA는 대통령 관련 문건은 대통령 퇴임 후 5년간을 봉인기간으로 국방, 또는 외교 비밀등 극히 예외적인 사항은 12년까지 봉인할 수 있도록 규정해 놓았다. 

미국의 대통령기록관은 우리나라와 같이 통합 대통령기록관 형식이 아니라, 각 대통령별 기록관이 세워져 있고, 각 기록관은 연방기록관리청(NARA)에 의해 관리된다. 미국의 대통령기록관은 기록을 보관하는 기능만 하는 것이 아니라 도서관, 박물관의 기능도 함께하고 있다.

프랑스는 국가기록청이 문화유산부 산하에 소속돼 있다. 프랑스의 모든 국가중요문화재 및 국가기록물 등을 문화부에서 일괄적으로 관리하기 때문이다. 대통령기록 관리를 규정하는 별도의 법률이나 전담기구는 없고, 기록물관리법에 의해 대통령기록물이 관리된다. 전직 대통령과 정부각료는 자신이 생산한 대통령기록물을 무제한으로 열람 및 활용할 수 있다. 대통령기록물은 주기적으로 총서 형태로 발간함으로써 프랑스 시민들의 자유로운 공개 활용을 보장하고 있다.

영국은 공공기록물법(Public Records Act)을 기초로 공공기록의 보존 및 보유가 의무화되었다. 법무부 산하의 국립문서보관소(TNA)에서 총리기록물과 공공기록물을 통합해 관리한다. 국립문서보관소는 총리기록물 관련 강연, 세미나 등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한다. 인터넷 클릭 한 번으로 국민들이 더욱 쉽게 총리기록물에 접근할 수 있도록 관련 법제를 꾸준히 개선하고 있다.

독일은 1988년 연방기록물관리법(Bundesarchivgesetz-BArchG)이 제정돼 연방총리와 연방정부 산하의 모든 기관들은 연방기록원에 기록물을 이관해야 하는 의무가 정해졌다. 독일 의회는 2002년 독일 국민 누구나 연방기록원의 기록물을 열람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게끔 연방기록물관리법을 개정했다.

호주의 국립기록보존관(NAA)은 정보의 자유와 프라이버시 장관이 관장하는 시스템으로 총리 기록물 등 공공기록물을 관리하고 있다. 국립보존기록관은 1901년 이후 총리 기록물을 일반 공공기록물과 같이 보관하고 있고 램과 온라인 사진 갤러리등 일체를 호주 국민 일반에게 공개한다.

◆국회의원 200명과 고등법원장 1인을 등가화(等價化)

뭐니 뭐니해도 필자는 세계최장의 대통령 봉인기간을 규정한 제17조 ③항보다 더 지독한 슈퍼악법은 제17조 ④항이라 판단한다. 제17조 ④항은 이 세상 악법의 모든 조건을 구비했다는 생각까지 든다.

제17조 ④보호기간 중에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 한하여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열람, 사본제작 및 자료제출을 허용할 수 있다.

1. 국회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의결이 이루어진 경우
2. 관할 고등법원장이 해당 대통령지정기록물이 중요한 증거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발부한 영장이 제시된 경우. 다만, 관할 고등법원장은 열람, 사본제작 및 자료제출이 국가안전보장에 중대한 위험을 초래하거나 외교관계 및 국민경제의 안정을 심대하게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는 경우 등에는 영장을 발부하여서는 아니 된다.

국회의원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 즉 200명이상의 찬성 또는 또는 고등법원장 1인의 판단으로만 봉인을 풀게끔 해 놓고 있다. 그런데 주권자 국민의 대표 선출직 국회의원 200명과 비선출직 사법관료 고등법원장 1명의 판단을 등가화시킨 법리와 법익은 도대체 무엇인가? 국회의원은 자존심도 없는가? 이 법의 악법성은 차치하고 이 법의 존재 자체를 아는 국회의원은 몇 명이나 되는가? 더구나 고등법원장에게 정치개입의 여지와 정무적 판단 권한을 아예 법조문으로 보장한 입법취지는 도대체 무엇인가?

◆국회의원 20명 찬성으로 봉인을 풀 수 있게끔 대통령기록법을 개정하라

∙율여조양 (律呂調陽): 법은 세상을 고르고 밝게 만든다. -「천자문」

비판없는 발전은 없다. 그러나 대안없는 비판은 맹종보다 해롭다. 19세기 군주국 조선왕조시대 위인 다산 정약용도 ‘백성이 스스로 입법할 권리가 있다’(民自權立法)라고 말씀했다(「신포의」1811년). 21세기 민주공화국 대한민국 주권자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필자는 다음과 같이 제안한다.

새로 구성될 21대 국회는 개원 즉시 ‘대통령 기록물관리에 관한 법’을 다음과 같이 개정하라.

1. 모든 대통령기록물의 공개와 공유를 원칙으로 법을 개정하여 세상을 고르고 밝게 만들어라.
2. 국가안보에 직결되는 극비사항만 예외적 봉인하되 세계 최장 봉인 기간 15~30년을 5~10년으로 정상화하라.
3. 국회재적의원 3분의2 찬성 또는 고등법원장의 판단에 의한 문구를 삭제하고 국회의원 20명 찬성으로 봉인을 풀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라.

세월호 7시간 비밀을 푸는데 국회의원 200명 이상씩이나 필요 없다. 헌법 제49조(2)*에 따라 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최소 151명)과 출석의원 과반수 찬성(최소 76명)으로 상황은 종료한다.
6년여 기나긴 어둠과 거짓 속에 침몰 되어있던 빛과 진실이 인양된다.


◆◇◆◇◆◇◆◇◆◇주석

(1)* 대통령기록물 제1조: 이 법은 대통령기록물의 보호·보존 및 활용 등 대통령기록물의 효율적 관리와 대통령기록관의 설치·운영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을 정함으로써 국정운영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2)*헌법 제49조: 국회는 헌법 또는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한다. 가부동수인 때에는 부결된 것으로 본다.



 

[자료=강효백 교수 제공]


강효백 경희대 법무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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