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 안보이는 국제유가..."내년 말까지 美에너지기업 1100곳 파산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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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세미 기자
입력 2020-04-22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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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장서 6월 인도분 선물도 급락…저유가 장기화 추세 또렷해져

국제유가가 마이너스까지 떨어지는 유례없는 폭락세를 나타내면서 미국 에너지업계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내년까지 미국 에너지기업 533곳이 파산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올 정도다.

국제유가는 21일(현지시간) 이틀 연속 폭락했다. 폭락세는 하루 전 역대 처음으로 마이너스 유가를 기록한 미국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5월물뿐 아니라 WTI 6월물과 국제유가 기준물인 브렌트유 6월물까지 번졌다. 이제 유가시장은 매수세 자체가 실종된 전형적인 투매 장세로 흐르는 분위기다.

21일 WTI 6월물은 전날보다 43.4% 주저앉은 배럴당 11.57달러에 거래를 마쳤고, 브렌트유는 20년 만에 처음으로 배럴당 20달러 선을 반납하면서 17달러까지 밀려났다.

하루 전에는 WTI 5월물이 마이너스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원유 저장고가 포화상태에 이른 가운데 21일 WTI 5월물 선물 만기를 앞두고 발생한 이례적 현상으로 해석됐다. 상품 선물 계약의 경우 만기가 지나면 실물을 인수해야 하는데, 원유 실물을 받아도 저장할 장소가 없다고 판단한 WTI 선물 구매자들이 5월물을 팔고 6월물 계약으로 갈아타는 '롤오버' 현상이 나타난 것.

CNBC는 "이번 주 원유 선물 시장에서 나타난 거친 거래는 이미 소방관들이 알고 있는 큰 화재에 다시 경고음이 울린 격"이라고 비유했다. 

에너지 컨설팅업체 라이스타드에너지의 비르나르 톤하우겐 석유시장 연구팀장은 "선물 만기를 앞두고 변동성이 높아지는 건 일상이지만 솔직히 충격적"이라면서 "저장고가 가득 차면서 원유시장이 '공식적으로 파산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라이스타드에너지는 유가가 배럴당 20달러에 거래될 경우 내년 말까지 533개 미국 원유 채굴·생산업체들이 파산을 신청할 것으로 보고 있다. 유가가 10달러라면 파산 신청을 하는 기업은 1100곳을 넘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미국 셰일유 생산업계의 생산단가는 배럴당 평균 50달러 선으로 알려져 있다. 국제유가가 이보다 떨어지면 생산이 되레 손해인 셈이다. 이미 에너지 업계에서 수만개 일자리가 사라졌고 수십만 달러어치 설비투자 계획도 중단됐다. 지난 1일에는 미국 셰일유 대기업으로 꼽히던 화이팅페트롤리엄이 파산보호를 신청하기도 했다. 

아르템 아브라모프 라이스타드에너지 셰일 연구팀장은 "30달러는 이미 나쁜 수준이다. 20달러, 혹은 10달러까지 떨어지면 악몽이라고 할 수 있다"면서 "유가 10달러는 빚을 진 미국 에너지 기업들이 사실상 전부 파산보호를 신청하거나 다른 전략적 기회를 모색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짚었다. 강제적인 생산 중단, 생존을 위한 합병 상황 등에 몰리게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셰일업계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날 트위터로 "우리는 위대한 미국의 원유·가스 산업을 결코 실망하게 하지 않을 것"이라며 "나는 매우 중요한 이들 기업과 일자리를 앞으로 오랫동안 보전할 수 있도록 에너지장관과 재무장관에 자금 활용 계획 마련을 지시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유가가 회복하지 않는 한 셰일업계 위기를 해소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시장은 저유가 장기화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선물 투자자들은 6월물을 건너뛰고 7월물로 갈아타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WTI 6월물이 폭락한 것도 이런 기류를 반영한다. WTI 6월물도 결국 마이너스 영역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작지 않다는 얘기다.

 

[사진=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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