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디플레 전조] "파격세일, 집세 인하..." 코로나 불황 속 경제지표 추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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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인선 중국본부 팀장
입력 2020-04-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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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비위축→생산감소→소득감소…'불황의 악순환' 우려

  • 적극적 경기부양으로 소비살리기 안간힘

#중국에 사는 주부 A씨는 최근 동네 마트에 갈 때마다 점원이 '1+1(원플러스원)' 행사로 우유를 특가 판매하는 걸 봤다. 할인가로 A씨는 원래 69위안짜리인 250ml짜리 12팩 우유를 33위안에 샀다. 보통 할인 행사하는 우유는 유통기한이 임박하기 마련인데, 최근엔 유통기한이 한참 남은 제품도 반값에 살 수 있는 게 반갑다기보다는 오히려 의아할 정도라고 말했다.

#지난달 중순, 베이징 퉁저우에 방 두개짜리 집을 가지고 있는 L씨는 몇 주째 세입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지난해엔 월세가 5300위안이었는데, 지금은 4600~4800위안까지 낮췄다고 했다. 부동산 중개업소에 따르면 코로나19로 기업들의 조업 재개가 미뤄져 월세 수요가 위축된 데다가 코로나19로 집을 보러오는 사람도 없다고 한다. 

지난해 미·중 무역전쟁에 올초 코로나19까지 겹치며 중국 경제에 가해진 내상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지난 1분기 성장률은 1976년 문화대혁명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소비, 생산, 투자, 일자리, 수출, 물가 등 주요 경제 지표에서 디플레이션 경고음이 감지된다.

당장 코로나19 속 경제활동이 멈추면서 위축된 소비가 좀처럼 살아나질 않고 있는 게 문제다. 생산보다 소비 회복세가 더 더딘 상황이다. 

당국의 기업 조업 재개 독려 속 생산은 빠르게 회복된 것으로 나타났다. 3월 산업생산 감소폭은 1.1%에 불과했다. 1~2월 -13.5% 감소한 것에서 크게 개선된 것이다.  

하지만 소비는 여전히 꽁꽁 얼어붙어 있다. 지난 3월 중국 소매판매 증가율은  -15.8%로 시장 예상치(-10.0%)를 밑돌았다. 1~2월 낙폭인 -20.5%에서 눈에 띄는 회복세를 보이지 않았다.  중국 팡정증권은 생산이 수요보다 더 빠르게 회복될 경우 디플레 압력이 커질 수 있다고 봤다. 공장에서 물건을 만들어도 팔리질 않으니, 기업 이윤이 줄고 실업난을 초래하는 불황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코로나19로 인한 실업난 속 1분기 주민 가처분소득도 쪼그라든 것으로 나타났다. 인민은행에 따르면 1분기 주민 평균 가처분소득은 8561위안이었다. 물가 변동을 제외하면 실질적으로 전년 동기 대비 3.9% 하락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6.8% 상승한 것과 비교된다.
 

중국 경제.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소비자·생산자 물가 지표에서도 디플레 조짐은 포착된다.

중국의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비 4.3% 상승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1월 5.4%, 2월 5.2%와 비교하면 둔화했지만, 여전히 당국의 물가 목표 억제선인 3%는 웃돈다.  얼핏 봐서는 인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상승)이 우려된다.

하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그렇지 않다. 식품 물가를 제외하면 사실상 물가상승률은 0.7%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전달 대비로 보면, 식품·담배·집세·의류·생활일용품·교통 등 물가가 모두 하락했다. 게다가 임대료, 집세 등을 포함하는 '주거 CPI'는 10년래 처음으로 전년 동비 하락세를 기록했다.  중국의 저명한 경제학자인 런쩌핑(任澤平)은 돼지고기 가격 요소를 제외하면 사실상 디플레이션이나 다름없다고 진단했다. 

게다가 제조업 등 분야의 활력을 나타내는 경기 선행 지표인 생산자물가지수(PPI)는 3월 -1.5%를 기록했다. 1월 0.1%, 2월 -0.4%에서 낙폭이 더 확대된 것.  PPI 상승률의 마이너스 전환은 통상 디플레이션의 전조로 해석된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확산돼 대외 수요도 감소해 수출이 줄었고, 수출 물량을 내수로 돌리려고 해도 총수요가 제한적인 상황이다. 결국 기업 재고만 쌓이고, 물가는 하락하고, 기업 이윤은 줄고, 가계 소득은 감소하고, 소비는 줄어드는 악순환이 이어질 수 있다.  

런쩌핑은 "장기적으로 디플레로 인한 경기불황 리스크가 더 큰 상황"이라며 "소비를 부양해 수요를 늘리는게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디플레는 중국 경제에 잠재된 최대 리스크"라며 중국 정부가 앞서 소비쿠폰 등 대대적인 소비부양책을 내놓은 것도 디플레 리스크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함이라고 진단했다. 소비가 중국의 경제 성장에 기여하는 비중은 58% 수준이다. 내수가 살아나야 반등을 기대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적극적으로 경기를 부양해 소비를 살리고, 이것이 기업의 생산·투자에 활력을 불어넣어 일자리를 창출해 소비를 늘리는 선순환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중국 지도부도 앞서 17일 중앙정치국회의를 열고 "더 강력한 거시정책을 펴서 코로나19 영향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펼치고 특별 국채 발행, 지방정부 특수목적채권 발행 규모 확대 등을 언급했다. 또 지급준비율과 금리를 낮추는 등 통화정책도 보다 적극 활용하고, 인프라 투자도 적극 확대하고, 국내 수요 확대에 적극 나서 기업의 수출을 내수로 전환하도록 해야 함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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