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뼈를 깎겠다며 꺼낸 ‘구조조정 카드’...마뜩잖은 채권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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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선 기자
입력 2020-04-15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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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두산솔루스 매각 작업 한 차례 실패...오너일가 사재출연 효과 미미

  • 두산인프라코어·밥캣의 ㈜두산 편입, '돈맥경화'로 쉽지 않아

두산중공업의 경영 위기로 국책은행에서 1조원을 지원받은 두산그룹이 ‘경영정상화 방안’을 제출했지만, 채권단의 입맛에는 썩 맞지 않은 눈치다. 

전자·바이오 소재 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두산솔루스 매각과 그룹 계열사 임직원의 급여 삭감 방안 등이 자구안에 포함됐지만, 채권단은 이보다 더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원하고 있다.

특히 그룹의 캐시카우인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밥캣의 매각까지 고려하라고 압박하고 있어 두산으로선 채권단과 신경전이 불가피해 보인다.
 

[아주경제 그래픽팀]


14일 금융권과 두산그룹에 따르면 지난 13일 산업은행 등 채권단에 두산그룹이 두산중공업 재무구조 개선계획을 전달했다.

두산그룹은 “두산그룹과 대주주는 책임경영을 이행하기 위해 뼈를 깎는 자세로 재무구조 개선계획을 마련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두산중공업도 경영정상화와 신속한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매각 또는 유동화 가능한 모든 자산을 대상으로 검토하고 있으며, 계획을 성실히 이행해 경영 정상화에 모든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제 두산이 넘어야 할 산은 채권단의 깐깐한 검증이다. 알짜 자회사인 ‘두산솔루스 매각’이 일단 좋은 점수를 얻을 전망이다. 유동성 확보와 대주주의 책임 경영 이행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셈이기 때문이다.

실제 두산솔루스는 ㈜두산(17%)과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등 주요 주주를 포함한 특수관계인(44%)들이 모두 지분 61%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두산솔루스의 지분 전량 매각은 사모펀드 스카이레이크와의 협상 결렬로 시작부터 삐그덕거리는 상황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스카이레이크 측과는 가격이 맞지 않아 결국 매각이 불발됐다”면서 “두산그룹이 두산솔루스 매각 의지가 큰 만큼 공개 매각을 할 것 같다”고 전했다.

두산그룹은 경영권 프리미엄 등을 포함해 8000억원 이상의 매각가를 원하고 있지만, 현 시장 상황에선 한번에 베팅할 만한 곳이 없어 보인다. 매각 불발이 장기화되면, 채권단은 두산의 재원 마련 계획에 의구심을 품을 수밖에 없다.

두산은 두산솔루스 매각이 이뤄지면 이 자금을 유상증자 형태로 두산중공업을 지원할 계획이다. 문제는 대주주가 보유한 지분 대부분이 선순위로 질권 설정이 돼 있다는 점이다. 정작 지분을 매각해도 대주주 손에 들어오는 자금이 많지 않을 수 있다. 이에 시장에선 두산중공업이 유상증자를 진행해도 오너 일가에 국한된 제3자 유상증자보다는 일반 유상증자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사진=두산 제공]


하지만 “오너일가의 고통 분담”을 전제로 자금을 지원한 채권단은 일반 유상증자가 탐탁하지 않다. 현재 두산중공업의 주식이 4000원 수준으로 액면가(5000원) 아래에서 거래되고 있다. 결국 대주주에 국한된 제3자 유상증자를 해야만 오너일가들이 주가보다 높은 가격에 두산중공업 신주를 인수, 고통분담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이에 시장 기대와 달리, 두산중공업의 유상증자 과정에서 대주주만 참여하는 3자배정 방식 추진을 원하고 있다.

두산중공업의 자회사 네오트랜스와 두산메카텍, 석탄 사업부, 인도 법인 등의 매각도 거론되지만 코로나19 장기화가 복병이다. 또한 두산중공업 100% 자회사인 두산건설 매각도 거론되지만 만성 적자로 인해 매각 성사 가능성은 낮아, 채권단으로선 성에 차지 않는다. 

채권단이 요구해온 채권단이 ㈜두산→두산중공업→두산인프라코어→밥캣으로 이어지는 수직 계열 구조 변화도 쉽지 않다.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밥캣을 분할, ㈜두산의 자회사로 합병하려면 적잖은 자금이 필요하다. 하지만 ㈜두산은 장기간 현금흐름이 원활치 않은 ‘돈맥경화’ 상태다. 애초에 자금이 풍부했으면 두산중공업 대신 일찌감치 두산밥캣 등을 인수했을 것이다.

그룹 계열사 임직원의 급여 삭감 방안은 자구안에 들어갔을 가능성이 크다. 두산그룹의 전 계열사 임원은 이달부터 급여 30%를 반납하기로 했다.

두산그룹은 향후 채권단과의 실사를 바탕으로 협의와 이사회 결의 등을 거쳐 재무구조 개선계획을 최종적으로 확정할 예정이다.

채권단 측은 “두산이 제출한 자구안의 타당성과 실행 가능성, 구조조정 원칙 부합 여부, 채권단의 자금지원 부담 및 상환 가능성, 국가 기간산업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 검토한 후 두산그룹과 협의를 거쳐 두산중공업 경영정상화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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