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 데가 없다” 정유·화학·조선·철강, 감산으로 위기 탈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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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선 기자
입력 2020-04-14 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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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19 장기화로 글로벌 수요 감소...포스코, 12년만에 감산 고려

  • 정유업계, 최악의 위기..선박 발주 기대하던 조선업계 "올해 수주 기근"

코로나19의 글로벌 확산으로 가전·자동차·항공 등 전방산업 침체가 이어지면서 정유·화학·조선·철강 등 후방산업계도 도미노 위기 상황이다.

전방위적인 수요 감소로 만들어도 팔 데가 없는 상황이 속출하고 있다. 이에 주요 업체들은 일제히 공장 가동률을 줄이는 등 ‘감산(減産) 카드’를 꺼내고 있다. 문제는 장기간 감산 정책이 계속 되면 노동 수요 감소-임금 하락-가계소비 감소-실물경기 침체 등 경제 전반의 악순환이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재계의 우려가 크다.
 

포스코 광양 2 전기로에서 한 작업자가 쇳물을 만들고 있다. [사진=포스코 제공]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 영향으로 국제유가 폭락, 정제마진 하락 등 이중고에 시달리는 정유업계가 잇달아 공장 가동률을 낮추고 있다.

SK에너지는 울산 공장의 가동률을 기존 100%에서 85%로 낮췄다. 이는 2017년 2분기 이후 최저 수준이다. 에쓰오일도 연초 일시적으로 정제공장 가동률을 80%까지 낮췄다.

GS칼텍스는 여수 공장 정제설비 정기보수일을 예정보다 빠른 3월 중순부터 진행, 사실상 생산량 조절에 들어갔다. 현대오일뱅크도 정제공장 가동률을 약 90% 수준으로 조정하고 있다.

석유화학업계도 마찬가지다.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 SK종합화학은 나프타분해설비(NCC) 1공정 가동률을 순차적으로 낮추고 12월부터 가동 중단에 들어간다. 또SK종합화학은 1992년부터 가동한 고기능 합성고무(EPDM) 설비도 2분기 내 가동 중단 예정이다. 충남 대산공장 폭발사고 악재가 겹친 롯데케미칼도 공장 가동률을 낮추고 일부 생산라인은 아예 가동 중단을 검토하고 있다.

철강업계의 고민도 상당하다. 글로벌 자동차 생산·소비 급감에 더해 신규 선박 발주마저 줄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국내 1위 철강사인 포스코마저 사실상 감산에 들어갔다. 포스코는 13일부터 쇳물 생산의 원료인 고철(철스크랩) 구매를 중단했다. 원가 절감이 주목적이나 전기로의 핵심 원료인 철스크랩 구매 중단은 사실상 감산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포스코 측은 “향후 여건 변화에 따라 철스크랩 구매를 재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포스코는 지난 2월부터 5월 말까지 총 9기의 고로가 있는 광양제철소의 정기보수를 진행하고 있다. 이에 따른 자연 감산분은 약 110만t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더해 철스크랩 구매까지 중단, 추가 감산에 들어간 것은 그만큼 수요가 줄어 재고 처리가 힘들다는 뜻으로 읽힌다. 포스코가 공식 발표하진 않았지만, 업계는 감산이 초읽기에 들어간 것으로 본다. 감산이 현실화되면,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12년 만인 동시에 창사 이래 두 번째 감산이다.

현대제철도 주요 고객인 현대·기아차 등의 해외공장 셧다운(일시 가동중단)으로 생산량을 줄이고 있다. 충남 당진제철소의 경우 전기로 열연강판 생산량 목표를 기존보다 낮춘 상태다. 인도 코일공장은 조업을 중단했고, 미국 앨라배마 강판 가공센터도 감산에 들어갔다. 동국제강은 지난해 말부터 탄력적으로 생산량을 조정, 리스크를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세아제강, 세아베스틸, KG동부제철은 2분기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다.

조선업계도 수주 절벽에 따른 ‘개점 휴업’이 예상된다. 영국의 조선해운시장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는 올해 전 세계 선박 발주량 목표치를 기존 7130만GT(총 톤수)에서 3910만GT로 45% 하향조정했다.

특히 올해 1분기 세계 선박 발주량은 233만CGT로 작년 같은 기간(810만CGT)과 비교해 71% 급감했다. 실제 올 1분기 현대중공업그룹 조선 3사(현대중공업·현대미포조선·현대삼호중공업)는 연간 수주목표액의 5.7% 수준(9억 달러)만 달성했다.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도 각각 수주목표액의 5.5%와 3.6% 달성에 그쳤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국내 조선사들의 주력 선종인 대형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에 대한 발주가 올 1분기 단 한 건도 없었다”면서 “새해 들어 발주 증가를 기대했는데 코로나19 쇼크 장기화로 후방산업 타격이 예상보다 길어질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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