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온라인 개학'에 모두가 우왕좌왕...정부ㆍ교사ㆍ학부모 협력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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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림 기자
입력 2020-04-10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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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온라인 개학’ 가이드라인 빈번히 바뀌어…정부에 소통 호소하는 교사들

  • 정부, 교육현장 면밀하게 살펴야…학생ㆍ학부모 의견도 적극 청취 필수

라인 개학일인 9일 경기도 고양시 화정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고등학교 3학년 이예지 양이 집에서 온라인 강의로 수업을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인터넷 방송을 보는 기분이다. 개학을 한 건지 솔직히 모르겠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 다니는 김선영(19)양은 9일 온라인 개학에 대해 “어차피 EBS 인강을 듣는 거라면 개학이라는 말로 왜 무리해서 수업을 진행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사상 초유의 온라인 개학을 맞았지만, 정작 학생들은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다. 

특히 EBS 강의 영상으로만 수업을 진행하는 일부 학교의 경우 온라인 개학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김양은 “오늘은 주요 과목 오리엔테이션을 진행했다. 각 수업 마다 15분 정도 소요되는 걸로 알고 있었는데 영상이 끊기고 다들 적응이 안 돼 5분 만에 끝난 경우가 많았다”며 “쌍방향 소통을 하는 건 오전 8시 조례와 오후 4시 종례 뿐”이라고 했다. 


◆“이미 들었던 강의…학교 대신 독서실‧학원으로 향해”

고등학교 3학년과 중학교 3학년 학생 95만여 명이 9일 원격수업으로 2020년 새 학기를 맞이한다. 하지만 전국 곳곳에서는 EBS 온라인클래스 등 사이트를 통한 온라인 개학이 실효성이 있냐는 지적이 나온다. 쌍방향 실시간 수업보다는 과제 제출 형식의 수업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마감기간 안에 언제든 할당된 동영상을 보고 과제만 제출만하면 출석이 인정되고 평가되는 것이다.

서울 중랑구의 고등학교 3학년 윤성진(19)군은 이날 오리엔테이션을 제외한 모든 수업을 EBS 영상으로 들어야 했다. 윤군은 “이미 들었던 강의기 때문에 영상을 띄어둔 후 음소거를 했다. 심지어 금요일까지만 들으면 돼 오늘 다 듣지 않아도 된다. 이 시간에 (나에게) 필요한 공부를 하는 게 더 낫다”고 말했다. 일반적인 수업시간 안에 인강을 듣지 않고 하루 날 잡아 EBS 인강을 들어도 수업을 들은 것으로 인정 된다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학생들은 ‘집중 있는 공부’를 하기 위해 독서실과 학원을 간다. 고등학생 자녀를 둔 한혜옥(49)씨는 “수험생인데 학교를 안 가니까 늘어지는 것 같다. 감염에 대한 염려도 있지만 솔직히 학교를 갔으면 좋겠다. 학교를 안 가면 아이의 공부를 위해 학원을 보내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중학생 자녀를 둔 김미화(48)씨는 “쌍방향 수업이 진행 안 된다는 점도 문제지만, 쌍방향 온라인 수업을 하루 종일 진행하는 것도 문제다. 아이들이 마이크를 켤 때는 집안의 소음도 들릴 수 있어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교사들은 처음 겪는 온라인 수업 환경을 교사와 학생 모두 단기간 내 적응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중학교 체육 교사인 한민우(34‧가명)씨는 “온라인 수업을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교사들이 새로운 수업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말 그대로 ‘쏟아지는 정보’들을 학습해가며 온라인 수업을 준비하고 있지만, 워낙 갑자기 온라인 수업을 준비하게 된 상황이라 (단기간 내) 다른 인강보다 좋은 컨텐츠를 만들어 낸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동영상을 제작할 장비 역시 구축돼 있지 않다”고 털어놨다.

경기도 안산 소재 고등학교 3학년 담임인 정윤혁(32‧가명)씨는 “당장은 EBS를 활용하긴 하지만 많은 선생님들이 개인 동영상 수업을 준비 중이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온라인 개학은) 자기주도 학습을 하는 학생에겐 솔직히 시간이 많아져 성적을 올릴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다. 반면 스스로 공부하는 능력이 부족한 학생들은 생활패턴이 흐트러질 수 있어 걱정이다. 아이들의 성적이 중간이 없고 양극으로 갈라질 것 같다”고 우려했다.


◆교사들 “빈번히 바뀌는 지침으로 이중삼중 일…정부와 소통 부족해”

초‧중‧고 교사들은 온라인 개학이 문제는 많지만 학생들이 집단 감염에 노출되는 것보단 낫다고 입을 모은다. 다만 교육 현장을 고려하지 않고 가이드라인이 빈번히 바뀌는 부분은 개선될 점이라는 지적이다. 정부가 교육 현장에 있는 교사들과 소통 채널을 넓힐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정윤혁 교사는 “학생의 건강과 안전을 생각한다면 당연히 온라인 개학을 해야 한다. 학교는 수 백명의 학생들이 함께 하는 공간이고, 아무리 담임교사가 마스크 착용 및 건강관리 문제로 훈화교육을 한다고 해도 몇몇 학생들은 장난기 섞인 행동을 할 수밖에 없으며 이 모든 상황을 교사들이 통제할 수는 없다. 예컨대 교사들이 돌아가며 교실, 복도주변, 뒷골목 등 순시한다고 해도 수 백명 되는 학생들이 마음먹고 몰래하는 행동을 모두 통제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말했다.

경기도 수원 소재 초등학교 교사인 이윤희(33)씨는 “서버 과부하 문제에 따른 접속지연, 양질의 교육 콘텐츠 제작의 어려움 등 선례가 없는 상황에서 교육부의 임시 가이드라인에 맞춰 온라인 개학을 준비하다보니 현장에서 교사들도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있다”며 “하지만 등교 개학을 하게 될 경우 집단감염으로 인한 폭발적인 확진자 증가는 불 보듯 뻔하다. 2미터 간격 유지, 상시마스크착용, 접촉제한 등 학교라는 집단특성상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까지 2주단위로 연장하고, 결국엔 온라인 개학까지 하게 되면서 빈번하게 학사일정이 변경됐다. 이로 인해 교육과정 수정 및 담당 업무 일정 조정 등으로 (교사들은) 2중 3중의 일을 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한민우 교사는 “온라인개학과 관련해 새롭게 적응해야 하는 상황에서 교사들은 매우 혼란스럽고 버겁다. 그런데 ‘교사들 얼마나 수업 잘하는지 이번 기회에 한번 보자’, ‘EBS 강의로 대체한다는 기사 나오기만 해봐라’라는 식의 조롱성 발언이 나온 것을 보고 너무 마음이 아팠다”고 전했다.

이어 “교사들도 갑작스럽게 진행된 온라인 개학에 혼란이 많은 상황이며, 처음부터 배우자는 마음으로 정말 노력하고 있다. 온라인 개학 수업의 질이 생각보다 떨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들도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고 있고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서울 도봉구의 한 중학교 교사도 “교육 콘텐츠 제작, 학부모 등에 대한 잦은 민원응대로 이미 업무가 과부하다. 심지어 민원에 대해서 교사도 제대로 메뉴얼을 갖추지 못한 상태이기에 일정대로의 등교 개학에 비해 심리적으로 많이 힘들다”고 토로했다.

이어 “하지만 현 상황에서 등교 개학은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다고 본다. 교육부가 교사들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현장과의 소통이 부족함을 느낀다. 이 부분은 반드시 개선되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이번 온라인 개학을 계기로 공교육 내에서 창의성이나 인성, 사회적 역량 등을 고려한 온라인 수업 콘텐츠를 장기적으로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선 정부와 학교, 교사, 학부모 모두 협업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배상기 가톨릭대 교육대학원 겸임교수는 “온라인 수업은 피할 수 없다. 하지만 교사의 역할은 학생들에게 지식을 전달하는 것과 더불어 개인의 인성과 창의력을 키우데 있다. 어찌 보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온라인은 수업은 걸어야 할 길이다. 결국 온라인으로 수업을 진행해도 학생들의 인성과 사회적 역량 등을 고려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이는 단기간 이뤄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정부와, 학교, 교사, 학부모가 서로 이해해줘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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