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총선 ..불치4病을 격리조치하라

이재호 초빙논설위원, 극동대 교수(정치학) 입력 : 2020-04-07 14:28
'코로나 이후''가 없는 4.15 총선···민심이 해야할 일

[이재호 초빙논설위원. 극동대교수 ]

[이재호의 그게 이렇지요] 



참 희한한 선거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선거”라는 말이 나올 만하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선거판을 휩쓰는 것은 재해라서 그렇다 쳐도, 졸속 입법의 산물인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선거는 아예 코미디가 돼버렸다. 민주당과 그 위성정당인 열린민주당, 더불어시민당 사이에서 벌어진 적자(嫡子) 논쟁과 유전자(DNA) 검사 운운은 해외토픽 감이다. 앞서 위성정당(미래한국당)을 만든 미래통합당도 도긴개긴이고. 그런데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한국정치를 세상의 조롱거리로 만들어놓고도 그 장본인들은 당당하게 선거판에 다시 얼굴을 내밀었다.


"정치에서 일주일은 긴 시간" 

선거를 1주일 앞두고 무당층(부동층)의 비율이 30%에 육박한다는 일부 여론조사 결과도 선거판의 이런 몰염치(沒廉恥)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이러다간 신종 ‘정치혐오 바이러스’의 창궐을 걱정해야 할 판이다. “정치에서 1주일은 실로 긴 시간”이라고 한 사람은 전 영국총리 해럴드 윌슨(1916∼1995)이다. 정치란 그만큼 유동적이라는 얘기인데, 남은 1주일이라도 선거다운 선거를 통해 정치가 제자리를 찾았으면 한다. 그러려면 궁극적으로 4·15선거를 통해 우리가 뭘 이루고자 하는지에 대한 국민적 성찰과 합의가 있어야 한다.

이번 총선의 의의와 주안점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필자는 포스트 코로나(Post Corona) 시대를 맡길 수 있는 사람과 세력을 찾아내는 게 핵심이라고 본다. 코로나는 결국 극복될 것이다. 과정은 고통스럽겠지만 우리는 이겨낼 것이다. 문제는 그 후다. 토머스 프리드먼은 “앞으로의 세상은 코로나 전(Before Corona·BC)과 후(After Corona·AC)로 나뉠 것”이라고 했다. 헨리 키신저도 “코로나 팬데믹이 세계질서를 영원히 바꿔놓을 것”이라고 했다. 패러다임 시프트(paradigm shift)에 버금가는 변화가 밀어닥칠 거라는 예언이다.

2001년 9·11 테러 때도 그랬다. 많은 사람들이 이제 세상은 ‘9·11 전’과 ‘9·11 후’로 나뉠 거라고 했다. 실제로 우리는 그만한 변화를 감내해야 했다. 미국은 테러와의 전쟁을 통해 미국 일극(一極)체제와 일방주의 노선을 굳혔다. 국내적으로는 네오콘(neo-conservatism)이라 불리는 신(新)보수주의가 횡행했다. 이에 대한 염증과 반발이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 후보를 최초의 유색인종 대통령(2009∼2017)으로 밀어올렸다. 그리고 다시 8년, 이번엔 성난 백인 블루칼라(Angry White)의 지지로 신(新)고립주의자 트럼프가 대통령이 됐다. 결과는 철저한 자국(自國) 우선주의로 나타났다. 기존의 국제규범은 무너졌고 세계는 그만큼 불안정해졌다. 한·미관계도, 북핵문제도, 남북문제도 덩달아 롤러코스트를 탔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는 어떨까. 외교정책 전문지인 포린 폴리시(Foreign Policy)는 세계적인 학자와 전문가 12명에게 '코로나 팬데믹 이후 세상은 어떻게 변할 것인지'에 대해 물었다(https://foreign policy.com 2020년 3월 20일). 전망은 다분히 비관적이다.


"미.중 관계 더 악화될 것"

“국가와 민족주의가 강화되고, 초세계화로부터 후퇴하며, 세계는 덜 개방적이고 덜 번성할 것이다.”(월트·Walt), “호혜적 세계화 시대로 되돌아갈 것 같지 않다.”(니블렛·Niblett), “미국 중심의 세계화에서 중국 중심의 세계화로 바뀔 것”(마부바니·Mahbubani), “민족주의가 강화되고, 강대국 간 경쟁과 전략적 탈(脫)동조화가 심화될 것”(아이켄베리·Ikenberry), “글로벌 공급망이 위축되면서, 전략 산업들이 국내 백업계획을 갖도록 정부가 개입할 것”(오닐·O’Neil), “국내 정치와 국가 간 정치가 다 바뀔 것”(메논·Menon), “코로나 극복은 사람에 따라 민주주의의 승리, 또는 권위주의체제의 승리로 보이겠지만 국제사회는 엄청난 압박 아래서 불안정과 갈등을 겪게 될 것”(앨런·Allen), “미·중관계가 더 악화될 것”(하스·Haas)···.

전체적인 기조는 민족주의의 재(再) 대두, 세계화에 대한 재고(再考), 미·중 간 경쟁 격화 등으로 집약된다. 이해할 만하다. 세계화가 코로나 바이러스에 날개를 달아준 셈인데, 어느 나라가 선뜻 세계화를 옹호하고 나서겠는가. 개방보다는 폐쇄의 이점을 먼저 따지게 될 터이다. 전후(戰後) 국제사회는 설령 자유주의(제도주의) 학파가 아니더라도 국가 간 상호의존성(interdependency)의 심화를 평화와 안정의 척도로 본 게 사실이다. 관계가 긴밀해져 서로 의존적이 되고, 이게 확산되면 세계는 대체로 더 평화로울 것이라고 봤다.

코로나 팬데믹은 그런 믿음을 흔들어버렸다. 거의 모든 나라가 타(他)국민의 입국을 금지했다. 인적·물적 교류가 올스톱되면서 상호의존의 연결망은 끊어지거나 훼손됐다. 초연결(hyper-connected) 사회를 자랑했던 국제사회가 이젠 문을 걸어잠그고 울타리를 치느라 분주하다. 극우세력들의 반(反)이민정책이 옳았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이런 인류사적 퇴행을 막고 상호의존성이 다시 작동하는 세계를 만들어야 하나 그 작업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미·중관계가 악화될 거라는 전망은 우리에게 더 큰 부담이다. 탈(脫)냉전 이후 한국외교의 몇 안 되는 공리(axiom) 중의 하나가 ‘미·중관계가 좋아야 남북관계도 풀린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미·중관계가 나빠지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일은 거의 없었다. 동북아와 세계질서가 미·중 양극체제 중심으로 굳어지면서 그런 현상은 더욱 뚜렷해졌다. 미·중 사이에 끼인 채 곤욕을 치른 사드(THAAD) 파문이 대표적인 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미국이 아닌 중국 중심의 세계화가 대세가 된다면, 우리는 생존외교의 교범을 다시 써야 할지도 모른다.

프린스턴대학의 아이켄베리(Ikenberry) 교수는 단기적으로 민족주의가 기승을 부리겠지만 장기적으론 민주주의가 껍질을 깨고 나와 새로운 타입의 ‘실용적·보호적 국제주의(pragmatic and protective internationalism)'를 찾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때까지 세계는 또 얼마나 극심한 고통을 견뎌내야 할까.


"대공황보다 큰, 대대공황" 


초점을 경제로 돌리면 사정은 더 절박해진다. 세계경제가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악의 국면으로 빠져들고 있다는 진단까지 나온다. ‘닥터 둠(Dr. Doom)'으로 유명한 누리엘 루비니 교수(미국 뉴욕대)는 대대공황(Greater Depression)이 올 거라고 했다. 세계 물류시스템이 마비되면서 초래된 실물경제의 피폐와 이에 따른 금융혼란을 어떻게 수습할 것인가? 재정 투입으로 급한 불은 끄겠지만 그 이후엔? 예상되는 실업대란은 또 어떻고. 미국과 유럽에선 매일 수만명의 실업자가 쏟아지고 있다. 결국 일자리다. 팬데믹의 후유증이 인공지능(AI) 시대와 맞물리면서 얼마나 많은 일자리를 앗아갈지 모른다.

의식과 행태, 문화의 변화에 적응하는 문제도 심각하다. 예를 하나 들어보자. 디지털과 모바일을 이용한 비(非)대면 활동이 일상화되면 아날로그 세대가 겪을 적응의 고통도 커진다. 이번 학기에 필자도 처음으로 밴드(Band)와 줌(Zoom)을 이용한 원격수업을 했다. 학교 측의 친절한 설명에도 불구하고 앱 설치에서 시연까지 무진 애를 먹었다. 결국 주위의 도움을 받아 겨우 첫 생방송 영상강의를 마칠 수 있었다. 앞으로는 결혼식과 장례식도 온라인으로 하게 될 거라고 한다. 정치체제론자들은 국가가 그 구성원들에게 제공하는 필수기능의 하나로 적응(adaptation)도 꼽는다. 국민이라면 세상의 변화에 뒤처지지 않게 적응시켜서 함께 가도록 하는 것을 국가의 의무로 본다. 사회적 안전망(social safety network)에 디지털 안전망(digital safety network)의 개념을 추가해야 할 판이다. 사회적 약자와 가난한 노령(老齡)의 국민은 두렵다. 코로나 팬데믹이 휩쓸고 간 아날로그의 고도(孤島)에 홀로 남겨질까봐.

불행히도 이번 선거는 이런 우려와 기대를 외면하고 다시 ‘조국’ 싸움으로 되돌아가 버렸다. 선거에 이기는 것이 조국을 살리는 것이고, 진보 또는 좌파로 불리는 집권세력을 지키는, 그런 선거가 돼버렸다. 여당의 비례 위성정당은 선거에서 승리해 윤석열 검찰총장으로 대표되는 반(反)조국 세력을 공수처의 칼날 아래 세우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울산시장 선거 공작 혐의로 다수의 친문(親文) 인사들이 기소돼 있는 현실 탓으로 보인다.

그래도 그렇지, 코로나 팬데믹, 그 고통과 공포 속에서 선거를 치르면서도 ‘코로나 이후’가 전혀 이슈가 안 되는 선거를 어떻게 봐야 하나. 위기가 기회라고? 배부른 소리다. 하나마나한 코로나 확산 책임 공방이나 벌이고 미래를 얘기하지 않는 선거, 여전히 과거에 매인 선거를 보면서도 그런 말이 나올까. 막판엔 여야 가릴 것 없이 ‘돈 선거’까지. 참 희한한 선거다.









 
아주경제와 컴패션의 따뜻한 동행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네티즌 의견 0
    0 / 300

    실시간 급상승

    9.9초 더보기

    아주 글로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