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귀국한 것만으로 안심"...이란 교민, 코이카 연수센터서 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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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경기)=정혜인·박경은 기자
입력 2020-04-03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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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란 교민 79명, ‘코리아 연수센터’ 16일간 격리 끝 퇴소

  • 교민 가족 “귀국한 것만으로 안심된다…정부 지원 감사”

  • 이미경 이사장 “우린 한민족‧한가족, 다들 고생 많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사태로 고립돼 정부 전세기로 귀국, 성남시 코이카(한국국제협력단) 연수센터에 격리 수용됐던 79명의 이란 교민들이 16일간의 격리 생활을 끝내고 3일 집으로 돌아갔다.

이란 교민 79명은 이날 오전 10시 코이카에서 마련한 버스를 타고 사전에 지정된 장소를 통해 귀갓길에 올랐다. 이들은 마련된 버스를 타고 각각 서울역, 수서역, 성남시외버스, 강남고속버스터미털 등으로 이동했다. 정부가 규정한 격리 기간은 14일이나, 이들은 지난 1일 검진을 한차례 더 받으면서 퇴소일이 3일로 이틀이 연장됐다.

지난달 19일에 코이카 연수센터에 격리됐던 이란 교민 79명은 입소와 퇴소 때까지 총 2차례 코로나19 검진을 받았다. 2회 모두 최종 음성판정을 받았다. 
 
 

3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코이카 연수센터에서 2주간의 격리 생활을 마친 이란 교민들이 퇴소하고 있다. [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 이란 교민 가족 “귀국한 것만으로 안심된다”

“정부가 전세기를 보내줘서 진짜 고맙죠. 아들과 며느리, 손자가 한국에 와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너무 안심돼요. 어쨌든 이란 현지에선 사람들이 코로나에 걸리면 낫지를 못하고 많이들 죽으니까 불안했죠.”

김명대(남·73)씨와 최영순(여·68세)씨가 이날 경기도 성남시 코이카 연수센터 앞에서 이같이 말했다.

김씨와 최씨는 귀국 직후 코이카 연수센터에서 생활한 아들과 며느리, 손자를 보러왔다며 "선물로 사놓은 손자 옷 등 짐을 전해줄 예정"이라고 전했다.

김씨는 “아들과 며느리, 손주는 집으로 가지 않고 따로 민박하러 간다”며 “코로나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지만 잠복기가 더 길 경우 괜히 가족들한테 옮길까 봐 따로 있겠다고 하더라"고 설명했다.

최씨는 “원래 휴가를 오면 같이 있지만 이번엔 어쩔 수 없다. 안타깝다”며 “더 조심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아들 부부가 1년 만에 고국을 찾았지만, 고령이신 부모님을 생각해 만일의 사태를 막고자 한국에 있는 동안 편안한 집 대신 숙박시설에서 지내기로 했다는 것이다.

이란에서 5년째 살고 있던 김씨 아들 가족은 휴가차 이맘때 테헤란에서 한국으로 입국할 계획이었지만, 갑작스러운 코로나19 사태로 예약했던 비행기가 결항하면서 현지에 발이 묶이게 됐다.

그때 정부가 이란 교민 철수를 위해 전세기를 직접 투입하기로 하면서 우여곡절 끝에 귀국하게 됐다.

김씨는 “(아들과 며느리, 손자가) 아예 들어온 것은 아니다”며 “직장을 거기에 두고 있어 상황을 보고 다시 들어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아들이 국내전화를 개통할 기회가 없어서 2주 동안 ‘보이스톡(모바일 인터넷 전화)’으로 연락해왔다”며 “공항에서 얼굴을 못 봤다. 오늘이 1년 만에 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씨도 “(이란이) 워낙 멀어서 1년에 한 번 보는데 이번엔 식사도 한 번 못 하게 생겼다”며 “그저께 코로나 검사를 한 번 더 받았다고 하지만, 우리를 위해서 접촉을 안 하겠다고 하더라. 어쩔 수 없다”고 했다.

김씨는 “(아들 가족이) 다시 이란에 간다고 해도 걱정일 것 같다. 일단은 한국에 온 것만으로도 안심이 된다. 아들이 돌아올 수 있게 비행기를 지원해준 정부에 감사할 따름”이라며 감사의 인사를 거듭했다.

그는 “사실 혹시 확진자와 같이 비행기를 타고 오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도 있었다. 하지만 이란 상황이 한국보다 훨씬 안 좋았기 때문에 한국에만 오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며 “다행히 음성판정을 받고, 건강하게 격리생활을 맞춰 다행”이라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아들은 혼자, 손자와 며느리는 함께 방을 썼다고 한다. 밖에 나오지는 못하지만, 음식도 괜찮았다고 들었다”고 덧붙였다.
 
 

코이카 연수센터에서의 16일간의 격리생활을 마치고 퇴소하는 아들 가족을 기다리는 김명대(남·73)씨와 최영순(여·68세)씨. [사진=박경은 기자]


◆ “우리는 한민족‧한가족···모두 고생 많았다”

이미경 코이카 이사장, 송진호 사회적가치경영본부 이사, 박재신 사업전략·아시아본부 이사, 백숙희 아프리카중동·중남미본부 이사, 송웅엽 글로벌파트너십본부 이사 등은 16일간의 격리 생활을 견뎌낸 이란 교민들을 찾아 위로의 말을 전달했다.

이 이사장은 “우리는 한민족‧한가족이다. 16일 동안 답답한 격리 생활을 끝내고 건강하게 떠날 수 있어 정말 다행이다. 세계 어디에 계셔도 코이카는 여러분의 안녕과 건강을 기원한다”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이란 교민들에게는 에코백‧텀블러‧여행용파우치 세트를 선물하고, 어린이들에게는 특히 “그동안 더 고생 많았다”고 위로의 마음을 전했다.

이에 응답하듯 이란 교민이었던 한 어린이는 “THANK YOU, KOICA. 감사합니다. 건강하세요”라고 적힌 그림 편지를 남기기도 했다.

전날 작성된 해당 편지 속에는 “코이카 여러분들, 2주간 저희를 위해 음식을 마련해주시고 편하게 지낼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며 “어제 치킨 맛있었어요”라는 내용이 담겼다.

이란 교민은 코이카 연수센터를 떠나며 “그동안 이란 교민을 위해 코이카 업무 시설을 선뜻 내어주시기로 한 외교부와 코이카, 그리고 자원봉사자에게 감사의 뜻을 전한다”며 “답답한 격리 생활이었지만 코이카에서 편의를 많이 제공해줘서 좋은 기억을 가득 안고 간다.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란 교민의 격리시설 관리를 총괄한 정윤길 코이카 운영지원실장은 “이란 교민들이 무사히 돌아갈 수 있게 되어서 너무 기쁘다”며 “마치 내 가족의 건강한 모습을 다시 보는 것처럼 반갑다”고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한편 코이카 측은 교민과 지원단이 모두 퇴소하면 건물 내부와 주변에 대한 방역작업도 바로 시행될 예정이다.
 
 

코이카 연수센터에서 16일간의 격리생활을 마치고 퇴소한 이란 교민 중 한 어린이가 코이카 직원들에게 전한 그림편지. [사진=정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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