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이미경 코이카 이사장 “개도국 감염병 대응, 디지털화로 중장기 전략 수립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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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경기)=김봉철·정혜인·박경은 기자
입력 2020-04-05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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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봉사단 파견·연수센터 개방 등 코로나19 대응 발빠른 대응 주목

  • 구호 아닌 실천·협력 강조…‘4P+4P’ 개발협력사업 방향 검토 중

  • 글로벌 보건 안보구상 제시…국제질병퇴치기금 예산 1.7배 증액

이미경 코이카 이사장은 지난 3일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보건 분야 경쟁력을 공적개발원조(ODA)에도 활용하겠다”면서 “외교부와 협의해 진단키트와 마스크, 방호복 등을 범정부 차원에서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지금 같은 초연결시대에 감염병이 국경을 넘나드는 상황에서 ‘남을 돕는 것이 곧 나를 돕는 일’이 됩니다. 코로나19가 종식될 때까지 ‘우리도 힘든 데 왜 남을 돕느냐’는 생각은 거둬주시길 당부드립니다.”

이미경 한국국제협력단(KOICA·코이카) 이사장은 지난 3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 집무실에서 진행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뿐만 아니라 전 세계 감염병을 퇴치하면, 우리가 전염될 위험도 낮추고 인적·물적 교류가 확대될 경제력도 확보하게 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 이사장은 “코로나19는 역설적으로 코이카의 존재 가치를 보여주는 계기가 됐다”면서 “개발협력은 누군가를 도와주는 시혜적 관점이 아니라, 서로 잘살 수 있는 상생번영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이카의 △사람(People) △평화(Peace) △상생번영(Prosperity) △환경(Planet) 등 이른바 ‘4P’의 가치가 코로나19라는 사상 초유의 감염병 사태를 대응하는 우리에게 필요한 자세가 된 셈이다.

여기에 △프로그램(Program) △참여(Participation) △파트너십 강화(Parnership) △전략적 플랫폼(Professional Platform)을 더해 ‘4P+4P’를 코이카의 개발협력사업 방향으로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무상원조를 집행하는 외교부 산하기관인 코이카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최근 3개월 동안 쉼없이 달려왔다.

코이카는 ‘신뢰와 연대로 코로나를 극복합니다’라는 캐치프레이즈 아래 코로나19 위기 극복에 앞장서고 있다. 구호만이 아닌 실천과 협력이 선행돼야 한다는 이 이사장의 지론이 적극 반영된 결과다.

코이카는 대구·경북(TK) 지역의 의료 및 방역 지원을 위해 코이카 봉사단 출신 인력을 파견했다. 지난달 9일에는 TK 지역의 취약계층을 위해 시설 10곳에 마스크와 손세정제를 전달하고 임직원 성금 2000만원을 기부한 데 이어 최근 이 이사장을 비롯한 임원진은 4개월 동안 급여의 30%를 반납 및 기부하기로 결정했다.

특히 이 이사장은 가정에서의 독립적인 격리가 힘들거나 주거지가 없는 성남시민, 코로나19로 일시 귀국한 해외봉사단원, 해외 교민들을 위해 성남시 코이카 연수센터와 강원도 영월군 글로벌인재교육원을 개방하는 결단을 내렸다.

이 이사장은 “코이카 직원들의 감염 우려 등 여러가지 위험 요소 때문에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면서도 “어차피 코로나19로 해외 연수생 단기 체류가 중단된 상황에서 중앙정부, 지역사회와 협력해 국가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임시생활시설로 개방하게 됐다”고 했다.

공교롭게도 인터뷰가 진행된 이날은 연수센터에 격리 수용됐던 79명의 이란 교민들이 16일간의 격리 생활을 끝내고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는 날이었다.

지난달 19일 연수센터에 격리됐던 이들은 퇴소 때까지 총 두 차례 코로나19 검진을 통해 모두 최종 음성판정을 받았다. 이 이사장은 “여러분의 안녕과 건강을 기원한다”며 버스에 타는 교민들을 직접 일일이 배웅했다.

이미경 코이카 이사장이 3일 경기도 성남시 코이카 연수센터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관련해 격리 생활을 마치고 떠나는 이란 교민들을 격려하고 있다.  [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그동안 코이카는 개발도상국 감염병 예방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이 이사장은 “개발도상국에는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결핵, 말라리아, 에볼라, B형간염, 소외열대질병 등으로 인한 사망자가 여전히 많다”면서 “개발도상국의 의료·위생환경을 개선하고, 국제사회와 감염병 예방 공조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사업들을 전개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외교부 위탁사업으로 국제질병퇴치기금 사업도 추진되고 있다”면서 “작년에는 총 388억원에서 올해 651억원으로 사업비를 대폭 증액해 개발도상국의 국제질병퇴치를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제선 항공권에 1000원씩 부과해 마련된 국제질병퇴치기금은 신종 감염병 치료제, 진단기기 개발에 지원되고 있는 중이다.

지난 2014년 출범한 글로벌보건안보구상(GHSA) 참여국인 코이카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와 협력해 가나와 캄보디아에서 △예방접종 역량 강화 △보건인력 훈련 △실험실 품질개선 사업 등을 펼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이 이사장은 ‘글로벌 보건 안보구상’이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그는 “개발도상국의 감염병 대응체계 역량 강화를 위한 중·장기적 사업지원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면서 “글로벌 위기 속에서도 사업연속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사업, 운영, 관리시스템의 디지털 전환을 모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이사장은 “당장 진단키트와 마스크, 방호복 같은 물품지원 요청이 쇄도하는데 외교부와 협의해 범정부 차원에서 이행하게 될 것”이라며 “또한 한국이 가진 의료기술, 검진 경험, 정보기술(IT), 건강보험제도와 같은 보건 분야 경쟁력을 공적개발원조(ODA)에도 활용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빈곤·기아퇴치, 영양 보급, 문맹률 개선 등 기초적인 보건·복지 문제도 놓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 이사장은 “기저질환자, 요양병원 집단감염 등에서 보듯이 감염병에는 취약계층이 가장 타격을 입는다는 점이 확인됐다”면서 “모두가 감염병만 강조하다보면 정작 감염병에 가장 취약한 분야가 안 보일 수 있다”고 역설했다.

이 이사장은 “앞으로 이번 사태를 계기로 보건 분야에 대한 코이카의 국제개발협력 사업이 주목받게 될 것”이라며 “우리나라의 보건협력 체계 발전에 코이카가 일조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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