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베이징 보위전]"조업 정상화는 천천히 안전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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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이재호 특파원
입력 2020-03-31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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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회 개최 환경 조성이 최우선

  • 조업 재개보다 방역 강화 주력

  • 올해 경제운용 큰틀 마련 시급

지난 29일 저장성 닝보를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컨테이너 부두를 시찰하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사진=신화통신]


베이징의 한 대형 회계사무소는 4000여명의 직원 가운데 30% 정도만 사무실에 출근하고 있다.

방역을 위한 직원 간 거리 두기 규정 때문에 사무 공간을 충분히 확보할 수 없어서다.

거래 기업을 관리하는 한 임원은 "곧 재무보고 시즌이 시작되는데 일손이 모자라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이 회사가 소재한 베이징 둥청구 질병통제센터의 왕징(汪靜) 부주임은 업무 환경을 직접 확인한 뒤 "더 떨어져 앉고 대면도 최소화해야 한다. 지금은 초등학생처럼 근무할 때"라며 여전히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중국 각지에서 조업 재개 가속화가 이뤄지고 있지만 베이징은 속도 조절을 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개최 준비에 주력하고 있는 상황에서 방역 소홀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재확산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하기 위해서다.

30일 신경보 등에 따르면 베이징 내 규모 이상 공업 기업(연매출 2000만 위안 이상)의 조업 재개율은 97.3%로 집계됐다.

다만 사업장 문을 다시 열고 공장 가동을 재개한 비율일 뿐 생산력이 100% 가까이 회복됐다는 의미는 아니다. 앞서 언급한 회계사무소도 조업은 재개했지만 직원 10명 중 7명 이상이 출근하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세를 잡았다고 판단한 중국은 각 지방정부에 정상 조업과 생산률 제고를 독려하고 있다. 전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코로나19 사태 후 처음으로 제조업 생산 현장을 방문한 게 대표적이다.

시 주석은 비가 오는 궂은 날씨에도 직접 우산을 든 채 저장성 닝보의 항구 컨테이너 부두와 다치자동차 부품 단지를 둘러보며 경제 정상화 의지를 피력했다.

베이징도 기업 및 소상공인의 경영난 해소, 민생 경제 회복 방안을 내놓고 있지만 중앙정부가 가하는 압박 수준은 다른 지방정부보다 낮은 편이다.

중국 국무원이 발표한 조업 재개 활성화 대책을 살펴봐도 베이징은 후베이성과 전염병 위험 등급이 같다. 방역이 최우선이고 조업 재개는 상황을 지켜보며 점진적으로 진행해도 된다는 의미다.

베이징시 부동산·도시건설위원회는 최근 대형 건설 프로젝트에 대해 승인제를 적용하기로 했다.

건설사는 공사 현장이 소재한 지역의 건축·보건 당국과 주민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공사를 시작하거나 재개할 수 있다.

효과적인 방역을 위해 현장 근로자 숙소를 최소 2.5㎡ 이상으로 짓고, 의심 증상자 격리를 위한 별도의 공간도 갖춰야 한다.

베이징의 대형 마트와 상점은 다수의 고객이 일시에 몰리는 것을 막고 매장 내 고객 간 거리를 확보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조업 재개보다 더 급한 게 이미 한 차례 연기된 양회를 정상적으로 개최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양회가 미뤄지는 바람에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도, 재정지출과 부양책 규모도, 물가와 실업률 등 각종 경제지표를 어느 수준으로 관리할 지도 여전히 미정인 상태다.

1분기 국내총생산(GDP)이 두 자릿수 역성장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는 만큼 이른 시일 내에 양회를 열어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시장을 안심시킬 필요가 있다.

일각에서는 5월 초 노동절 연휴가 시작되기 전 양회를 끝내기 위해 늦어도 4월 중하순에는 개막할 것이라는 의견을 제기하지만 아직 공식 발표는 없다.

한 중국 소식통은 "코로나19 상황이 안정됐다고 판단해야 열텐데 안정화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규정하기 어렵다"며 "베이징을 비롯한 주요 지역의 확진자를 최소 수준으로 관리하며 무증상 감염을 막는 게 우선"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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