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그램 기록 지워달라'… 증거인멸교사죄 추가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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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근 기자
입력 2020-03-26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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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그램 'n번방' 가담자들이 자신들의 형사처벌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 세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인터넷 포털사이트 등에는 자신의 텔레그램 기록 등을 지워달라거나 삭제방법을 묻는 요청이 급증하고 있다.

25일 인터넷에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온라인커뮤니티 등에서 n번방 탈퇴나 기록을 삭제할 수 있는 방법 등을 묻는 글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대부분 '실수로 들어갔는데 처벌이 걱정된다'며 삭제하는 방법이 있는지 등을 묻는 내용이다.

이에 맞춰 '텔레그램 이용 기록을 삭제해준다'며 입금을 유도하는 피싱사기도 생겨나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돈만 받아 챙기고 연락을 끊는 수법을 쓴다. 피해자들이 신고를 할 수 없는 처지라는 것을 악용한 것.

인터넷에서 기록을 삭제해주는 이른바 '디지털 장의사' 업체들은 텔레그램 기록을 지우는 것은 의미가 없는 행위라고 입을 모았다.

데이터복구와 서버흔적 삭제를 전문으로 진행하는 안재원 클린데이터 대표는 “텔레그램 사용내역을 삭제해 달라는 문의가 많이 들어온다”며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어) 의뢰를 받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자신의 휴대폰에서 텔레그램 기록을 삭제하더라도 서버에 기록이 남아있고 방장이나 대화 상대방 측에도 자료가 남아있을 수 있어 무의미하다”며 “SNS 등에서 성행하고 있는 삭제 서비스의 경우 피의자의 불안감을 이용해 돈을 벌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디지털 장의사 업체도 “우리는 현재 텔레그램 관련 의뢰를 받고 있지 않다”며 “증거인멸에 해당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고, 또 텔레그램에서 기록을 지울 수 있는 방법도 마땅히 없다”고 말했다.

삭제가 불가능한 것은 둘째치더라도 법률적으로도 문제가 있다. 법률 전문가들은 '삭제 의뢰'가 증거인멸교사죄로 처벌을 더 무겁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해당 행위는 증거인멸교사에 해당하고 또 만약 업체가 실제로 기록을 지워준다면 증거인멸죄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형법 제155조는 “타인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 은닉, 위조, 또는 변조를 한 자”를 증거인멸죄로 처벌한다. 그러나 이 법에 따르면 자기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를 스스로 인멸하는 경우는 처벌받지 않는다.

한 교수는 “본인이 증거를 없애는 것은 정당행위이며 일종의 자기 방어권 행사다”라면서도  “그러나 이것은 자신이 증거를 없앨 때만 해당할 뿐 타인에게 돈을 주고 의뢰한다면 증거인멸교사죄에 해당할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했다.

한 교수는 “(자기 스스로 증거를 없애는 것은) 형사상 자기에게 불리한 내용의 진술을 강요당하지 않을 권리인 자기부죄거부권 를 적용함에 해당하지만 타인에게 증거인멸을 요구하는 것은 처벌대상이 된다"고 강조했다.

대법원에서도 지난해 1월 타인에게 메시지 등 기록 삭제를 요구할 경우 증거인멸교사죄에 해당한다는 판단이 나왔다. 수사에 지장을 초래하고 방어권 남용에 해당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대법원은 “카카오톡 메시지를 삭제할 경우 내용의 복구가 용이하지 않아 수사에 상당한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며 “타인의 휴대전화에 저장된 정보를 삭제하도록 한 행위는 자신의 형사사건과 관련한 방어권 행사의 일환으로 용인되기 어려운 것인 점 등을 종합하면 방어권 남용에 해당해 증거인멸교사죄에 해당한다고 보기 충분하다”고 판시했다.

한편 법무부는 지난 24일 ‘n번방' 등 불법 성착취 영상 제작·배포에 관여한 피의자들에게 형법상 ’범죄단체조직죄‘를 적용해 '관전자'로 불리는 텔레그램 대화방 회원도 가담·교사·방조 정도를 따져 공범으로 수사하도록 했다.
 

텔레그램에서 불법 성착취물을 제작·유포한'박사방' 운영자 조주빈.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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