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사우디 카르텔도 검토…美 에너지 업계 디폴트 공포는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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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은숙 국제경제팀 팀장
입력 2020-03-25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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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가 급락에 미국 에너지 산업 위기 계속

  • "OPEC 대체하는 합의체 검토…아이디어 차원"

유가 시장의 공포가 계속되고 있다. 최근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들이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각종 정책을 내놓았지만, 유가 시장은 여전히 회복세가 시원치 않다.

24일(이하 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2.8%(0.65달러) 상승한 24.01달러를 기록했다. WTI는 전날에도 배럴당 3.2%(0.73달러) 상승하며 다소 안정세를 보였다.

그러나 이런 반등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시장의 향방을 예상하기는 힘들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소비가 살아나지 않는 가운데, 생산량의 급격한 감소 없이는 극적 반등이 힘들다는 것이다. 이처럼 저유가가 이어지면서 미국이 본격적인 대책 마련에 나설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유가 전쟁에 개입하겠다고 입장을 밝혔으나, 아직 구체적 방안은 내놓지 않고 있다. 이 와중에 댄 브루예트 미국 에너지부 장관은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가 새로운 석유 합의 기구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존재하는 석유 수출기구(OPEC)와 같은 형태의 기구를 미국과 사우디가 다시 만들겠다는 뜻이다. 기존 OPEC과 러시아 등 산유국 카르텔이 유가 전쟁으로 내홍을 겪고 있는 가운데, 세계 1위를 다투는 석유 대국인 사우디와 미국이 손을 잡는다면 국제유가 시장의 지형은 또 한 번 크게 변화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재 시점에 있어서 또 다른 합의 기구 구성은 단순히 아이디어 차원이라고 브루예트 장관은 선을 그었다. 그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유가정책과 관련해서는) 수많은 아이디어가 있으며, 이것은 그중 하나다"면서 "이것이 공식적인 형태로 발표될지는 알 수 없다"고 밝혔다.

아이디어 차원이라고는 하지만,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미국 에너지 업계의 상황이 빠르게 악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지난해 북미 지역 석유·가스 기업의 파산 건수가 전년보다 50% 늘어난 바 있다. 미국 법무법인 '헤인즈 앤드 분'이 올해 초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에서는 33개 오일·가스 업체가 파산했으며, 15개의 관련 서비스 기업들도 문을 닫았다. 이는 전년도에 비해 50% 정도 증가한 것이다.

게다가 올해 기록적인 유가 급락이 이어지면서 에너지 업계가 연쇄 도산할 가능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북미 에너지 관련 기업들의 부채 중 320억 달러가 2024년 만기를 앞두고 있다. 이런 열악한 상황은 업계를 대표하는 지수인 반 애크 어소시에이츠(Van Eck Associates)의 ‘반 애크 벡터스 오일서비스(VANECK VECTORS OIL SERVICES) ETF'의 가치 급락에도 반영됐다. 미국증시에 상장된 원유장비, 시추, 서비스업체 26개 종목에 투자하는 해당 ETF는 올해 들어 무려 72%가 하락했다.

원유업계의 기업들은 특히 가장 리스크가 높은 부채를 보유하고 있다. 4년 뒤 회사채 만기가 돌아오는 기업 중 65%는 투기 등급을 받은 곳이다. 일부 기업 중에는 향후 2년 내 거대 규모의 부채 만기가 돌아오는 기업들도 있다고 무디스는 밝혔다.

에너지 업계 기업들은 1조5000억 달러에 달하는 정크 본드 시장을 대표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최근 금융시장 악화로 정크본드의 가격은 더욱 급락하고 있다. 상황이 기업들의 연쇄 도산이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계속 나오고 있다. 미국의 유명 경제평론가인 짐 크레이머는 자신이 분석한 35개 에너지 기업 중 9~10개가 파산에 이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사진=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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