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코로나 외교] 유럽에 퍼붓는 원조 공세…'건강 실크로드' 제창도

배인선 중국본부 팀장입력 : 2020-03-24 07:59
전 세계 82개 국가 및 기관에 원조···"시진핑은 형제" 찬사도 미국과 유럽 벌어진 '틈' 공략···지정학적 영향력 확대 우려도 코로나19 계기로 '건강 실크로드' 제창···'일대일로' 외연 확대 '코로나19 발원지' 오명 지우기 노력도···
# "우리는 혼자가 아니다. 전 세계에 우리를 도와주려는 사람이 있다." 루이지 디 마이오 이탈리아 외무장관이 지난 13일 페이스북에 중국 의료진이 지난 13일 이탈리아에 도착해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을 실시간 영상으로 올리며 한 말이다. 중국 의료진은 이탈리아 정부 요청에 따라 현재 이탈리아 북부 지역에서 의료지원 활동을 하고 있다.

# 얼마 전까지만 해도 중국을 '위협국가'로 지목했던 리투아니아 정부도 의료물자 지원을 요청하기 위해 중국 정부와 접촉 중이다. 아우렐리우스 베리가 리투아니아 보건부 장관은 "유럽연합(EU)의 의료물자 공급조달을 기다리고 싶지 않다"고 전했다.

# 이란은 지난달 28일 공개적으로 미국의 지원을 거부했다. 그리고 바로 다음날 중국 의료팀은 테헤란에 도착해 의료 구호 활동을 시작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로 확산되는 가운데, 중국이 코로나19에 대응해 전 세계적으로 '광폭 외교' 행보를 보이고 있다. 특히 중국의 유럽 내 영향력 확대에 대한 경계섞인 시선도 감지된다. 
 

이탈리아 로마에 도착한 중국 의료팀. [사진=신화사]


◆ 전 세계 82개 국가 및 기관 원조···"시진핑은 형제" 찬사도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지난 20일까지 중국은 전 세계 82개 국가 및 국제기관에 지원했다. 마스크, 방호복, 산소호흡기, 진단키트 등 의료 구호물자 공급은 물론, 기술 협력이나 의료진 파견 등의 방식으로다.

지원 대상국엔 한국, 일본, 태국, 라오스, 캄보디아, 필리핀 등 아시아 지역은 물론 이란, 이라크, 파키스탄 등 중동 지역, 그리고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 그리스, 세르비아, 폴란드, 체코 등 유럽 국가 등도 대거 포함됐다.

중국의 대대적인 원조를 향한 각국의 찬사도 이어지고 있다. 중국의 코로나19 지원에 루이지 디 마이오 이탈리아 외무장관은 ‘연대 행위(act of solidarity)’로 표현하며 “우정과 상호연대는 오래 간다”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알렉산다르 부치치 세르비아 대통령도 지난 17일 트위터를 통해 "양국의 우정에 자부심을 느낀다. 중국 친구의 도움을 영원히 잊지 않을 것"이라며 중국과 세르비아 국기를 합성한 사진을 올렸다.
 

[사진=세르비아 대통령 트위터 캡처]


◆ 미국과 유럽 벌어진 '틈' 공략···지정학적 영향력 확대 우려도

하지만 중국의 코로나19 원조에 대한 우려도 존재한다. 영국 가디언지는 “중국이 인도주의적 지원을 하는 데에는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있는 만큼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코로나19로 고통받고 있는 유럽에 대한 원조가 중국의 지정학적 영향력 강화로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블룸버그는 중국과 유럽 모두 미국과 대립각을 세우는 와중에 중국이 유럽에 코로나19 원조를 '퍼붓고 있다(shower)'는 점에 주목했다.

독일 베를린에 있는 메르카토르 중국연구소(MERICS)의 루크레지아 포게티 연구원은 "중국이 이런 능력을 갖고 도움을 주고 있는 것이 매우 기쁘다"고 전했다. 그는 “하지만 중국은 원조를 하면서 동시에 의식적으로 소프트파워를 행사하며 대규모 선전 활동을 벌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적학적 측면에서 볼 때 유럽에 대한 원조를 통해 ‘구세주’ 이미지를 구축함으로써 글로벌 무대에서 중국의 국가 위상을 높이고 있다는 것이다.

◆ 코로나19 계기로 '건강 실크로드' 제창···'일대일로' 외연 확대

게다가 중국은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자국의 신실크로드 경제권 구상 계획인 일대일로(一帶一路)를 보건 건강 분야까지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하는 모습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16일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와의 전화에서 "전염병을 막기 위해 국제적으로 협력, '건강 실크로드'를 만드는 데 기여하고 싶다"고 전했다. 이탈리아는 유럽 주요국 중 유일한 일대일로 참여국이다.

특히 중국의 이러한 움직임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유럽에 대한 ‘봉쇄령’을 내리는 등 두 지역간 동맹에 금이 가고 있는 상황에서 이뤄지고 있다.

중국이 원조 공세를 퍼붓는 것과 달리, 현재 미국의 리더십은 사실상 ‘실종’ 상태다. 2014년 아프리카 에볼라 사태 때만 해도 미국이 전 세계적 대응을 주도한 것과 비교된다.

포게티 연구원은 “유럽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얼마나 지속될지를 말하는 건 시기상조”라며 “유럽에선 중국 공산당 일당독재와 인권문제가 여전히 부정적으로 간주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다만 그는 "지금 현 위기 속에서 중국의 지원은 실제로 일부 국가가 위기를 극복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으며, 일부 국가에선 미국과 유럽연합(EU)은 '방관자'로, 중국은 '구세주'라는 주장이 차츰 공감대를 얻고 있다”고 전했다.

◆ '코로나19 발원지' 오명 지우기 노력도···

중국이 코로나19 발원지라는 오명을 지우기 위한 목적으로 원조를 강화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중국의 코로나19 외교'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중국은 세계적인 대유행을 촉발시킨 책임을 지우기 위해 원조 활동을 벌이는 것"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칼럼은 중국이 아무리 많은 외국에 지원을 한다고 해도 중국의 초기 대응 미흡으로 오늘날 전 세계로 바이러스가 확산된 데 따른 책임을 만회할 순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서구국가들이 코로나19 폭풍우를 이겨낼 수 있도록 서로를 돕기 위한 계획을 하루 빨리 세워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중국이 이 기회를 틈 타 이탈리아뿐만 아니라 유럽과 전 세계의 구세주로 자신을 내세울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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