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코로나19가 초래한 것은 ‘시스템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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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관 기자
입력 2020-03-23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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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상호 한국건설산업연구원장


코로나19는 특정 국가, 특정 지역, 특정 산업, 특정 계층에만 국한된 재앙이 아니다. 모든 국가, 모든 지역, 모든 산업, 모든 계층의 재앙거리가 되고 있다. 한마디로 ‘시스템 위기’를 초래한 것이다. 시스템이란 단어는 ‘상호작용하는 연관된 요소의 전체’를 의미한다. 이처럼 의미하는 바가 크고 넓다 보니, 우리는 종종 전체가 아니라 시스템의 일부만 보는 경향이 있다. 그러다 보면 두더지 잡기 식으로 불쑥불쑥 삐져나오는 현안에 대해서만 대증요법을 처방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지금 당면한 위기는 시스템 위기다. 부분에만 집중하는 ‘핀셋’ 대책 같은 조치는 효과가 떨어지고 무의미할 수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항공사는 당장 심각한 타격을 받았다. 글로벌 항공사 대부분은 노선의 80∼90%가 취소되었고, 매출액도 마찬가지로 급감했다. 글로벌 항공사들이 보유하고 있는 현금으로 버틸 수 있는 기간은 2개월도 채 안 된다고 한다. 이에 따라 미국은 약 500억 달러 규모의 항공사 지원대책을 발표했고, 독일은 자국 항공사에 무제한 금융지원을 약속했다. 지원대상은 저비용 항공사(LCC)만이 아니다. 대형 항공사도 포함되어 있다. 외국 정부의 이런 조치들은 최근 발표한 우리 정부의 항공업계 지원대책과 큰 차이가 있다.

우리 정부는 저비용 항공사(LCC)에만 3000억원 규모의 긴급 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경제위기 상황에서는 중소기업과 취약계층을 우선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전통적인 사고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금은 저비용 항공사와 대형 항공사의 구분이 무의미하다. 코로나19 사태를 대형 항공사가 야기한 것도 아니고, 대형 항공사의 피해가 저비용 항공사보다 적은 것도 아니다. 만약 대형 항공사가 파산하게 되면 경제에 미치는 충격은 더 증폭될 것이다. 항공업계의 존립을 위협하는 시스템 위기에서는 저비용 항공사 등을 대상으로 하는 부분적인 지원이 아니라 전방위적인 지원대책이 필요하다.

전체 시스템의 위기 상황에서는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도 차원을 달리해서 생각해 봐야 한다. 재난기본소득에 대한 논란을 보자. 취약계층, 소상공인, 자영업자만 지원하자는 것이 아니다. 다시 말해서 코로나19로 인해 직접적인 타격을 입은, 남보다 더 심한 충격을 받은, 경제적으로 더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만을 가려서 지원하자는 주장이 아니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일정 금액을 주자고 한다. 이미 홍콩은 본토 거주 영주권자에게 1인당 1만 홍콩달러(약 155만원), 싱가포르는 21세 이상 모든 시민권자에게 300싱가포르달러(약 26만원)씩 지급했다. 미국도 국민 1인당 1000달러씩 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 같은 재난기본소득에 대해서는 재원조달이나 형평성 및 효과 등 여러 측면에서 비판하는 목소리가 있다. 하지만 이런 논의가 나오게 된 배경을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코로나19는 특정 계층에게만 손해를 입힌 것이 아니라 전 국민에게 손해를 입힌 것이다. 어느 누가 더 큰 손해를 입었는지 따지기가 현실적으로 어렵고, 그럴 시간적 여유도 많지 않다. 수요와 공급, 수입업체와 수출업체,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을 가리지 않고 모든 부문에서 큰 손해를 끼친 시스템 위기이기 때문에 전 국민을 대상으로 재난기본소득을 주자고 주장하는 것이다.

우리 정부도 최근에 50조원 규모의 비상금융 조치를 발표했다. ‘중소기업·소상공인·자영업자의 도산 위험을 막고 금융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첫째 조치’라고 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위기는 ‘중소기업·소상공인·자영업자’에게만 닥친 것이 아니다. 수요와 공급의 일대 혼란으로 기업마다 매출액이 급감하면서 현금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금은 금리 인하를 통한 대출 비용의 감소보다 보유현금의 양이 중요하다. 어떤 기업도 매출액의 80∼90%가 갑자기 줄어드는 상황을 대비해서 현금을 쌓아두지는 않는다. 지금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과거 IMF 외환위기 때 겪었던 기업의 연쇄도산과 대량 실업을 또 한 번 겪게 될 수 있다. 당면한 위기가 부분적인 위기가 아니라 전체 시스템의 위기라고 생각한다면, 중소기업·소상공인·자영업자만이 아니라 대기업을 포함한 모든 기업과 계층에게 유동성 지원을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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