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재 칼럼-지금·여기·당신] 박능후 장관, 코로나19 전장의 장수 맞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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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재 논설위원
입력 2020-03-18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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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회적 거리두기 무시, 잇단 말실수로 '아군' 사기 떨어트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의 전쟁 주무부처는 보건복지부다.

'전쟁사령부'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본부장은 정세균 국무총리고, 실제 전쟁터인 전장(戰場)을 누비며 현장을 지휘하는 중대본 1차장은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다.

그런데 '전장의 장수(將帥)'인 박능후 장관의 말과 행동은 좀처럼 이해하기 힘들다. 싸움을 이기려고 하는 건지, 싸울 능력과 의지는 있는지 의문이 들 정도다.

먼저 행동.

아래 사진은 12일 서울 중구 정동의 한 식당에서 열린 코로나19 중증환자 치료병상 확보를 위한 병원장 간담회 모습이다.
 

[박능후 장관이 12일 서울 시내 한 식당에서 열린 대형병원장 간담회에서 참석자들과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마스크'도' 쓰지 않은 박 장관은 마스크를 쓴 참석자들과 손을 잡고 인사를 나눴다. 방역당국은 코로나19 예방에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가장 중요하다고 역설하고 있는데 방역담당 장관은 맨손으로 여러 사람들과 악수를 했다. 그들의 거리는 50㎝에 불과했다. 악수(握手)가 아니라 악수(惡手)다.

이 간담회는 개최 자체부터 논란이었다. 중대본이 수도권 대형병원장들을 12일부터 17일까지 네 차례에 걸쳐 서울 시내 식당으로 불러 모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전쟁 최전방에서 싸우고 있는 병원장들을 한 자리에 소집해 간담회 포함, 1시간 넘게 점심 식사까지 했다. 전쟁 와중에 이런 여유를 부리다니. 더 심각한 건 박 장관처럼 감염 위험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일부 참석자들의 행동이었다.

실제로 우려가 현실이 됐다. 지난 13일 간담회에 참석한 경기도 성남 분당제생병원 이영상 원장이 18일 새벽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 원장은 지난 16일부터 기침, 콧물 등 증상이 있었다고 하는데, 간담회에 참석하고 나서 3일 후에 증상이 나타난 것이다. 이 원장 확진 이후 이날 간담회를 주재한 중대본 1총괄조정관인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 등 직원 8명이 곧바로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정부에 비상이 걸렸다. 해양수산부 등 다른 부처 직원 집단감염과는 차원이 다르기 때문이다. 간담회로 인해 보건복지부 고위인사들과 병원장까지 줄지어 격리되거나 확진 판정을 받게 된다면 방역체계에 큰 혼선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 만약 12일 회의 참석자 중에서도 확진자가 나온다면, 그 확진자가 박 장관과 악수를 나눴다면 정말 코로나19 사령부가 초토화되는 상황이 올수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김강립 차관은 지난 17일 브리핑에서 고위 공직자들의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한 조치에 대한 질문에 "손 씻기와, 실내에서 장시간 회의를 하지 않는다거나 마스크를 착용하는 등 일반적인 위생수칙을 보다 철저하게 이행하는 게 답"이라고 했다.

박 장관은 말도 안되는 실언도 많이 했다. 12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박 장관은 마스크 부족 사태에 대한 질의에 "의료진이 넉넉하게 재고를 쌓아두고 싶은 심정에서 부족함을 느끼는 게 사실"이라거나 "(의료진) 본인들이 더 많이 방호복과 마스크를 가지고 싶다는 마음을 충분히 이해한다" 등의 어처구니없는 발언으로 물의를 빚었다.

2월 26일에는 국내 코로나19 급속 확산의 원인에 대해 “가장 큰 원인은 중국에서 들어온 한국인”이라고 해 파문이 일었다.

요즘 국민 모두 말 한 마디, 행동거지 하나하나 조심하고 있다. 전쟁 중에 장수를 바꿔서는 안되지만 아군의 사기를 깎아 내리거나 직접 피해를 주는 언행을 계속하면 장수 교체는 불가피하다. 코로나19와의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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