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재원의 Now&Future] 세계 경제가 확진 판정.. 처음보는 대불황 덥친다

곽재원 수석논설위원입력 : 2020-03-17 17:53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남극대륙을 뺀 지구 전역에서 위세를 떨치고 있다. 2019년 12월 말부터 출현한 이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 사건 일지(日誌)는 인류문명사에서 하나의 결절을 이룰 만큼 중대한 임팩트를 내포하고 있을지 모른다.

뉴욕타임스(NYT)의 칼럼니스트인 토머스 프리드먼은 1995년 “세계가 평평해졌다(The World is Flat)”고 선언했으며, 다국적 컨설팅 회사인 맥킨지는 2014년 ‘초연결된 세계에서의 위험과 책임(Risk and responsibility in a hyperconnected world)’을 강조했다. 이러한 초연결 글로벌 시대에 출몰한 코로나19는 과거의 사스(SARS), 신종 인플루엔자(H1N1), 메르스(MERS)와 비교하면 체급이 다른 대형 전염병임이 분명하다.

2002년 11월 중국 광둥성에서 처음 발생한 뒤 전 세계로 확산된 사스로 8개월 동안 30개국에서 8000명이 넘는 감염자가 발생했으며, 이 중 774명이 사망했다. 이에 앞서 2001년 9·11 테러 사건으로 세계가 극도로 혼미해졌을 때 중국은 세계의 주류 경제권에 편입했다. 중국이 2001년 12월 11일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것이다.

1989년 천안문사태의 앙금을 털고 세계무역국으로의 발돋움을 알리는 팡파르였다. 세계도 9·11 테러사건에 따른 경기 침체를 중국이 풀어주리라 한껏 기대했다. 이러한 기대에 찬물을 확 끼얹은 것이 1년 뒤에 찾아온 사스다. 중국에 대한 세계의 기대는 무너졌고, 사스 발생국가로 낙인이 찍혔다. 중국당국이 정보를 통제하고 쉬쉬하는 바람에 피해를 더 키웠다는 비판도 강하게 나왔다. 이번 코로나19 사태에 대해 중국이 유난히 민감해하는 것도 ‘사스 데자뷔’ 콤플렉스가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글로벌 임팩트 측면에서는 사스보다는 ‘돼지독감’으로 불린 신종 인플루엔자가 더 컸다. 2009년 봄 멕시코에서 시작해 4월이 되면서 미국을 넘어 전 세계로 확산됐다. 이 신종 플루는 214개국에서 발병해 2010년 8월 종료될 때까지 전 세계적으로 1만8500명이 사망했다. WHO(세계보건기구)는 2009년 6월 팬데믹(대유행)을 선포했다. WHO의 첫 비상사태 선포였다.

영국의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2001년 9월부터 2002년 12월까지 단 한번도 사스를 커버스토리로 다루지 않았다. ‘9·11 테러’ 특집이 주류였다. 사스를 중대한 세계 뉴스로 취급하지 않은 것이다. 중국과는 전혀 다른 인식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오히려 신종 인플루엔자에 주목했다. WHO의 사상 첫 팬데믹 선포였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전후에 맥락이 들어 있다. 2008년 9월 리먼 브러더스 사태라는 세계 금융위기가 발생했다. 세계는 급격히 불황의 긴 터널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 여파가 확연히 드러나기 시작한 2009년 1분기에 대부분의 세계 주요기업들이 사상 처음으로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미국의 자동차 메이커인 GM과 크라이슬러가 파산 신청을 했으며, 연방정부는 즉각 구제금융에 나섰다.

세계 불황의 그림자가 나날이 짙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2009년 4월의 신종 인플루엔자는 세계 경제에 치명타를 가했던 것이다. 세계 경제는 그후 6년간 중병을 앓았다.

2016년 1월 말 스위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다보스 포럼)에서 ‘제4차 산업혁명 시대의 도래’를 선언한 것은 신종 인플루엔자의 파괴력까지 합친 리먼 쇼크로부터의 탈출을 알리는 축포였던 셈이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세계 불황을 해결한 것은 결국 신기술이었다는 점이다. 2007년 전후에 많은 서비스들이 등장했다. 애플이 아이폰을 선보였고, 페이스북과 트위터는 세계 규모로 확대되었으며, 구글은 안드로이드를 내놓았다. 이러한 서비스로 세계는 네트워크로 연결되었다. 많은 데이터가 디지털화되면서 그 보존능력은 클라우드를 사용한 서비스에 의해 비약적으로 확대됐다. 디지털 정보 덕분에 정보 기록과 보존이 거의 무료가 된 것도 큰 변화다.

2020년의 코로나19는 규모(scale)와 범위(scope)에서 골리앗이다. 올들어 지금까지 세계는 상상치도 못한 엄청난 ‘혼돈’에 빠져들고 있다. 세계의 인적·물적 이동이 막히면서 국제물류 시스템이 마비되어 가고 있다. 금융 혼란과 실물경제 피폐화가 심화되고 있다. 주요 7개국(G7) 정상들이 지난 16일 코로나19에 대처하는 긴급 화상회의를 열고 “고용과 산업을 지키기 위해 금융·재정정책을 포함한 모든 수단을 동원한다”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미국은 제로 금리를, 독일은 무차별 재정 동원을 발표했다. 그러나 금융시장의 추락을 저지하기엔 역부족이다. 제조업, 비제조업을 가릴 것 없이 코로나 쓰나미 앞에 백약이 무효다.
모든 나라의 정책당국은 코로나19로 수요가 증발하고, 불안과 공포가 연쇄적으로 확산하는 것을 차단하는 게 급선무다. 하지만 금방 해소될 것 같지는 않다. 이제부턴 내구력이 승부다. 내구력은 오래 견디고, 버틸 수 있는 힘이다. 세계는 체력전의 시대에 들어갔다.

그렇다면 한국경제의 내구력은 어디에 있는가. 코로나19 사태 이후 세계 지정학·지경학의 모습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포스트 코로나’ 대책은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

문재인 대통령은 17일 오전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제 상황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보다 심각한 양상으로 규정하고, 직접 비상경제회의를 주재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조만간 긴급경제대책을 발표할 것이다. 긴급경제대책은 ‘긴급’과 ‘부양’이라는 두 단계를 강구해야 한다. 한편으로 내구력을 키우고, 다른 한편으론 신진대사를 원활히 하여 경제체력을 강화하는 일이다. ‘산관 총동원 체제’를 여하히 활성화시키느냐에 그 성패가 달려 있다.

무너진 관료체제를 재구축해 국난극복에 나서도록 동기부여를 해주는 일이 우선되어야 한다. 사라져버린 산업정책과 기업정책을 바로 세워 산업계에 새로운 모멘텀이 일어나도록 만들어야 한다. 청와대는 막힌 데가 어디 있는지, 어떻게 뚫어줄 것인지를 생각해야 한다.

한국은 위기 속에서 새로운 기회를 모색해야 한다. 신기술을 중심으로 한 제4차 산업혁명의 ‘혁신의 열기’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와 불황을 내몰고, 새로운 길로 향해 나가야 한다. 이러한 관점을 포함한 긴급경제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아주경제와 컴패션의 따뜻한 동행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실시간 급상승

    9.9초 더보기

    아주 글로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