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고의 인정 안 돼” 연이은 기소유예 처분 취소…검찰 처분에 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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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근 기자
입력 2020-03-15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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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기소유예 처분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연이어 취소결정을 내렸다. 검찰의 기소권 남용에 대해 헌재가 제동을 걸고 나선 모습이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달에만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헌법소원 사건 3건에 대해 '기소유예처분 취소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지난달 27일 절도 혐의에 대해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A씨가 이를 취소해달라고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처분 취소 결정했다.

A씨는 서울 용산구의 한 독서실에서 다른 사람의 충전기를 가져가 사용한 혐의(절도)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그러나 헌재는 독서실에서 다른 책상에 꽂혀있던 타인 소유 휴대전화 충전기를 사용했다고 해서 절도죄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공용 충전기로 오인했을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같은 날 헌재는 2016년 총선을 앞두고 자신의 SNS(소셜네트워크 서비스)에 특정 후보에 대한 게시물을 공유했다는 이유로 기소유예 처분(선거법 위반)을 받은 공립학교 교사가 낸 헌법소원사건에서도 같은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법에서 정한 선거운동은 특정후보자를 낙선 혹은 당선시키려는 목적이 객관적으로 인정될 수 있는 행위를 말한다”며 “타인의 글을 단순 공유한 행위는 선거운동이라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의사가 잘못 작성한 진료기록을 토대로 보험금을 타낸 소비자(보험사기)도  기소유예 처분이 취소됐다. 고의로 진료기록을 조작해 달라고 요청했다거나 개입한 정황이 없다는 것이 이유다.

결정문에서 헌재는 피의자의 고의를 인정할 수 있는 확실한 근거가 없는데도 검찰이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고 지적했다. 

기소유예는 죄가 인정되지만, 범행 후 정황이나 범행 동기·수단 등을 참작해 검사가 재판에 넘기지 않고 선처하는 처분이다.

실질적으로는 무죄에 가깝지만 법률상·형식상 유죄라는 점이 문제다. 자신이 무죄라고 생각하는 피의자는 억울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 기소가 될 경우 법정에서 무죄를 다툴 수 있지만 기소가 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피의자가 무죄를 다툴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기소유예 처분을 근거로 피해자 측이 손해배상 등 민사소송을 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피의자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 밖에 없다. 

우리 사법체계에서는 이 경우 헌법소원을 청구하는 것이 유일한 불복방법이다.

헌재 결정에 따라 검찰은 사건을 재수사해 기소 여부를 다시 결정해야 한다.
 

[사진=헌법재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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