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영 칼럼] 당장 생활고가 심각한데 정치권은 선거에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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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영 고려대 융합경영학부 교수
입력 2020-03-16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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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치적 눈높이.국민의 눈높이...뭐가 중한가

[김재영 고려대 융합경영학부 교수]




코로나19와 관련하여 글을 썼던 한 달 전에 비해 상황은 더욱 심각해졌음을 느낀다. 다른 나라들보다 선제적 방역으로 확실한 통제를 기대했으나, 뜻하지 않게 방역에 예기치 못한 구멍이 발생하였다. 특정 교인들의 집단감염이 확인되면서 전국적으로 확진자 수는 계속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조금 잠잠해졌다 싶다가도 집단감염이 발생하고 있는 것은 간과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 국민들의 불안감은 더욱 심각해졌음에도 정치권은 다가올 선거에 더 큰 관심을 갖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울 뿐이다.

오히려 지금 걱정해야 하는 것은 따로 있는데···.

누구나 자신이 처한 사정이 다르다 보니 알고 있으면서도 모른 척하는 것인지, 아니면 정말 모르는 것인지 모르겠다. 본인의 사정부터 이야기를 하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막내아들은 친구들과 놀 수도, 학원에 갈 수도 없는 소위 ‘자가격리’ 상태이다. 싫든 좋든 놀이의 대상은 이미 초등학교생 누나밖에 없다. 가뜩이나 가만히 있지 못하는 아들 녀석이 밖에 나가본 것은 벌써 근 한달 전의 일이다. 이른 아침 가방을 메고 학교에 가야 할 아이들이 집에서 클래스팅 등을 통해 전달받은 동영상을 보고 학원에서 보내온 숙제를 따라하며 동영상 또는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담임선생님과 인사도 못한 아이들은 집에서도 잘하고 있음을 온라인을 통해 소통하고 있는 것이다.

그나마 이는 집에서 돌봐 줄 수 있는 누군가가 있을 때의 이야기이다. 우리나라의 18세 미만 자녀가 있는 유배우자 가구 중 맞벌이 가구 비율은 2018년 기준 51%로, 두 집 건너 한 집은 맞벌이인 상태이다. 전염병 확산에 따라 정부에서는 긴급보육의 대책을 제시하고 있지만, 집단감염의 위험성이 높은 상황에서 누구라도 돌봐 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보내고 싶지 않을 것이다. 맞벌이 부부 10쌍 중 6쌍은 조부모·부모나 친·인척의 도움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상황이 이렇지 않더라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발표에 따르면 2018년 맞벌이가구의 44%는 정부의 돌봄 서비스가 제공되더라도 추가적인 사적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학원에 아이를 맡기지 않으면 부모의 퇴근시간까지 아이를 돌봐줄 곳이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코로나의 영향으로 학원도 쉬고 있다는 것이다. 비정규직에게는 지금의 상황이 더욱 암담할 수밖에 없다.

우리네 일상 역시 반강제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외부활동은 감소되었고, 하다 못해 악수도 쉽게 청하기 어려워졌다. 행여나 마스크라도 안 하고 있으면 마음이 불안하고, 엘리베이터에서도 이웃과의 반가운 인사보다는 구석으로 이동하며, 식사할 때 역시 마주 앉는 것이 실례로 인식되기 시작하였다. 전염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인해 감염병에 대한 수 많은 정보들은 오히려 새로운 스트레스를 만들어내고 있다. 문제는 외출이 줄어들면서 우리가 챙겨야 하는 사람들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지는 않을지 걱정이다. 전국적으로 세 집 건너 한 집은 나 홀로 사는 1인 가구이며, 그 가운데 네 집 중 한 집은 우리가 자주 살펴봐야 할 65세 이상의 독거노인 가구이다.

외부활동의 감소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이 지탱하는 서민경제에 치명적 위험을 주고 있다. 예전 같으면 일찍 가지 않으면 앉을 자리도 없던 식당에 웬일인지 손님이 없다. 대형마트도 한산하다. 특히 대구 시내 음식점의 대부분은 하루 내내 손님을 한 팀도 못 받는 가게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학원이 문을 닫고, 대학가가 개강을 연기한 데다 그나마 2주간은 온라인 교육이라 3월까지는 식당들도 문을 닫는 곳이 많다. 외출을 하지 않으니 학교주변 음식점뿐만 아니라 옷가게, 하다 못해 편의점도 문을 닫았다. 유일하게 사람들이 있는 곳은 오직 마스크가 있는 약국이다. 서민경제가 위태롭다.

문제는 이 사태가 진행형으로, 끝이 어디인지 모른다는 것이다. 11일 세계보건기구(WHO)는 코로나19에 대해 조금 애매하지만 전 세계적 대유행(팬데믹)을 선언하였다. WHO는 감염병 위험 수준에 따라 경보발령을 하는데, 가장 높은 단계가 6단계 팬데믹이다. 우리나라에서 역시 코로나19에 대한 심각단계 적용이 왜 늦었냐 등에 대해 정치적 공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이러한 말을 하고 계신 분들이 초기에 어떠한 이야기를 했었는지는 지나간 인터넷 기사를 보면 다 알 수 있는 내용이다. 과거 신종플루가 유행했을 때, 전 세계는 타미플루를 확보하기 위해 돈을 쏟아부었으며, 다국적 제약회사는 이를 이용해 큰돈을 벌었다. 당시 전 세계 언론들은 WHO가 너무 빨리 단계를 적용하는 바람에 세계적 경제 공황을 만들었다고 비난하였던 것을 그새 잊었나 보다.

이러한 경험 탓에 WHO의 공식적인 선언은 선언 자체가 애매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결국 세계적 대유행, 즉 팬데믹의 발표는 다시 한번 전 세계 증시에 영향을 미쳤다. 우리나라 역시 그 영향을 벗어나지 못했다. 전 세계 증시가 동시에 폭락하면서 ‘13일의 금요일’ 악몽이 펼쳐졌다. 국내 코스피 시장에서는 이틀 연속 사이드카(side car)가 발동되었고, 동시에 코스닥 시장에서도 서킷브레이커(circuit breakers) 조치가 내려졌다. 둘 다 시장 상황이 변화할 경우, 거래제한 등을 통해 주식시장에 미치는 충격을 줄이기 위한 조치로, 이 두 조치의 동시 발동은 우리 증시 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이후 처음으로 장중 1700선이 붕괴되는 사태를 경험하였다. 이로 인해 금융위원회는 16일부터 6개월간 공매도 금지를 결정하였다. 공매도는 주가가 하락할수록 수익을 내는 투자방법으로, 일반 거래와 다르게 비싸게 팔고 싸게 사는 방식으로 수익을 낸다. 공매도 세력은 코로나19로 인해 사회가 뒤숭숭할 때, 폭락장에서 자신의 수익을 위해 더욱 주가 하락을 부추기는 결과를 가져왔다. 전에 없던 보다 강한 조치가 필요하게 된 상황이다.

이처럼 코로나19 사태는 WHO의 팬데믹 발표로 우려했던 세계 경제가 크게 위축되리라는 전망에 한층 비관적인 영향을 미치기에 충분하다. 최근 미국은 물론 유럽에서의 전염 확산이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면서 내수는 물론 교역, 제조업 생산경로를 통한 부정적 영향은 보다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로 인해 우리나라의 금융시장 및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더욱 커질 것이 분명하다. 더군다나 저가항공과 여행업에 대한 악영향은 국내소비를 중심으로 많은 문제가 나타날 소지가 매우 크다. 금융위기 때의 연쇄도산도 우려되는 심각한 상황이다. 이에 정부는 11조7000억원에 이르는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했다. 초고강도 대책이다. 하지만, 시행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이미 야당은 이번 예산에 대해 선거용이라 주장하고 있다. 돈 주면 뽑아줄 것이라 생각하는 것인가? 정말 미안하지만, 늦어지는 만큼 생활고를 걱정해야 하는 이들이 있다. 앞서 말했던 것처럼 누구나 각자의 사정이 다르다. 기업과 개인 모두 추가경정예산이 집행되어도 당장 지원을 받기는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는데, 선거와 연결시키고 있다는 인상을 풍기는 것은 누구 눈에는 뭐만 보인다는 생각이 든다. 정작 걱정해야 하는 것은 정치적 눈높이가 아닌, 국민의 입장에서 봐주길 바란다. 제발 피해가 큰 자영업자와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지원은 물론 당장의 생활고를 겪고 있는 이들의 고통을 살펴줄 바른 정치(政治)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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