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동 이야기⑤] ‘할머니 감각’ 재해석…‘마르코로호‘ 만들다

신보훈 기자입력 : 2020-03-12 15:38
[편집자주] 성수동은 매력적이었습니다. 트리마제, 아크로 서울 포레스트 등 초호화 주거시설 반대편에는 수제화 거리‧철물점 등 낡은 흔적이 공존했습니다. 골목 곳곳에는 저마다 개성을 살린 카페와 음식점, 뷰티 전문점이 자리했습니다. 여기에 소셜벤처기업이 빈 공간을 채우면서 성수동은 문화의 용광로가 됐습니다.

성수동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테이블 하나 없는 카페에서 커피를 주문하며 남사장님과 건너편 꽃집 여사장님의 관계를 알게 됐습니다. 커피를 사면 꽃집 안에서 티타임을 즐길 수 있다는 정보도 얻었습니다. 반대편 음식점에선 도시를 떠나 귀농한 농부가 직접 채소를 길러 반찬을 만들고, 손님들에게 내놓는다고 했습니다. 각자가 저마다의 이야기를 품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성수동이 궁금해졌습니다. 넓은 공간 속 작은 공간들, 그 한 곳 한 곳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습니다. 성수동에 가게를 낸 자영업자, 세상을 향한 ‘임팩트’를 준비하는 소셜벤처 창업가, 본사 이전으로 성수동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수식이 불가능한 문화예술인, 그리고 성수동의 변화를 함께 한 평범한 사람들.

성수동이라는 공간을 채우는 사람들,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성수동을 이해해 보려 합니다. 이 과정은 ‘성수동을 기반으로 체인지메이커(changemaker) 성장을 지원하는’ 루트임팩트와 동행하기로 했습니다. 아주경제X루트임팩트의 ‘성수동 이야기’ 지금 시작합니다.

 

[마르코로호 디자이너, 상주 할머니 삼총사.(사진=알브이핀)]


[글=루트임팩트 마영진 매니저] 추운 겨울날 찾아 간 할머니댁은 온기로 가득했습니다. 우리 손주 오는 길 고생했다며 이불 속 아랫목을 내어주시면 마음도 함께 녹아들곤 했지요. 낡은 주전자마저 온기를 내뿜는 할머니의 보금자리는 ‘무심한 듯 내추럴한’ 예스러움으로 가득했습니다. 무엇 하나 허투루 버리지 않으면서 있는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할머니 감각'을 모티브로 재해석한 수공예품 '마르코로호'의 권대영 '알브이핀' 이사를 만나봅니다.


Q. ‘알브이핀(RVFIN)’을 검색하면 가장 상단에 ‘마르코로호’라는 브랜드 페이지가 노출됩니다. 알브이핀과 마르코로호를 소개해주시죠.

“알브이핀은 ‘Real Value Finder’의 약자에요. 하나의 문제보다는 여러 문제를 다양하게 해결해보자는 의미에서 철학적인 이름을 담아 사명을 짓게 됐어요. 저희는 ‘사회적 가치가 담긴 브랜드를 만들고’, ‘소셜 벤처에 필요한 마케팅‧브랜딩 서비스를 지원한다’는 미션을 가지고 있어요. 크게 두 가지 사업을 운영하는데, 하나는 ‘마르코로호’로 대표되는 브랜드 운영사업부에요. 경북 상주의 할머니들이 만드는 수공예품과 생활 소품을 판매하죠. 그 외 남미와 국내 미혼모들이 만드는 수공예품을 판매하는 ‘크래프트링크’, 파인애플 잎으로 만든 가죽 제품을 판매하는 ‘마리스파인애플’ 그리고 다회용 컵을 대여해주는 ‘슬라부’ 브랜드를 운영 중이에요.

다른 하나는 ‘프롭’이라는 브랜딩 컨설팅을 제공하는 지원사업부에요. 본사를 경북 상주에 두고 사업을 시작했어요. 경북 지역에는 소셜벤처들이 굉장히 적고, 농업 기반의 사회적 기업들이 온라인에서 판로를 찾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브랜딩에 대한 개념도 희박했고요. 마르코로호 브랜드를 운영하면서 쌓은 경험을 나누어 주고 그분들의 성장에 도움을 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시작하게 됐어요.“


Q. 알브이핀이 집중하는 대상은 ‘할머니’인 것으로 보이는데요.

“알브이핀은 우리나라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노인 빈곤율과 자살률 1위라는 문제를 발견하면서 시작됐어요. 이 문제를 파다보니 단순히 노인으로 묶이는 게 아니라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분리해서 생각해야 했어요. 특히 상대수명이 긴 할머니들의 빈곤율은 특히 더 문제였죠. 젊은 시절에도 사회생활을 할 기회가 드물었기 때문에 노인이 돼서도 힘든 부분이 많았어요. 특히, 경북 상주시는 노인 고령화 비율이 매우 높은 도시에요. 이곳이 고향인 창업자 신봉국 대표는 어릴 때부터 이런 할머니들을 가까이서 보고 자라서 이분들이 특별한 기술이 없어도 매듭 악세사리 등 다양한 손재주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 이 기술을 잘 활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신봉국 대표와 신은숙 이사가 함께 창업한 남매 창업가인데. 신은숙 이사가 노인복지를 전공해서 그런 상황들을 조금 더 잘 알았죠.”


Q. 젊은 세대가 ‘할머니 감각’이 투영된 제품을 구매할지는 의문이 듭니다.

“‘할머니 감각’이라는 키워드를 부각시킨 것은 지난해 말 제품 영역을 확대하면서 부터에요. 할머니들이 만든 팔찌 등 패션 수공예품 뿐만 아니라 인테리어 소품까지 만들었죠. ‘할머니 감각’은 두 가지 의미를 지니고 있어요. 하나는 할머니들이 손으로 만들어주는 ‘손의 감각’이고, 다른 하나는 ‘공간의 감각’이에요. 어떤 인테리어 감각을 가지고 일부러 집을 꾸미는 게 아니라 오래된 것들을 적재적소에 활용해서 자연스럽고 조화롭게 어울리는 공간을 만드는 감각이죠.

물론 일단 예뻐야 해요. 인테리어 소품의 경우, 무작정 옛날에 쓰던 물건을 가져오는 게 아니라 저희 나름의 방식으로 재해석합니다. 할머니가 쓰던 패턴을 차용한다든지, 예전에 쓰던 물건의 모양을 복각하는 형태로 디자인에 녹인다든지요. 마르코로호만의 감성으로 해석한 제품이라고 보면 될 것 같아요.“


Q. 제품의 ‘생산자’라고 할 수 있는 할머니들을 발굴하고, 수익을 나누는 과정이 궁금합니다.

“패션 수공예제품의 경우 열네 분의 할머니가 작업하고, 상황에 따라 스물 다섯 분까지도 제작에 참여해주세요. ‘상주시니어클럽’에서 할머니들을 연결해 주죠. 저희와 합을 맞추면서 교육 과정을 거치는데, 할머니들마다 잘 하는 매듭이 다르기도 하고, 못하겠다고 포기하는 분도 계세요. 교육과정에서 탈락하시는 분들도 계시죠. 정부에서 지정한 노인 일자리 사업 보수는 월 40시간 33만원 가량인데, 저희는 기본적으로 더 높게 책정해드려요. 숙련도에 따라 차등 지급이 돼요. 많이 받으시는 분은 월 130~140만원까지 받고 계시죠. 상주에서는 매우 ‘핫’한 일자리라고 들었어요.(웃음)”
 

[할머니들이 만드는 액세서리 제품.(사진=알브이핀)]


Q. 브랜딩 컨설팅 사업도 운영한다고 했는데, 알브이핀의 브랜딩 서비스 사례를 소개한다면?

“상주 지역의 특산물을 판매하는 분들과 농업 체험, 생존수영 관련 기업 등 지역 기반을 활용한 소셜벤처들의 브랜딩과 마케팅을 담당했어요. 인큐베이팅도 함께 지원해드리고 있죠. 경북 상주에는 이러한 사업을 위해 3층 공간을 상주시와 같이 도시재생차원에서 조성했어요. 1층은 마르코로호 브랜드 할머니들 작업공간, 2층은 청년 인큐베이팅, 3층은 알브이핀 사무실로 꾸몄습니다. 최근에는 적지 않은 청년들이 반갑게도 지역으로 유입이 되고 있어요. 그들을 품어주는 공간이 되면 좋겠어요.”


Q. 알브이핀은 헤이그라운드 서울숲점이 오픈하면서 둥지를 성수동으로 옮겼습니다.

“상주에서 서울로 올라오면서 소셜벤처, 사회적 기업을 위한 다른 지역의 공유 오피스에서 사무실을 꾸려봤어요. 사실 처음부터 줄기차게 성수동으로 오고 싶었어요. 소셜벤처 밸리인 성수동에서 ‘인싸’가 돼야 한다고 생각했죠. 때마침 헤이그라운드 서울숲점이 오픈한다는 소식을 들었고 망설일 이유가 없었어요.

우선 직원들에게 ‘내가 소셜벤처에서 일하고 있다’는 소속감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어요. 다른 공유 오피스는 등록만 해 놓고 실제로는 다른 곳에서 일하는 분들이 적지 않았거든요. 무료지원이나 염가 지원의 한계죠. 그러다보니 제대로 된 ‘커뮤니티’를 체험하고 싶었어요. 소셜벤처라는 게 리더십뿐만 아니라 직원들도 그 비전에 공감하고 본인이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실시간으로 느껴야 발전이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두 번째는 오며가며 마주치는 우연한 만남이 사업에 중요하다고 생각해서였어요. 협업의 기회를 찾는 거죠. 가능성이 열려있는 파트너들과 접점을 늘려야겠다고 생각했고, 임직원이 일하며 만나는 사람들이 이 분야에 진정성이 있고 또 유능한 사람들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성수동을 선택했죠.“


Q. 알브이핀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꿈이 있다면.

“우리의 브랜드를 날카롭게 다듬고 싶어요. 할머니들이라는 대상에 대해 소비자들이 생각하는 브랜드 이미지가 강하기 때문에 마르코로호만이 보여줄 수 있는 브랜드캐릭터를 만들기가 어려운 것 같아요. 아직 무딘 부분이 있기에 우리가 가진 마르코로호 크래프트링크, 슬라부, 마리스파인애플 등 더 만들게 될 브랜드들을 조금 더 날카롭게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브랜드로 만들고 싶어요.

사업에 집중하는 것도 중요한데 기업을 탄탄하게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고 봐요. 최근 코로나 사태도 그렇고, 외부에 큰 영향이 있을 때 어떤 직종은 타격을 받지만 기업 베이스가 탄탄하다면 지속가능해지겠죠. 사업 다각화를 많이 해 두는 게 그래서 중요하다고 느끼고요.소셜섹터에 계신 분들도 그런 지속가능성을 챙겼으면 좋겠다는 의미로 계속 도와드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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