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엔 복고…식품업계, 레트로 마케팅 확산

  • 미노스 바나나우유·대롱대롱 등

  • 검증 제품으로 안정적 매출 기대

식품업계 레트로 제품들 좌측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롯데웰푸드 돌아온 대롱대롱·돌아온 엄마의실수 롯데리아 오징어 얼라이브 버거 롯데웰푸드 치토스 체스터 쿵 서울우유 미노스 멜론우유·바나나우유 농심 농심라면사진각 사
식품업계 레트로 제품들. 좌측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롯데웰푸드 돌아온 대롱대롱·돌아온 엄마의실수, 롯데리아 오징어 얼라이브 버거, 롯데웰푸드 치토스 체스터 쿵, 서울우유 미노스 멜론우유·바나나우유, 농심 농심라면 [사진=각 사]

식품업계를 중심으로 과거 단종됐던 인기 제품을 다시 출시하거나 옛 패키지를 복각하는 ‘레트로 마케팅’이 확산하고 있다. 소비자 추억을 자극하는 감성 마케팅의 성격을 띠지만, 이면에는 경기 침체 속에서 검증된 제품을 활용해 안정적인 매출을 확보하려는 현실적 판단이 깔려 있다. 감성과 수익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노리는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우유협동조합은 최근 ‘미노스 멜론우유’를 출시했다. ‘미노스 바나나우유’에 이은 두 번째 라인업이다. 1993년 출시돼 2012년 단종됐던 바나나우유는 올해 초 13년 만에 돌아왔다.

롯데웰푸드는 지난 12일 아이스크림 ‘대롱대롱’(1987)과 ‘엄마의 실수’(2006)를 각각 38년, 19년 만에 재출시했다. 온라인상에서 꾸준히 재출시를 요구한 소비자 의견을 반영한 것이다. 앞서 지난달에는 1990년대 중반 인기를 끌었던 ‘치토스 돌아온 체스터쿵’이 30여년 만에 부활했다. 이들 제품은 모두 당시 배합을 충실히 재현해 ‘추억의 맛’을 복원했다는 설명이다.
 
농심은 창립 60주년을 맞아 1975년 출시됐던 ‘농심라면’을 다시 내놨다. ‘형님 먼저, 아우 먼저’라는 광고 문구로 유명했던 이 제품은 옛 패키지 디자인과 흑백 광고 이미지를 그대로 살리고, 레시피는 현대 입맛에 맞게 조정했다.

업계 관계자는 “완전히 새로운 제품보다 소비자 기억에 남아 있는 브랜드가 반응을 끌어내는 데 훨씬 수월하다”고 말했다. 실제 병 모양과 라벨 디자인 등 과거 이미지를 복원한 미노스 바나나우유는 출시 5개월 만에 누적 판매량 180만개를 넘기며 흥행에 성공했다. 농심라면은 재출시 3개월 만에 1000만봉이 팔렸고, 일부 대형마트에선 품절 사태도 벌어졌다.
 
레트로 열풍은 외식업계로 확산하고 있다. 롯데GRS가 운영하는 롯데리아는 지난달 ‘오징어 얼라이브 버거’를 재출시했다. 과거 영수증 설문조사에서 ‘재구매 의사 1위’에 꼽혔던 제품으로, 3주 만에 70만개가 팔리며 기대 이상의 성과를 냈다. MZ세대에겐 신선한 경험으로, X세대에겐 향수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레트로 감성을 체험 콘텐츠와 접목하는 사례도 눈에 띈다. 크라운해태제과는 2000년대 초 온라인 게임 캐릭터 ‘아바타스타 슈’와 협업해 서울 성수동에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게임 속 공간을 현실로 구현한 전시 공간에서 자사 인기 제품인 ‘구운양파’를 증정하며 브랜드에 대한 친근한 이미지를 각인·확산했다.
 
이처럼 레트로 마케팅은 단순한 제품 복각을 넘어 기업엔 낮은 리스크로 매출을 확보하는 수단이자, 소비자에겐 정서적 위안을 주는 선택지로 작용하며 감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노리는 전략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레트로 제품은 과거 유행을 경험한 소비자에게 익숙함과 향수를 자극해 구매욕을 일으킨다”며 “기업 입장에선 적은 비용으로도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경제 상황이 어려울수록 소비자는 정서적 만족감을 줄 수 있는 친숙한 제품에 더욱 끌리게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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