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中외교 明暗] ① 강대국 사이에 낀 韓외교 현주소…"내부결속 필요"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정혜인 기자
입력 2020-03-03 07:04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코로나19 사태 초반 정부 중심 잡고 강하게 나갔어야"

  • 정부, 상황 변화에도 대중 외교·경제협력에 초점 맞춰

  • '국민안전'에 중심 둔 중국 방침과 충돌하며 논란 확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관련 세계 각국에 ‘코리아 포비아’가 확산하고 있다. 특히 감염증의 발원지였던 중국 지방정부마저 한국발(發) 여행객의 입국을 제한하고 있어 한국 정부의 대중(對中) 외교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코로나19 사태 감염증이 중국에서 최초로 발견됐을 당시 국내에서는 중국 전 지역에서 들어오는 외국인의 입국을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여러 상황을 고려해 신중하게 결정해야 할 문제라며 코로나19 최초 발병지인 중국 우한(武漢)이 속한 후베이(湖北)성 방문 외국인에 대한 입국금지 조치만 시행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코로나19 확산 사태 관련 여야 4당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도 “중국인 입국 금지 문제를 정치쟁점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중국인 입국금지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실익이 적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국이 역으로 한국인에 대한 입국제한 조치를 시행하면서 정부가 지나치게 중국의 입장만 생각한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확산했다.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재가동,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올해 상반기 방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갈등 완벽 해소 등 한·중 관계 회복이 절실한 문재인 정부가 지나치게 중국의 편의를 봐주다 뒤통수를 맞은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2일 오전 기준 현재 한국발 여행객의 입국을 제한하는 중국 지방정부는 수도 베이징(北京)을 포함해 14개에 달한다.
 

2일 오후 3시 기준 중국 지방정부의 한국발 여행객 입국검역 강화 조치 현황. [사진=외교부 해외안전여행 홈페이지]


◆“대중 외교 논란, 韓 내부결속 부족 민낯 드러나”

코로나19 사태를 둘러싼 대중 외교 논란이 미국, 중국 등 강대국 사이에서 갈등하는 한국 외교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사례이자, 한국 정치권의 내부결속 부족을 보여준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이상만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현재 한국의 대중 외교정책을 ‘계륵’이라고 표현했다.

이 교수는 “입국금지 조치는 방역 주권 문제였다”며 코로나19 사태 초반 정부가 중심을 잡고 강하게 나가지 못한 것이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 정부도 여러 가지 생각을 했을 것”이라며 “우리가 힘이 없기 때문에 굴욕적인 외교도 어쩔 수 없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요한 것은 내부적으로 통합이 되어야 힘을 쓸 수 있는데 내부결속이 안 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코로나19 사태와 관련된 외교문제를 ‘4·19 총선’ 등과 연결지어 정치적 문제로 활용하려는 정치권을 겨냥한 일침으로 해석된다.

이 교수는 “정파를 떠나서 (문제 해결을 위해) 이야기해야 하는데 총선 표를 가지고 계산을 하고 있다”며 맹비난하며 “문제가 발생하면 국가가 (내부적으로) 일치가 돼서 잘잘못을 따져야 하는데 그렇지 않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달 28일 중국 선전 공항에 도착한 한국인 승객 중 대구·경북 출신 한국인 18명을 포함해 25명이 선전 당국이 지정한 숙소에 격리됐다. [사진=연합뉴스]


◆“정부, ‘대중 외교·경제협력’ 국익에 무게중심 준 듯”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현재 중국의 한국발 입국제한 조치에 대해 한국 등 주변국과의 불필요한 갈등을 피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해석했다. 아울러 현재 격화된 대중 외교 정책 논란의 원인을 한국의 코로나19 상황 변화로 꼽았다.

김 교수는 정부가 코로나19 관련 대응을 한·중 관계의 다양한 측면에서 국익을 계산했을 것으로 봤다.

그는 “코로나19 초창기 국내 확진자가 적었고, 매우 미세했다. 또 이틀 정도 확진자가 증가하지 않았다”며 “(이 때문에) 정부는 대중 외교와 경제협력이라는 국익에 무게중심을 뒀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 이후에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급증으로 중국이 자국 국민의 안전이라는 국익을 최우선 과제로 두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의 국익 중심은 여전히 대중 외교와 경제협력에 맞춰져 논란이 됐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교수는 ‘현재 정부의 이른바 친중(親中) 외교가 향후 중국과의 관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강대국의 외교 특징을 언급했다.

그는 “미국, 중국 등 강대국들은 (외교, 안보 등의 문제를) 현안별로 분리해서 조치한다”며 미호르무즈 파병과 한·미 방위비분담금협정(SMA) 협상을 예로 들었다.

앞서 정은보 한·미 방위비분담금협상 대사는 “미국이 방위비분담금과 호르무즈 파병을 연계 짓고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호르무즈 파병이라든지 그런 어떤 SMA 틀 이외의 동맹 기여라든지 이런 부분에 관련된 것을 제외하고 저희가 논의하고 있는 사항은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