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엔터프라이즈] 연 5% 이율에 카카오페이 증권계좌 가입자 수 급증... '메기효과' 입증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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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일용 기자
입력 2020-03-03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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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페이가 계열사 카카오뱅크의 성공을 증권 사업에서도 재현할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카카오페이는 주력 사업인 간편결제에 이어 금융 사업에 진출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P2P 금융에 이어 증권사까지 인수, 카카오페이의 주고객층인 20~30대를 대상으로 한 소액 투자 상품을 대거 선보였다. 여기에 5% 이율의 증권 계좌 제공이라는 공격적인 프로모션을 실시해 3000만명이 넘는 카카오페이 가입자를 카카오페이증권의 금융 상품으로 유도하고 있다. 자본력으로 기존 증권사의 고객을 빼앗기보다, 카카오 플랫폼의 힘으로 신규 증권 투자자를 만들어 시장 자체의 파이를 키우고 시장에 안착하려는 카카오페이의 사업 전략이 성공할 수 있을지 지켜볼 필요성이 있다.

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카카오페이가 자회사 카카오페이증권과 함께 실명 계좌 기반의 금융 서비스를 지난달 27일 개시했다. 이제 모든 카카오페이 이용자가 기존에 이용하던 충전식 선불전자지급수단(간편결제)인 카카오페이 머니계좌를 증권계좌로 즉시 전환할 수 있다.

카카오페이는 지난달 20일부터 증권계좌를 개설하고 최소 1만1원에서 최대 100만원까지 예치하면 연 5%(세전)의 이자를 주는 공격적인 프로모션을 실시해 이용자들의 호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저금리 시대라 연 0%대 예적금마저 등장하는 상황에서 부담스러운 추가 조건없이 증권계좌만 개설하면 적금이 아닌 수시입출금 계좌임에도 높은 이자 수익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높은 이율에 더해 이자를 주 단위로 지급하고 복리효과까지 누릴 수 있어 계좌 잔액이 늘어나는 것을 빠르게 체감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간편한 가입절차와 신분증 인증만 거치면 즉시 개설할 수 있어 주식이나 펀드를 하지 않는 일반 이용자들까지 카카오페이 증권계좌에 가입하고 있다.

 

[사진=아주경제 그래픽팀]


물론 추가 조건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100만원이 넘는 예치금은 일반 계좌와 비슷한 연 1.1%(세전)의 이자를 제공한다. 연 5%의 증권 계좌는 5월 31일까지만 이용할 수 있고, 이후 이율이 변경될 수도 있다.

대신 머니계좌가 아닌 증권계좌인 만큼 무제한 보유한도를 지원하고, 1인당 최대 5000만원의 예금자 보호 혜택도 받을 수 있다. 기존 머니계좌는 카카오톡 친구 송금하기와 결제 서비스 이용시 최대 200만원 한도가 적용되지만, 증권계좌는 계좌번호를 입력해 송금할 경우 최대 500만원까지 보낼 수 있다.

국내 최초로 간편결제 서비스를 시작한 카카오페이는 2년 전 테크핀(금융과 결합한 기술)을 활용해 누구든 부담 없이 금융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는 기조를 세우고 금융(투자) 사업에 나섰다. 먼저 2018년 11월 투자 서비스를 시작하며 P2P 금융인 부동산 소액투자와 신용투자 상품을 선보였다. 이어 소규모 증권사인 바로투자증권의 지분 60%를 인수해 증권 사업에 진출했다. 지난 2월 정례회의에서 금융위원회가 카카오페이의 바로투자증권 대주주 변경승인 신청을 승인함에 따라 바로투자증권은 카카오페이증권으로 이름을 바꾸고 카카오페이와 함께 금융 관련 사업을 진행할 수 있게 되었다. 카카오페이의 증권계좌와 펀드 상품 출시도 이러한 공동 금융 사업의 일환이다.

시장 후발주자인 카카오페이가 내세우는 최대 강점은 3000만명(2019년 8월 기준)이 넘는 기존 카카오페이 가입자 수다. 어떤 국내 증권사도 갖지 못한 대규모 가입자를 대상으로 5% 이율과 같은 공격적인 프로모션을 진행, 이들을 카카오페이증권의 고객으로 유치해 실적을 낼 것으로 분석된다.

카카오페이는 '자금 규모와 관계 없이 누구나 받을 수 있는 프라이빗 뱅킹(PB)급 자산관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은행 프라이빗 뱅킹과 증권사가 제공하는 자산관리(WM) 서비스는 여윳돈을 최소 1억원 이상 보유해야 이용할 수 있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카카오페이는 사람 대신 테크핀으로 만든 인공지능(AI)이 투자를 관리함으로써 소액 투자자도 PB급 서비스와 양질의 금융 상품을 이용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실제로 카카오페이는 증권계좌와 함께 '투자 고수가 검증한 #믿음직한 펀드', 'AI가 관리해주는 #합리적인 펀드', 유먕 IT에 투자하는 #똑똑한 펀드' 등 3종의 펀드 투자상품을 공개했다. 많은 사전 투자지식이 필요한 MTS(모바일 트레이딩 시스템) 대신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펀드 상품을 우선하고, 최소 투자금액을 1000원으로 낮춰 접근 장벽을 허물었다. 카카오페이 주 이용층인 20~30대 젊은 고객이 소액으로 부담없이 투자에 나설 수 있게 했다.

때문에 카카오페이는 서둘러 주식 투자를 위한 MTS를 만들지는 않을 계획이며, 기존 증권사의 주요 수익원인 신용융자 기반의 증권 거래 모델도 고려하지 않고 있다. 카카오페이 관계자는 "카카오페이증권은 누구나 소액으로 시작할 수 있는 차별화된 투자 상품 등 기존 증권사와는 다른 개념의 서비스로 구성할 계획"이라며 "주식 중개(브로커리지) 시장에 대한 진출은 검토 중이며, 현재 별도의 MTS 구축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증권 업계 관계자도 "증권사의 주식 중개(브로커리지)에 따른 수수료 수익은 그다지 크지 않은 만큼 카카오페이가 급히 MTS를 구축해 주식 중개에 나설 것으론 생각되지 않는다"며 "주식 중개에 나서더라도 20~30대 젊은 고객 취향에 맞는 AI 종목 선정이나 해외 투자 같은 특성화 상품을 선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는 "증권 계좌 개설 및 연동을 시작으로 카카오페이증권과 함께 누구든지 정보나 자산 규모의 차별 없이 편리하고 안전하게 자산을 관리할 수 있도록 카카오페이 플랫폼을 통해 새로운 투자 문화를 만들어갈 것"이라며 "지불결제 서비스부터 증권, 보험 등 전문 금융 서비스까지 융합하는 ‘카카오페이머니 2.0’ 전략으로 금융 플랫폼으로서의 완전성을 높여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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