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세 몰린 KCGI, "연합서 조현아 이름 빼달라"···자기모순 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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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윤 기자
입력 2020-02-20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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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KCGI 주최로 열린 '한진그룹 정상화를 위한 주주연합 기자간담회'에서 강성부 KCGI 대표가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수세에 몰린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을 포함한 3자연합(KCGI·반도건설)이 '조현아 지우기'에 나섰다.

조원태 대한항공 회장과 누나인 조 전 부사장 사이의 '경영권을 사이에 둔 집안싸움'이 아닌 '오너경영-전문경영인' 체제의 논쟁으로 봐달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른바 '땅콩 회항'으로 시작된 오너리스크의 장본인인 조 전 부사장의 경영 복귀를 원천 차단하기는 어렵다는 면에서 주주와 임직원들을 설득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의 강성부 대표는 20일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한진그룹 정상화를 위한 주주연합 기자간담회'를 열고 "조 회장이 경영 전면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KCGI가 공개석상에서 기자회견을 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음달 주주총회를 앞두고 최근 여론 반전을 꾀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최근 3자연합이 추천한 김치훈 전 대한항공 상무가 사내이사 후보에서 물러나고, 회사 노동조합도 조 회장을 지지하고 나서며 여론이 악화한 가운데 '정면 돌파'를 택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강 대표는 3자연합을 '조현아 연합' 대신 '주주 연합'으로 불러달라며 KCGI가 한진칼의 최대 주주인 점을 강조했다. 오너일가의 갑질을 감시하고, 재무구조 개선과 주주가치 제고 등을 명분으로 내세운 KCGI가 조 전 부사장과 손잡으며 명분을 잃었다는 지적을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조 전 부사장 지우기에 나서는 것 자체가 이미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는 점에서 모순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강 대표는 조 전 부사장의 복귀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관변경 중 이사의 자격 기준을 강화했다"며 "배임, 횡령죄로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가 확정되고, 3년이 지나지 아니한 자는 이사직을 상실한다고 돼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신설조항의 경우 조 전 부사장이 최근 선고받은 3가지 유죄판결(관세법·출입국관리법·항공보안법)과 관련성이 낮아 조 전 부사장의 경영 복귀를 원천 차단하기는 어려운 것으로 보고 있다.

강 대표는 또 KCGI가 '투기자본', '먹튀'가 아니라는 점을 거듭 강조하며 진정성을 호소하기도 했다. 그는 "우리가 엘리엇이랑 자꾸 비교돼 투기자본이나 먹튀라는 비난을 듣는데, 이걸 극복하려 많은 애를 썼는데도 이렇게 계속 불리는 것에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엘리엇과 가장 큰 차이는 주요 펀드의 만기가 10년이 넘는 등 타임 호라이즌(참여 기간)이 굉장히 길고 장기투자로 기업 체질을 개선해 기업가치가 올라간 부분에 대해 정당한 이익을 얻는다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도 "펀드이기 때문에 조기 매각은 가능하다"며 여지는 열어뒀다. 

한진그룹 노동조합을 의식한 듯 강 대표는 구조조정 문제에 대해서도 '절대 없다'는 답변을 내놨다. 그는 "우리가 (한진그룹의) 대규모 구조조정을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는데, 나는 이전 LK파트너스 시절부터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한 번도 한 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어떤 체제에서든 경영 정상화를 위해서는 구조조정이 필요한데 면피용 발언이란 비판도 나온다. 

앞서 2018년 11월 한진칼 지분 취득으로 2대 주주에 오른 KCGI는 한진그룹의 지배구조 개선을 내걸고 총수 일가를 강하게 압박해 왔다. 지난달 말부터는 조 회장에 반기를 든 누나 조 전 부사장, 다른 주주인 반도건설과 손잡고 '반(反) 조원태' 연합 세력을 구축해 대응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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