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째 말뿐인 '공시지가 공개토론'…국토부-경실련 "네 탓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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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환 기자
입력 2020-02-14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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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토부 "장·차관 배석은 무리한 요구…전문가 초빙 토론하자"

  • 경실련 "자신 있다면 책임자 나와야…내일이라도 일정 잡자"

국토부가 지난 12일 올해 표준지 공시지가 인상률을 발표하자 경실련은 즉각 "거짓자료"라며 "지난해 말에 공언한 공개토론에 나오라"고 압박 수위를 높였다. 이에 국토부는 "경실련이 장·차관을 반드시 불러야 한다는 조건을 고집했기 때문에 토론이 성사되지 못한 것"이라며 과실을 돌렸다.

사실상 양측이 토론 방식에 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책임 공방으로 두 달 넘게 장외전만 이어갔던 셈이다.
 

2020년 공시지가를 설명하고 있는 신광호 부동산평가과장(왼쪽 사진)과 경실련 관계자가 '서울 25개 아파트 표준지 2020년 공시지가 현실화율 분석 발표 기자회견'을 진행하는 모습.


14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과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12월 20일 한 차례 공시지가 공개토론 관련 회의를 진행했다.

이는 같은 달 4일 국토부가 긴급 브리핑을 열고 경실련의 비판에 반박하며 공개토론을 제안한 이후 유일하게 양측 실무자가 만난 자리다.

금방이라도 국토부와 경실련이 직접 만나서 담판을 지을 것만 같았던 지난해 말 분위기가 식은 원인은 토론 방식에 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서다.

마지막 회의에 참석한 관계자 말을 종합하면 경실련은 토론이 탁상공론으로 그치지 않도록 책임자인 김현미 장관 또는 박선호 1차관의 배석을 요구했다.

이에 국토부는 장·차관 배석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의견과 함께 전문가를 초빙한 실무자 토론회 형식을 제안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경실련 관계자는 "의견 차이를 보인 마지막 미팅 이후 국토부에서 별도로 연락을 주겠다고 했지만 지금까지 아무런 말이 없었다"며 "내일이라도 당장 일정 조율에 나설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경실련이 제기하는 비판의 요지는 보유세 등 조세 산정의 기준이 되는 공시가격이 실제 시세에 비해 지나치게 낮아 부동산 부자에게 막대한 세금 특혜가 주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공시가격을 둘러싼 공방은 지난해 초부터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토지·단독주택·아파트 등 항목별 공시가격이 나올 때마다 경실련이 축소 조작 의혹을 제기하고 국토부가 해명자료를 내는 식이다.

급기야 경실련이 문재인 정부의 땅값 상승률은 역대 최고 수준이고 공시지가 시세반영률은 정부 발표(64.8%)와 달리 43%에 불과하다고 주장하자 국토부가 지난해 말 긴급 브리핑까지 열어 적극 반박한 것이다.

양측의 장외전은 앞으로도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장·차관의 토론회 참석 여부에 관한 이견이 좁혀질 기미가 없어서다.

국토부 관계자는 "경실련에서 이 문제를 지나치게 정치화하려 한다"며 "수용하기 어려운 요구를 하면서 양보하지 않는 게 문제다. 만약 장·차관 배석 조건을 뺀다면 언제라도 자리를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경실련 관계자는 "국토부가 통계에 자신이 있다면 책임자인 장관이나 하다못해 차관이 오지 못할 이유가 없지 않냐"며 "토론을 피하고 있는 건 국토부"라고 강조했다.

지난 12일 국토부 발표에 따르면 올해 전국 표준지 공시지가 현실화율은 65.5%다. 경실련은 같은 날 이 수치가 거짓이고 실제로는 33%에 불과하다며 '대통령은 투기와 전쟁, 장관은 공시지가 조작'이라는 제목의 논평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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