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코로나]걸어서 억지로 출근하지만…생산성 반토막 현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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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이재호 특파원
입력 2020-02-09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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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 강제휴무 종료, 10일부터 정상출근

  • 직원 미복귀·교대 근무제, 생산성 저하

  • 전염 피하려 도보·자전거, 공포감 여전

포스코와 알리바바, 에어차이나 사옥 등이 밀집해 있는 베이징 왕징의 중심상업지구(CBD) 전경. 행인과 지나는 차량을 찾기 힘들 정도로 썰렁하다. [사진=이재호 기자 ]

중국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한 강제 휴무 조치가 9일자로 종료되고 일상 복귀가 시작됐다.

하지만 대중교통 대신 도보로 출근하고 구내식당 대신 도시락을 선택하는 등 시민들의 공포감은 여전하다.

아직 위험 지역에서 복귀하지 못한 인력이 많고 금융권은 교대 근무제를 실시키로 하는 등 바이러스 발생 전의 생산성을 회복하려면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전망이다.

◆"말이 좋아 재택이지 그냥 휴무죠"

원소절(元宵節·정월 대보름)이었던 지난 8일 중국 공상은행 직원인 황숴(黃爍)씨는 기자와 통화하며 "신종 코로나 사태 때문에 명절 분위기를 전혀 느낄 수 없다"며 "장을 보지 못해 떡도 못 만들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중국인들은 원소절 때 인근 사찰이나 공원을 찾아 화려하게 걸린 등롱을 감상하거나 집에서 찹쌀가루로 빚은 둥근 떡을 만들어 먹는다.

황씨는 "춘제 연휴가 끝난 지난 3일부터 3교대로 근무해 왔는데 전염 가능성 때문에 출근하는 게 부담스러운 건 사실"이라며 "10일 이후 출근자는 더 늘겠지만 확진자가 나온 지역의 일부 지점은 계속 문을 닫는다"고 전했다.

한 한국계 은행의 임원은 "10일부터 2교대 근무제를 적용한다"며 "절반은 재택 근무를 하며 비상 대기하지만 은행 업무 특성상 휴무로 보는 게 맞다"고 말했다.

그는 "업무 생산성이 반토막 나는 건데 임금은 정상 지급해야 돼 부담스럽다"고 덧붙였다.

춘제 연휴 이후 일부 업무를 재개했던 금융권과 달리 제조·서비스업 기업은 강제 휴무 조치가 끝나는 10일부터 정상 출근한다.

하지만 후베이성 등 신종 코로나 위험 지역으로 갔다가 복귀하지 못한 직원이 많아 생산성 회복에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한 현대차 협력사 대표는 "미복귀 직원이 15% 정도고 베이징에 돌아온 뒤 자가 격리 중인 직원도 많다"며 "일단 공장을 시범 가동하는 수준"이라고 토로했다.

마스크 등 방역 물품이 충분치 않은 것도 문제다.

이날 광저우일보 등에 따르면 광저우자동차와 전기차 제조업체인 비야디(BYD), 상하이자동차와 GM의 합작사인 SGMW 등은 공장 시설 일부를 방역 마스크 생산라인으로 변경하기로 했다.

비야디의 경우 이달 말까지 하루 평균 500만개 마스크를 생산할 계획이다.

직원 1인당 3개의 마스크를 지급하라는 보건 당국의 지시에 자동차 회사가 마스크를 만드는 웃지 못할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회의는 20분 내로, 식사는 도시락으로

지난달 24일 춘제 연휴가 시작된 뒤 17일간의 길었던 휴일을 마무리하고 직장으로 복귀하는 이들의 발걸음은 무겁다.

또 다른 한국계 은행 관계자는 "시민들의 불안감이 상당해 직원은 물론 지점을 방문하는 고객도 모두 체온을 재고 거주지 및 동선을 적도록 했다"며 "구내식당이 있지만 이용을 제한하고 도시락을 지급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왕징 한인촌에 있는 알리바바 베이징 본사에서 근무하는 한 중국인 직원은 "집에서 회사까지 버스로 네 정거장 거리인데 당분간 걸어서 출퇴근하거나 공유 자전거를 이용할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 국무원 산하 중국정부망과 관영 신화통신 등 주요 매체는 바이러스 전염 예방을 위한 각종 수칙을 반복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대중교통 이용을 최소화하고, 회의는 20분 내에 끝내며, 거래처와의 만남은 최대한 피하라는 등의 내용이다.

또 직원 간 거리는 1m 이상을 유지하고, 공기 중 감염을 방지하기 위해 중앙 통제식 냉난방 장치 사용을 제한해야 한다고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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