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학교]①교과 전담교사의 ‘불편한’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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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민 기자
입력 2020-02-09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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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부모·학생과 소통 부족한 교사, 담임서 배제 후 교과전담 교사로 배치

  • 교원연수 지원해 속칭 '문제 교사' 해결하겠다는 교육청의 안이한 생각

  • "교대·사대 6년제로 전환해 실습 늘리고 적성 안 맞는 교사 퇴로 열어야"

학교엔 여전히 학생에게 폭언과 욕설, 폭행하는 교사들이 있다. 학생뿐 아니라 학부모를 상대로 성희롱과 성폭행 문제를 일으키는 교사도 끊이지 않는다. 최근 법원은 서울의 한 여고에서 ‘스쿨 미투’ 가해자로 지목된 전직 국어 교사에게 1년 징역형을 선고했다. 이렇게 학교를 위기로 몰아가는 한 축인 교사 문제를 들여다봤다. [편집자]

“아이의 반 친구들에게 들어보니 수업 시간에 학생들에게 욕도 자주 하고 책을 집어 던지기도 했더라고요. 엄마들과 알아봤더니 이전 학교에서도 같은 문제가 있어서 학부모들의 항의로 쫓겨난 거래요.”(서울 서대문구 A 초등학교 학생의 학부모)

이렇게 학교엔 소위 '문제 교사'가 있다. 학생 교육, 학부모 소통에서 노이즈를 일으키는 교사들이다. 선생님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스승, 헌신, 존경', 이런 단어들과는 거리가 멀다.

하루가 멀다하고 학생을 상대로 폭언이나 구타, 심지어 성희롱 문제까지 발생한다. 2017년엔 대구의 한 사립고 B 교사는 퇴학 위기에 처한 학생의 어머니를 술자리로 불러 성희롱을 했다. 광주광역시의 한 사립고등학교에서도 C 진학부장이 다수의 학부모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어 충격을 줬다.

파문이 일면서 B교사는 ‘정직 2개월’을 받았다. 정직 후 복직의 길은 열려 있다. C 진학부장은 해임 처분을 받았지만 퇴직금과 공무원연금 절반은 건졌다.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파면은 공무원이 받을 수 있는 가장 무거운 징계다. 교사가 금고 이상의 형을 받거나 파면 처분을 받으면 향후 5년간 공무원 임용에서 제한이 있고, 퇴직금과 공무원연금도 받을 수 없다. 우리 교육 현장에서 실제로 파면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서울시교육청 전경[사진=윤상민 기자]

교육부는 문제 교사를 ‘멘털 디스오더(mental-disorder)'라고 부른다. 적극적인 교원 연수를 통해 이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실제로 현장에서 ‘멘털 디스오더’ 교사를 찾기는 쉽지 않다. 문제가 불거지면 일선 학교장들은 이들을 ‘교과전담 교사’로 발령 내기 때문이다.

교과전담 교사는 초등학교에서 영어, 음악, 미술, 체육 등 특정한 교과목을 책임지고 맡아 지도하는 교사다. 전문성을 가져야 하기에 교사 임용 시험에서도 전문교과 담당으로 별도로 채용한다. 교과전담 교사는 교과목 대부분을 가르치는 담임교사와 달리 하나의 과목만 담당한다.

대부분 교과전담 교사는 정상적으로 운영된다. 논란이 제기되는 사항은 학교에서 문제를 일으킨 교사를 교장이 징계하지 않고 교과전담 교사로 배치해 내부적으로 은폐하면서 생긴다.

교장, 교감이 나서서 학생과 학부모를 달래고 나면, 문제 교사를 교과전담 교사로 배치한다. 문제 교사와 학생, 학부모 접점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다. 교과전담 교사의 취지를 악용하는 일부 교사 사회를 두고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계에선 이런 교사 문제가 ‘소명’으로 교사를 선택하던 과거와 달리 ‘직업’으로 교사를 선택하는 사회 분위기의 변화와 맞물려 있는 것으로 해석한다.

얼마 전 경기도의 한 공립 초등학교에 임용된 교사 D씨는 “수업 시간에 집중하지 못하는 아이들을 보면 왜 그럴까 답답하다"며 “말이 안 통하는데 제 남은 인생을 여기에서 보낼 수 없다는 생각에 공무원이나 공기업이라도 준비해야 하나 고민 중”이라고 고민을 털어놨다.

민계홍 서울시교육청 초등교육과장은 “상위 1%인 학생들이 교대에 입학해서 1~2년 공부하고, 나머진 임용고시를 준비하며 보낸다”며 “교생실습이 경험의 전부인 학생들이 교사로 발령되면, 각기 다른 수많은 아이에게 어떻게 대처할지 난감해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과거엔 교사가 많이 부족해 교·사대 4년제 체제에서 찍어내듯 교사를 양성했다”며 “학령인구가 급감하고 교육의 질을 고민해야 하는 지금은 맞지 않는 체제다. 교사 양성 과정에서 실습 기간을 대폭 늘린 6년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방 거점국립대 교육학과의 E교수는 “교·사대를 나오고 임용고시에 합격해 교사가 되더라고 현장에서 적성에 맞지 않고 자질이 없다고 판단하면 과감하게 교사직에서 물러날 장치가 필요하다”며 “교육 공무원이나 교내 행정직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유연한 제도 운용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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