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우한 교민 2차 수송, 아산주민 "소중한 우리 국민"…도심은 신종코로나 불안 공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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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송종호 기자
입력 2020-02-02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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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엄한 호위 받으며 2차 교민 320여명 아산 도착…2주간 격리 생활

  • 아산지역 상인들 뜸해진 발길에 한숨…마스크 품귀속 무료나눔 '온정'

1일 2차 우한교민을 태운 차량이 경찰 호위를 받으며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을 향하고 있다.[사진=송종호 기자]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500여명을 배치했다.”

1일 충남 아산 경찰 인재개발원으로 들어오는 도로에 곳곳은 경찰들로 삼엄한 분위기였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500여명의 경력을 배치해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었다.

이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우한 폐렴) 발원지인 중국 우한과 인근 지역에서 온 교민 326명이 이곳에 도착할 예정이었다. 이들이 들어올 길목에는 주민들보다 아산시 및 충남도의회 관계자, 취재진이 더 많았다. 이들은 모두 긴장된 모습으로 우한 교민들이 도착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전날보다 1시간 30여분 단축…지역민 환대 속 아산 도착

무증상자 교민 320여명은 전세기 착륙 1시간 30여분만인 오전 9시 45분께부터 김포공항을 빠져 나갔다. 이들은 대형버스(32인승) 8대와 중형버스(24인승) 25대 등 차량 33대에 나눠 타고 이날 오전 11시 30분께 경찰인재개발원에 속속 도착했다. 교민들을 태운 버스 앞뒤로 경찰 순찰차와 오토바이가 이들을 정문까지 호위했다.

전날과 달리 2차로 도착한 귀국한 교민들은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으로 나뉘지 않고 전원 아산에 수용됐다. 이에 대해 중앙방역대책본부 관계자는 “수용규모와 연고지(충남·충북 연고 유무)에 따라 배분했다”며 “아산은 638실에 1276명, 진천은 212실에 519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라고 말했다.

교민들은 태운 차량은 경찰이 확보해 놓은 도로를 통해 곧바로 인재개발원까지 들어갔다. 차량 창문을 통해 본 탑승객들 대부분은 마스크를 쓴 채로 긴장한 표정이었다. 운전석에 탄 기사도 머리까지 덮을 수 있는 방역복을 입은 채로 차량을 몰았다.

이날 교민들이 탄 차량이 들어올 때마다 충남도의회 관계자들은 “들어온다”고 외치며 손을 흔들었다. 반면 아산 주민들은 차량이 수용시설로 들어가는 것을 조용히 바라봤다.

이들은 마지막 차량이 도착한 정오께 각자의 소속 기관에 따라 이동 시장실, 아산시 재난안전대책본부, 충남도의회 현장대책본부 등으로 흩어졌다. 오세현 아산시장과 충남도 의원들은 개발원 정문 인근에 컨터이너박스과 몽골형 텐트를 동원해 이들 공간을 만들었다. 경찰간부들도 현장 인원들에게 “들어가서 휴식을 취하라”고 말했다. 몇몇 경찰들은 피곤한 얼굴로 도시락 배식을 기다렸다.

이날 역시 아산시민과 경찰 간 충돌은 없었다. 아산시민들은 오전 우한 지난 30민 회의를 열고 교민 수용에 반대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경찰인재개발원으로 인근에는 “우한 교민들의 빠른 쾌유를 기원합니다(아산시개인택시지부)”, “우한 교민들도 자랑스런 대한민국 국민입니다(국가공무원노동조합 인재개발원지회)” 등의 환영과 응원의 메시지가 걸렸다.
이날 수용된 교민들은 전날 200명에 이어 이날까지 모두 526명이 경찰인재개발원에 2주간 격리 수용된다. 이들은 14일간 특별한 증상이 없으면 보건교육을 받은 뒤 귀가하게 된다. 하지만 체온이 37.5도 이상으로 오르거나 기침 등 호흡기 증상이 있으면 곧바로 가까운 격리의료기관으로 이송된다.

중앙사고수습본부 관계자는 “현장에 배치된 의료진은 매일 2회 교민 건강 상태를 확인있다”면서 “방역과 안전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산 경찰인재개발원 정문 인근에는 우한 교민들을 응원하는 메시지가 곳곳에 걸렸다.[사진=송종호 기자]


◆도심은 불안과 평온 공존…마스크 품귀 속 무료 나눔도

이날 오전 10시께 KTX천안아산역 내에 운영 중인 천안아산공동홍보관에 30대 여성이 급히 들어와 마스크를 찾았다. 이미 역사 내 편의점 등에선 마스크가 동이 난 상황. 이 곳 관계자들은 마침 구비해뒀던 마스크가 동이나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여성은 허탈한 모습으로 홍보관 문을 나섰다. 이 때 남녀직원들이 급히 책상 서랍 등을 뒤져 하나 남아있던 마스크를 찾아냈다. 이 직원들은 달려 나가 여성에게 마스크를 건냈다. 이 여성은 이들에게 고개를 숙여 연신 고마움을 전했다.

1일 토요일 아산 도심은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마스크 무료 나눔 등 안정을 찾아가려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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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인 1일 오후 평소보다 한산한 모습의 온양전통시장. 온양전통시장은 아산 지역을 대표하는 시장으로 평소에는 관광객의 발길이 이어지는 곳으로 유명하다. [사진=송종호 기자]
 

온양온천역이 마주한 온양전통시장은 토요일 오후임에도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시장 상인 김모(50)씨는 “평소 주말이면 전철을 타고 오는 손님들로 북적였다”면서 “우리는 괜찮다지만 아무래도 발길이 뜸해진 것은 어쩔 수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아산시외버스터미널도 평소와 달리 한산한 모습이었다. 이 곳은 찾은 한 지역 주민은 "지난주만해도 만석으로 버스를 놓치는 일이 많았다"고 말했다. 마침 곁에 있던 터미널 관계자에게 한산한 이유를 묻자 "아마 신종 코로나 때문인 것 같다"고 답했다.

인근 상점들도 “우한 폐렴 여파로 마스크를 착용한 점 양해부탁드린다”, “고객과 직원의 안전을 위해 마스크를 착용하고 응대하고 있으니 불편하더라도 양해부탁드린다” 등의 문 앞에 적어뒀다.

또 마스크와 손소독제 수요가 급증해 구하기 힘들 것은 아산도 마찬가지였다. 아산 시내 한 편의점 관계자는 “마스크는 들어오는 대로 팔리고 있다”면서 “저녁에 다시 들어올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KTX 천안아산역에 입점한 한 화장품가게 관계자도 “손 소독제가 품절이다”라고 전했다.

정부는 마스크 등 매점매석 행위 금지 고시를 이달 초까지 신속하게 제정해 폭리를 목적으로 물품을 사들이거나 판매를 기피하는 행위 등에 대해 엄정 조치할 계획이다. 이를 위반할 경우 시정·중지 명령 등 행정 처분뿐만 아니라 2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의 형사처벌도 검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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