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호택 칼럼] ​민주당의 오만, '2016 박근혜' 닮아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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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호택 논설고문 · 서울 시립대 교수
입력 2020-01-30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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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당층 27%는 지금, 與 독주ㆍ野 분열 지켜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앞줄 오른쪽부터), 박광온 제21대총선입후보자교육연수특위 위원장, 이낙연 전 국무총리, 설훈 의원 등이 지난 22일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제21대 총선 입후보자 교육연수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설 연휴 전에 실시된 대부분의 여론조사는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이 자유한국당을 10~20% 앞섰다. 문제는 총선 전 역대 여론조사가 잘 맞지 않았다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 취임 3년 후인 2016년 치러진 20대 총선을 복기해 보면 여론조사 착시(錯視)의 위험성을 알게 된다. KBS가 실시한 그해 첫 여론조사에서 정당 지지도는 새누리당 37.3%, 안철수 신당 20.9%, 민주당이 16.6%였다. 새누리당은 고공 행진했고 야당은 분열돼 있었다.


승리를 낙관한 박 대통령과 친박들은 “진박(眞朴) 감별” 운운하며 오만을 부렸다. 선거 결과는 여론조사 추세와는 다르게 야권의 압승이었다. 새누리당은 122석으로 제1당 지위를 뺏겼고 민주당 123석, 국민의당 38석, 정의당 6석 순이었다. 여권은 야권 분열이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생각했지만 안철수의 국민의당이 새누리당 표를 더 많이 잠식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설 직전인 1월 셋째 주(14~16일)에 실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39%, 무당(無黨)층 27%, 자유한국당 22%, 정의당이 5%였다. 민주당과 한국당의 지지율 격차는 17% 포인트이지만 ‘민주당도 싫고 한국당도 싫다’는 무당층이 27%나 되는 것을 주목해야 한다. 무당층은 작년 10월 이후 최대치였다.

경제 성적표도 안 좋고 대북관계는 꽉 막혀 있는데 민주당 지지율이 잘 나오는 이유는 무엇인가. 여권의 핵심 지지층 30%는 하늘이 두쪽 나도 민주당을 지지한다. 이런 콘크리트 지지층에다 박근혜 탄핵사태 이후 투표장에서 야당에 손이 잘 안 간다는 20% 정도의 중도 진보가 있다. 그래서 그런지 여권은 조국 법무부장관 임명, 검찰인사 등에서 마이 웨이를 가고 있다.

추미애 법무부장관은 취임한 후 두 차례 검찰 인사를 통해 울산시장선거 개입 사건을 비롯해 청와대 비서관들이 관련된 수사를 하던 윤석열 검찰총장의 손발을 잘라냈다. 여권은 여론의 파장을 걱정하면서도 검찰 수사를 통해 부정적인 여론이 확대 재생산되는 악순환을 단절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을 한 것 같다. 하지만 윤석열 총장도 마이 웨이로 가면서 29일 송철호 울산시장과 백원우 전 대통령 민정비서관 등 13명의 기소를 강행했다.

세계일보 26~28일 대선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는 이낙연 32.2%, 윤석열 10.8%, 황교안 10.1%로 윤석열이 2위였다. 윤석열로서는 원칙대로 하다가 임기를 못채우더라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조국 파문이나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를 방해하는 검찰 인사는 중도진보의 이탈을 부르고 수도권 민심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진단했다. 청와대에서 비서관, 행정관 70명이 민주당으로 밀고 들어오는 모양도 20대 총선 때 친박의 오만을 연상시킨다는 이야기다.

최광웅 데이터정치연구소장은 “대통령제 국가에서 임기 중간에 치러지는 총선은 정권 평가의 성격을 띤다”며 이번 총선이 중간평가의 의미가 강하다고 지적했다. 미국에서 1902년 이후 30차례 중간선거에서 여당이 하원의석을 늘린 것은 네 차례뿐. 2018년 중간선거에서도 공화당은 하원에서 41석을 잃었다.

그러나 미국은 대통령 선거 2년 뒤에 중간선거를 하지만 한국에서는 대통령 임기(5년)와 국회의원 임기(4년)의 미스매치로 대통령 임기 몇 년 차에 총선을 하느냐에 따라 향방이 크게 갈렸다. 대통령 임기 초반에 하는 지방선거나 총선은 대통령당을 지지하는 경향이 우세했고, 임기 2, 3년을 지나 치른 선거에서는 중간평가의 성격이 강했다.

우리나라에서 대통령 선거 여론조사는 그런대로 맞지만 총선여론조사는 부정확한 것으로 악명이 높다. 특히 60대 이상 노인 세대의 응답률이 낮아 여론조사의 구도 자체가 진보에 유리하다. 그러나 실제 투표에서는 60대 이상의 투표율이 높고 20~30대는 낮다.

지금으로 봐서 안철수 전 의원이 보수와 한 살림을 꾸리지는 않을 전망이다. 안철수는 대선에서 700만표를 얻었고 20대 총선에서 국민의당은 정당득표에서 26.7%를 기록했다. 안철수에 대해서는 “국민의 평가가 이미 끝났다”는 평가절하의 시각도 있으나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최대 수혜자는 정의당이 아니라 신(新)안철수당이 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안철수당은 20대 총선에서처럼 지역구 경쟁력은 기대난(難)이다.

총선에서 민주당이 패배하면 문재인 정부는 레임덕에 돌입하면서 2년 후 대선에도 나쁜 영향을 미치게 된다. 한국당은 이번 총선에서 이기거나 최소한 비슷한 게임으로 간다면 탄핵의 강을 건너 정권 탈환을 향해 나아가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양쪽 다 사활을 건 게임이다.

민주당은 유권자의 투표성향에서 출신지역보다는 세대와 소득계층의 영향이 커진 것이 자당에 유리한 요인이라고 분석한다. 현금살포성 복지를 늘리고 정부 재정으로 노인형 저소득층형 일자리를 많이 만든 것에도 기대를 하는 것 같다. 그러나 인구통계학적 구성은 인물과 이슈를 넘어서지 못한다.

총선까지는 아직도 3개월여 남아 있고 변수도 많다. 우한 폐렴도 국내외에서 전개되는 양상에 따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정부의 대처능력을 시험하게 될 것이다. 어느 당이 고인 물을 빼내면서 참신한 인물을 많이 영입하느냐도 관심거리다. 민주당의 다선(多選) 586그룹이나 한국당의 친박과 극우 막말꾼들을 얼마나 잘라낼지가 관건이다.

여당이 콘크리트 지지층의 경계선을 넘어 중도 유권자의 마음을 사려면 우선 오만한 자세부터 고쳐야 한다. 꼭 4년 전 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은 바로 그 오만 때문에 패배했다. 조국 사태 이후 중도층과 비판적 지지계층이 돌아서기 시작했는데도 청와대는 아직 민심을 제대로 못 읽는 것 같다.

한국당도 중간평가 프레임에만 기대서는 승리를 기약하기 힘들 것이다. 공천에서 친박들을 판갈이하고 진정한 보수통합을 이뤄야 지금 같은 바닥 지지율에서도 그나마 희망이 있다.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이 문재인 정부에 실망한 중도 표심까지 끌어오는 공천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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