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중국에 '신뢰 테스트' 하고 있다 .. 미래 사이버질서 구축 가능성은?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주재우 경희대 교수
입력 2020-01-29 19:31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주재우 교수 ]


[주재우의 프리즘]  지난해 하반기 필자는 미·중 패권경쟁에 대한 해외 학회에 몇 차례 참석했다. 회의 대부분은 외교·안보·군사 분야에서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을 논하는 자리였지만 무역전쟁과 사이버 안보 영역에서 두 나라의 경쟁을 논하는 자리도 있었다. 가장 흥미로웠던 회의는 2018년부터 본격화된 미·중 무역전쟁의 정치·외교적 동기를 주제로 한 것들이었다.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무역 전쟁의 발단 원인으로 미국의 미래지향적인 사고와 우려를 손꼽았다. 이들이 말하는 미국의 미래지향적 전략적 사고와 우려는 무엇인가. 이는 결국 미래 사이버(안보)질서의 구축 문제로 귀결되었다.

여기서 미·중의 무역전과 미래 사이버질서와의 상관관계에 대한 질문이 나올 수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미래 사이버질서 구축에 있어 중국의 참여와 역할이 불가피한 현실에 대부분 동의한다. 그런데 문제는 중국을 우리가 신뢰할 수 있는가이다. 지금까지 무역 영역에서 중국이 보여준 행태만으로는 미국은 중국을 신뢰할 수 없는 상황이다. 미국은 중국과 수교한 1979년 이래 무역 관계를 완전 회복했으나 1983년 이후부터 만성 적자를 겪고 있다. 이 같은 불균형한 무역수지 구조를 개선하려는 시도가 미국에 의해 수없이 시도되었다. 중국도 이에 매번 호응했으나 번번이 약속을 어겼다. 특히 중국이  2003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때 약속한 조건 및 그 이행의무를 중국이 제대로 준수하지 않아 미국은 더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상황을 바로잡기 위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칼을 뽑아 든 것이다. 그는 신뢰를 매우 중시한다. 동맹문제에서도 신뢰가 최우선시 되고 협력관계에서도 신뢰를 최고의 가치로 꼽는다. 그가 일으킨 대중 무역전의 정치·외교적 동기 또한 중국이 신뢰를 회복할 의사와 의지가 있는지를 시험하려는 데 있다. 이 문제가 미국의 대중 외교에서 최고 당면과제로 떠오른 이유는 한 가지다. 중국이 떨어진 신뢰를 회복해 미래 사이버 질서 구축에 협력 파트너 국가로 적합한지를 마지막으로 판단하려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중국이 세계인류가 당면한 미래 사이버 질서 구축이라는 중차대한 과제를 미국과 수행하기 위해서는 신뢰라는 전제조건을 충족시켜야한다. 그리고 전제조건을 갖추기 위해 미국이 중국을 마지막으로 조련할 수 있는 시점이 지금이라는 의미다. 미·중 무역전이 미 의회와 국민이 초당적인 지지를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다. 이는 단순히 ‘중국 때리기(China bashing)’을 통해 올해 있을 대선에서 이기겠다는 선거 전략용이 아니다. 물론 이런 전략적 접근이 표면적으로 선거용으로 비춰질 수 있다. 그러나 중장기적인 의미에서 미국의 정책입안자들은 중국에게 ‘조화로운’ 사이버질서를 함께 구축할 수 있는 여부를 따지는 중요한 마지막 기회라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사이버질서마저 냉전 시대의 양극화 구조를 피할 수 없다는 의미다.

앞으로 사이버 안보질서 구축에 중국의 역할과 참여는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그 이유는 세 가지 요인에서 짐작이 가능하다. 첫째, 중국이 지난 19차 공산당대회에서 사이버질서 구축에 있어 선도적인 역할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시진핑 중국국가주석은 ‘중국의 꿈’을 소개하는 자리에서 우주공간의 질서뿐 아니라 사이버공간의 질서 구축에서 중국의 주도적 역할을 중국의 사명으로 표현했다. 둘째, 2013년 6월 오바마 전 대통령의 협력 제안을 당시 시진핑이 ‘거절’한 전례 때문이다. 이런 제안에 시진핑이 냉소적이었던 이유는 그가 오바마에게 제시한 미·중관계의 발전 틀로 제시한 ‘신형대국관계’에 오바마 역시 냉담했기 때문이었다. 이 틀 안에는 미국이 중국의 ‘핵심이익’을 존중할 것을 요구하는 독소조항이 내재되었다. 이후 미·중 양국은 해커들의 사이버 공격문제의 심각성을 논의한 적은 있지만 이를 방지하기 위한 질서 구축의 문제를 진지하게 논한 적은 없다. 셋째, 중국이 4차 산업과 5G 기술 영역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선점하고 있는 사실 때문이다. 시진핑 또한 2030년까지 인공지능(AI)방면에서 중국이 선점할 결의를 거침없이 공표했다.

사이버 기술 방면에서 중국이 독보적인 존재로 부상하는 전략적 함의는 미국의 미래전략과 이익에 크나 큰 도전과제다. 중국이 4차 산업과 5G 기술에서 이미 미국을 월등히 앞서 간다는 이야기는 잘 알려진 사실이다. 중국이 이 분야에서 출원한 특허 건수만 해도 미국이 상대가 안 될 정도이다. 이런 우려에서 발발한 화웨이 사태가 이런 현실의 방증이다. 따라서 사이버 공간의 질서를 구축하는 데 있어 중국의 협력은 불가피해진 상황이다.

그런데 미국의 정계와 정책결정자들은 지금까지 중국이 국가 간의 약속을 지키지 않는 행위와 기록을 보면 중국을 신뢰할 수 없다는 일치된 결론을 공유한다. 이들은 이제 세계가 사이버 안보질서 구축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공유하기 시작한 시점에서 중국의 신뢰성을 마지막으로 시험할 필요성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미국은 이런 시험의 방법을 무역협상에서 찾았다. 이번 미·중 무역협상이 전례에 없는 장기전으로 이어지는 가장 큰 이유다.

다시 말해, 이번 미·중 무역전쟁은 단순히 미국의 대중 경상수지의 구조를 재조정하고 중국 시장의 개방 확대를 위함만이 아니다. 그 뒷단에는 사이버 영역에서 미국의 장기적인 전략 사고의 유효성과 이익의 보장을 사전에 확인해야만 하는 정치·외교적 동기가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이 앞으로 사이버 공간의 질서 구축에 있어 책임 있고 신뢰할 수 있는 협력 파트너로서의 자격을 지금 판단해야 할 시점이라는 의미다. 미국이 이를 주도하고 싶어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현시점에서 사이버 공간을 지배할 수 있는 잠재 능력을 보면 중국이 앞서가는 사실을 미국이 수긍해야하는 것도 사실이다.

신뢰를 바탕으로 한 중국의 협력이 필요한 가장 큰 이유는 정치적인 데 있다. 사이버 안보에서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사이버 주권이 보호되어야한다. 이 새로운 주권 개념은 2015년 유엔 총회에서 소개되었다. 아직 개념정의가 명확하게 이뤄지진 않은 상황이다. 대략적으로나마 유엔은 국가들이 사이버 공간에서 정보와 통신 기술을 사용함에 있어 국제법과 주권 및 그 의무와 책임을 존중해야한다는 인식의 일치를 봤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사이버 주권은 사이버 공간을 구축하는 인프라가 구축된 장소와 공간에만 할애된다. 즉, 서버와 케이블 등이 물리적으로 존재하는 곳에서만 적용된다는 것이다.

이런 인프라가 인터넷이 통하는 나라에 모두 존재하기 때문에 이들의 주권문제는 국내법의 보호를 받아야하는 것이 정설이다. 그러나 이는 매우 지엽적인 관점이다. 광의적인 관점에서 보면 정보와 통신 기술의 우위를 점한 나라들이 다른 나라 국민의 정보나 국가기밀을 탈취할 수 있다는 사실 때문에 사이버 주권의 개념이 국가의 것을 초월한다는 것이다. 사이버공격에 국가 주권의 취약함이 노출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의 보호 장치는 사이버질서의 확립에서 찾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현재 사이버 세상의 인프라 구조가 지속된다고 가정하면 우리의 미래 정보는 두 나라의 지배를 받을 수밖에 없다는 공산이 크다. 하나는 미국이고 다른 하나는 중국이다. 이는 두 나라가 소유하는 사이버 인프라의 기본이 되는 서버, 플랫폼과 이를 수반하는 소프트웨어의 발달 수준과 그 규모 때문이다. 따라서 기술과 능력의 우위를 가진 중국이 사이버질서의 조물주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미국의 기술과 능력이 단시일 내에 크게 도약하지 않는 한 중국의 지배적인 위치를 인정해야만 하는 사실이 지금 미국을 매우 불편하게 한다. 미국으로서도 ‘적과의 불편한 동침’을 수용해야만 하는 현실에 당면하고 있다.

이제 미·중 무역전의 결과는 사이버질서 구축에서 이들의 협력 가능성을 판단해줄 것이다. 그 결과는 4차 산업과 5G기술 영역에서 우리 미래 산업의 운명과 향방을 결정할 것이다. 미·중 무역전쟁의 정치·외교적 포석과 전략적 함의를 파악하고 이의 대비책 마련이 시급하다. 우리의 뒤지지 않는 4차 산업과 5G 기술력을 배경으로 우리도 사이버질서 구축에서 발언권을 갖출 필요가 있다. 그리고 미국의 동맹국으로서 미국의 신뢰뿐 아니라 중국의 경제파트너로서 중국의 신망을 확보해야한다. 그래야만 앞으로 있을 ‘고래싸움에서 새우등 터지는’ 불상사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